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제맥주 저렴하게 즐길 수 있고, 초콜릿·비스킷·과일·특산물 등 활용
▶ 독특한 시그니처 맥주 출시 길 열려, 품질로 승부하는 공정경쟁 시작될 것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장
정부가 내년부터 맥주·막걸리에 대해 ‘종가세(從價稅)’에서 ‘종량세(從量稅)’로 전환하는 주류 과세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주류에 대한 세금이 종량세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
개편안 발표 이후 만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종량세로 전환되면 맥주, 특히 수제 맥주는 무엇이 달라질까. 한번 살펴보자.
우선 주변 편의점에 들어가 국산 수제 맥주를 찾아보자. 다양한 수입 맥주들이 ‘1만원에 4캔’이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돼 있을 것이다. 편의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국산 수제 맥주는 그 틈 속에서 많아야 2~3개 정도 발견할 수 있다. 수제 맥주 가격을 살펴보자. 수입 맥주의 경우 1만원만 주면 4캔을 구입할 수 있는 데 반해 국산 수제 맥주는 그렇지 않다.
소비자들이 국산 수제 맥주를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원료를 사용한 수제 맥주는 원가가 높기 때문에 출고가에 세금을 매기는 현행 종가세 체계에서는 세금을 많이 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저렴한 가격으로 소매점에 판매하기 어려웠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이 국산 수제 맥주를 접하기 어려웠다.
또 수제 맥주 업체 중 생산량이 많은 2~3개 업체조차 손해를 감수해야만 1만원에 3캔 또는 4캔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종가세 체계하에서 수제 맥주 업계에 양적·질적 성장을 요구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같은 일이다.
내년부터 수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가 적용되면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국산 수제 맥주가 늘어날 것이다. ‘1만원에 4캔’이라는 푯말이 붙은 고급 수입 맥주들과 함께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릴 것이다. 1만원짜리 한 장으로 국산 수제 맥주를 포함해 맛있고 품질 좋은 다양한 맥주들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맥주들도 출시될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초콜릿이나 비스킷·과일 등을 활용한 맥주를 만들고 있으며 심지어 벨기에의 한 브루어리에서는 비싼 캐비아를 활용한 맥주까지 만들고 있다.
만약 종가세 체계에서 캐비아 맥주를 만든다면 끔찍한(?) 세금을 내고 비싼 가격에 팔아야 하지만 종량세가 되면 국내에서도 이런 다양한 맥주들이 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중국과 같이 각 지역을 대표하는 농산물을 활용해 만든 지역 시그니처 맥주들이 탄생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릴 것이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점 외에도 국산 수제 맥주 시장의 소매점 진출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보다 크다. 고용과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면 현재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 1%에 불과한 수제 맥주 업체의 전체 고용인원은 업체당 30~40%의 점유율을 가진 대형 맥주 회사 1곳보다 많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지향하고 맛의 개성을 추구하는 수제 맥주의 성격상 주로 청년층들이 수제 맥주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종량세 전환으로 수제 맥주의 점유율이 높아진다면 많은 청년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량세 도입 이후 국내 맥주 시장에서는 새로운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산 수제 맥주 브루어리들이 해외의 유명 브루어리들과 품질로 승부를 가려야 할 때가 왔다.
더 이상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기울어진 운동장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제 국산 수제 맥주 업체들은 새로운 맥주 개발과 다양한 마케팅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선택을 받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이번 종량세 주세 개편안의 의미는 공정한 경쟁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그동안 일부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수제 맥주를 다양한 장소에서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종량세는 이러한 세상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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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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