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의 미래를 이끌 신인선수들이 뛸 팀을 결정하는 드래프트가 21일 실시됐다. 2019 드래프트에서는 예상대로 듀크대의 ‘괴물’ 포워드 자이언 윌리엄슨이 전체 1순위로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의 선택을 받았다. 드래프트 시즌을 맞아 새삼 조명을 받은 것은 애덤 실버 NBA 커미셔너가 지난 3월 열린 ‘MIT 슬론 컨퍼런스’에서 한 발언이었다.
실버 커미셔너는 이 컨퍼런스에서 NBA 선수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많은 NBA 선수들이 자신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호소한다”며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래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엄청난 돈과 명예를 거머쥔 젊은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니,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실버 커미셔너의 발언이 나오자 무엇이 선수들에게 이런 부정적 감정을 안겨주고 있는지에 관해 여러 분석이 나왔다. 과도한 SNS 노출 등 다양한 원인들이 제시된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통제력’과 관련한 선수들의 상실감이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NBA 선수들은 자신들이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드래프트라는 과정을 통해 뛸 팀이 결정된다. 원하지 않는 도시, 원하지 않는 보스, 그리고 원하지 않는 브랜드를 위해 뛰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곳, 자기가 원하는 직장에서 성인으로서의 삶과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다는 욕구는 농구스타들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런 욕구가 제한받고 좌절될 때 만족과 행복을 느끼기란 어렵다.
삶의 의미와 관련된 다양한 감정들 가운데 가장 근원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것이 바로 ‘통제감’이다. 내 삶의 방향을 내 스스로 결정해서 이끌고 간다는 느낌은 행복에 가장 결정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흔히들 돈과 지위를 행복과 많이 연관시키지만 이런 것들은 직접적 요소라기보다, 많은 경우 통제감을 높여주는 작용을 할 뿐이다.
그러니 그냥 돈이 많고 지위가 높다고 해서 저절로 행복할 것이라 여겨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어느 정도의 통제감을 가지고 삶을 꾸려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남들보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해도 더 높은 자리의 누군가에 의해 휘둘리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하급자들보다 불행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영국의 한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경제적 지위와 개인적 통제감을 지표로 해 조사를 해보니 가난하지만 통제감이 높은 사람들은 10점 만점의 삶의 만족도에서 7.85를 기록한 반면 부자지만 개인적 통제감이 낮은 사람들은 불과 5.82의 만족감을 보였다. ‘소의 꼬리가 되느니 닭의 머리가 되겠다’는 우리 속담은 통제감이 안겨주는 자기효능감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한 비유라 할 수 있다.
양로원 노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화초를 키우도록 하고 시간표를 스스로 짜게 하는 등 환경과 생활에 통제력을 부여하고, 다른 그룹은 계속 수동적인 생활을 하도록 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행복도와 건강상태 등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는 고전적 연구도 있다. 한인 양로원들도 참고할 만한 연구결과이다.
이처럼 통제감에 대한 우리의 갈구는 거의 본능적이다. 1930년을 전후한 미국 대공황 시절 교인들의 교회출석 상황을 살펴보면 장로교 교회들은 급속히 줄어든 반면 안식일 교회처럼 중앙교단의 힘이 강력한 교회들의 교인출석은 크게 늘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어렵고 불안한 시기에는 맹견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심지어 만화조차 전지전능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들을 더 찾는다. 우스꽝스러운 얘기들 같아도 이런 현상들은 우리가 얼마나 절실히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추구하는지를 보여준다.
다행인 것은 앞서 영국조사에서 나타났듯 통제감이 주관적 감정이라는 사실이다. 같은 지위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개인적 통제감은 얼마든 다를 수 있다. 누가 봐도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기에 충분한 위치에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설사 그렇지 않다 해도 그런 감정을 가지려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안녕은 물론 육체건강에까지 큰 도움이 된다. 결국 삶은 태도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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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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