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레니얼,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 전 세대 가운데 가장 낮아
인생을 오래 산 부모 세대가 모든 일에서 자녀 세대보다 신중한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주택 구입에 있어서 만큼은 요즘 자녀 세대가 마치 어른처럼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부모 세대가 무분별한 주택 구입으로 힘든 경험을 했다면 자녀 세대인 밀레니엄 세대는 주택 구입 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주택 구입을 신중하게 피하고 있다. USA투데이가 최근 밀레니엄 세대의 신중한 주택 구입 경향을 살펴봤다.
워싱턴 D.C.의 코딱지만 한 아파트 임대료로 매달 2,500달러씩 지불하는데 지친 타일러 핸슨(30)은 4살짜리 딸과 함께 거주할 주택을 구입하기 마음먹었다.
주택 구입에 앞서 그녀에게는 단호한 규칙이 있었다. 2주마다 월급 체크를 받는 그녀는 반달치 월급으로 모기지 페이먼트, 유틸리티 비용, 학자금 융자 상환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가격대의 매물만 보기로 굳게 다짐했다.
살인적인 주택 가격으로 이름난 워싱턴 D.C.에서 그녀의 다짐을 충족해줄 만한 가격대의 매물을 찾는 일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하지만 임대료가 낭비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그녀는 무려 18개월 동안 수십 채의 매물을 부지런히 보러 다닌 끝에 조건에 맞는 34만 달러짜리 매물을 찾는데 성공했다. 그녀가 찾은 매물의 조건은 흠잡을 데가 없었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녀가 선호하는 동네가 아니었다는 것.
핸슨은 43만 달러대까지의 매물을 구입할 수 있다고 은행으로부터 융자 사전 승인을 받았지만 무리한 주택 구입에 나서지 않은 것에 매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그녀는 “내 집 장만은 평생에 있을 가장 큰 금액의 구입”이라며 “재정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이번 주택 구입의 최대 목표였다”라고 말했다.
◇ 주거비는 소득의 30% 미만 핸슨과 비슷한 연령대의 밀레니엄 세대가 지난 수년간 주택 수요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 세대가 과거에 보였던 자세와 달리 밀레니엄 세대는 주택 구입 시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연방 센서스국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22세~38세 밀레니엄 세대 주택 구입자 중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30% 미만인 비율은 약 76%로 2000년(약 69%), 2009년(약 65%)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힘들게 번 돈이 모기지 페이먼트로 다 나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내 집 마련도 중요하지만 여행도 하고 친구들과 여가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라는 핸슨의 말이 최근 밀레니엄 세대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 경향을 대변한다.
핸슨은 이 같은 주택 구입 신념을 지켜내려고 수천 달러만 더 쓰면 구입이 가능했던 매물을 여러 채 놓쳤다. 국영 모기지 보증 기관 패니메이의 덕 던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젊은 주택 구입자들도 10년 전 주택 가격 폭락 현상을 경험하며 소중한 교훈을 얻은 세대”라며 “주택 구입에 있어서는 부모 세대보다 더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택 구입 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수칙 중 하나가 가계 재정 부담을 피하려면 주거비 비용이 가구 소득의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거비 비율이 너무 높으면 실직이나 예상치 못한 의료비 등의 상황 발생 시 모기지 페이먼트 납부에 어려움을 겪기 쉽다. 최근 밀레니엄 세대가 이 같은 재정 수칙을 철저히 따르고 있는 것이다.
◇ 정한 가격 넘으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주택 시장 거품이 꺼지기 직전인 2006년 젊은 주택 구입자 중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30% 미만인 비율은 고작 약 54%였다. 이후 주택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고 모기지 대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보수적인 주거비 비율을 유지하는 젊은 주택 구입자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비율은 2013년 약 75%까지 상승한 뒤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고용 시장 성장, 임금 상승, 모기지 대출 기준 완화 등의 현상이 주택 구입을 부추기고 있지만 주거비 비율이 30% 미만인 밀레니엄 세대 주택 구입자 비율은 다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자료를 보면 살펴보면 밀레니엄 세대의 주택 구입 경향이 얼마나 신중해졌는지 알 수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 트룰리아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23세~37세 주택 보유자의 중간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은 2002년 약 18%에서 2017년 약 15.8%로 떨어졌는데 이는 전체 연령대(18세~62세)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일선 부동산 에이전트들도 밀레니엄 세대의 주택 구입 경향이 매우 보수적이라고 전한다.
핸슨의 주택 구입을 담당한 중개 업체 레드핀의 릭 모리슨 브로커는 구입 가격대와 관련된 밀레니엄 세대 주택 구입 기준이 매우 신중하다고 전했다. 모리슨 브로커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 구입자 10명 중 약 3명은 미리 정해둔 가격대 보다 높다고 판단되면 주택 구입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내 집 마련에 ‘올인’하지 않겠다부모 세대에 비해 가치관이 달라진 점이 밀레니엄 세대의 신중한 주택 구입 경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시장 조사 기관 Gfk 글로벌이 미국인 20대와 30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행복한 인생을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약 56%~약 79%가 건강, 재정 안정성, 여가, 행복한 결혼 생활이라고 주택 보유(약 56%~약 61%)라는 대답 비율을 앞질렀다.
밀레니엄 세대에게 ‘인생의 걸림돌’처럼 여겨지는 학자금 융자 상환 부담도 밀레니엄 세대의 보수적인 주택 구입 경향 요인이다.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의 대니엘 해일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학자금 부채 규모가 총 약 1조 5,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로 인해 젊은 세대가 주거비에 너무 큰 비용을 지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 자칫 자산 축적 기회 놓칠라 주택 구입 시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 자칫 장기적으로 자산을 축적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밀레니엄 세대의 주택 구입 경향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매물 부족 현상이다.
첫 주택 구입용의 저가대 매물이 수년째 부족 현상으로 보이면서 다른 가격대 매물에 비해 가격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높다. 결국 주택 구입을 위해 오퍼를 제출할 때마다 다른 바이어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치열한 경쟁과 높은 주택 가격으로 인해 주택 구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장기적인 자산 축적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조금 높은 가격대라도 내 집을 마련하면 30년간 고정된 이자율이 적용된 모기지 페이먼트를 납부하면 그만이다. 반면 주택 임대료의 경우 향후 추가 상승 전망이 높아 지속적인 재정 부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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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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