오는 7월1일부터 LA시와 LA카운티의 최저임금이 인상된다. 26인 이상 사업체는 시간당 14.25달러, 25인 이하 사업체의 경우 13.25달러로 시간당 최저임금이 현행보다 각각 1달러와 1.25달러씩 오르게 된다. 임금인상은 근로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봉급인상이 따라주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리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가뭄 끝에 단비’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생활이 윤택해진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업주들로서는 달갑지 않은 현실임에 틀림이 없다. 종업원 상해보험과 건강보험, 렌트비 인상 등 매해 비즈니스 환경은 개선되지 않는 데 직원들의 봉급을 인상해주기 위해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해 일자리는 줄어드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한인 요식업소의 경우 비용절감을 위해 예전에 비해 직원들을 감원하면서 고객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기 힘든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마켓도 마찬가지이다. 캐시어 등 직원이 줄다보니까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봉제공장 등의 폐업이 잇따르고 일부 의류업소가 타주나 멕시코 등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것도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치 않다.
한 의류업체의 경우 인건비 부담으로 직원들을 내보내고 가족이 일을 배워서 자연스럽게 패밀리 비즈니스로 전환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업종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요식업소와 마켓, 소매업소, 의류업계 등 직원을 많이 고용하는 업종일수록 이런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주들이 제품이나, 음식, 서비스 가격을 올려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식당들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것을 음식가격 인상으로 연결시켜 소비자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한인타운 식당들의 런치 스페셜 가격이 2~3년전에 대략 6~7달러 수준이던 것이 이제는 2배 가까이 뛴 12~13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마켓의 장바구니 물가도 적잖이 올랐다. 예전에는 100달러면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었는데 이젠 150달러 정도까지 마켓을 보아도 뭔가 흡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물론 최저임금의 인상이 그동안 임금이 인플레이션에 맞게 인상되지 않아 빈곤한 수준의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근로자들에게는 정당한 처우 개선이라는 시각도 있다. 가주 경기가 계속 호황이라면 근로자들도 더 많은 임금을 받아서 좋고 스몰비즈니스 오너들도 수입이 늘면서 직원들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으며 소비자들도 부담없이 돈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저임금의 인상은 소비자나 고용주, 근로자 모두에게 윈윈 게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로 불경기가 닥치기라도 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인지 꼼꼼히 되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시애틀은 2015년 이후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리고 있다. 2015년 4월 최저임금이 시간당 9.47달러에서 11달러로 16.2% 올랐다. 9개월 뒤인 2016년 1월에는 13달러로 인상돼 상승률 18.2%를 기록했다. 2017년 1월에는 15달러로 15.4% 올랐다.
워싱턴대 연구팀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올리니 저소득 근로자의 일자리와 근로 시간이 모두 감소했고, 따라서 소득도 줄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연구 결과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만, 저소득 근로자의 근무 시간은 상당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6년 최저임금이 11달러에서 13달러로 올랐을 때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집계되었다. 같은 기간 일자리 수는 9만3,382개에서 8만6,842개로 7% 줄었다. 임금은 3% 올랐지만 근로 시간은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은 월평균 125달러씩 줄었다.
최저임금을 점진적으로 올려 저임금 노동자의 여건을 개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너무 급격한 조정은 저임금 노동자의 후생과 복지를 개선시키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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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특집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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