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김정은의 ‘친서 외교’의 효과로 북미대화가 다시 살아날 것 처럼 보인다.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실망과 불만에 찬 북한은 거의 4개월간 미국의 대화 재개를 위한 접촉시도를 전적으로 외면해 왔다. 김정은은 지난 4월 12일 로동당 전원회의에서 미국이 “계산방법” 을 바꾸고, “통용되는 새로운 입장”을 금년말까지 결정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공을 미국으로 넘긴 셈이다.
워싱턴에서는 트럼프가 김정은에 대한 호감을 계속 나타냄에 띠라, 미행정부 내에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강경파 폼페이오나 볼턴도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돼있고, 3차 북미정상회담도 북한의 준비를 전제로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래도 북한은 트럼프의 편지를 받기전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북한은 6월중 몽고와 홍콩에서 있었던 트랙 투 (Track Two: 반관반민) 정책토론회의 에도 불참했다.
친서교환의 시점이 관심을 끈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보낸 편지는 자연스러운 답장의 성격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북러, 북중 정상회담등을 놓고 볼 때,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견제해 보려는 의도가 담겼을 가능성도 있다. 북핵문제는 다자간의 역학구도에서도 북미간의 직접적인 협상을 통한 해결이 빠를 수 있다.
6월 21일부터 22일까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방문했다. 그 보다 앞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중러는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이다. 특히 중국은 이번에 “북한의 안보와 발전”을 돕기로 하고 앞으로 비핵화협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주 일본에서 G20 정상회의때 미중, 한중, 한러 정상회담이 열리고, 28-29일에는 트럼프가 서울을 방문한다. 트럼프 방한전에 남북간의 4차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물 건너 간 것 같다.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한 논의는 배제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로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비핵화 방법이나 과정이 정해진 것이 없다. 한가지 공통된 견해가 있다면, 모두가 한반도의 비핵화를 원한다는 것이다. 북한도 완전화 비핵화를 여러 차례 약속한 이상 이를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과 비핵화 대화 재개를 바라면서도 지난번 하노이에서 북한이 거절한 조기, 전면 비핵화 제안을 수정한 적이 없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제재해제는 최종적이고 검증된 비핵화(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가 완성된 이후에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미국의 입장이나 영변시설만의 철폐 조치로 대부분의 제재해제를 원하는 북한의 요구에 변화가 없이는 북미가 아무리 회담을 재개하고 3차 정상회담을 연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
비핵화는 북한의 입장에서 경제문제를 제외한다면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이나 러시아도 한반도의 현상유지속에 비핵화의 시한은 급하지 않다. 급한 것은 미국과 한국이다. 트럼프는 임기내에 해결을 원하고 한국의 입장도 비핵화의 진전이 있어야 남북 협력과 평화정착을 해 나갈 수 있다.
미국이 비핵화 방안에 신축성을 보인다는 전제하에 북한이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우선 북한은 핵실험금지조약에 가입하여 핵과 미사일 실험중지를 영구화하고, 핵 미사일 생산활동을 중단할 수 있다. 북이 발표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국제적으로 검증케 하고, 동창리 미사일 발사시설도 약속대로 철폐해야 한다. 또한 북한은 핵비확산기구(NPT)에 재가입하고 핵무기의 불사용 및 확산방지 조치를 철저히 강구해야 한다. 북한은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질 때까지, 현재의 핵미사일 능력으로 충분한 억지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년간 노력을 많이 했는데도, 미국의 호응이 없었다는 김정은의 불만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싱가포르 선언이후 미국이 대규모 한미군사 훈련을 축소한 것 이외에 북미간의 관계개선이나 한반도 평화체제 확립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한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무엇보다 북한이 미국의 말을 신뢰할 수 있을 때까지 단계적으로 북한의 긍정적 행동에 대한 상응 조치를 해 줘야 한다.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의 경험으로 보아, 다음 대회의 형식은 실무진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비건 미국대북정책 대표와 앞으로 정해질 북한의 실무 대표의 회담부터 시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의 상대역으로는 최선희 제1 외무성 부상은 격이 비건보다 높고, 처형되었다고 보도된 김혁철 대표가 다시 등장할 지도 모른다.
좌우간, 북미간의 비핵화 외교는 정상급에서 다시 실무진으로 돌아가, 한 두 가지 예외 사항을 제외한 전반적인 합의를 도출한 다음에 정상끼리 만나 합의된 내용을 채택하는 전통적인 절차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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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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