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북한 문제와 관련해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과 매우 잘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서두를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사실상 결렬된 이후 소강상태였던 한반도 비핵화협상이 최근 들어 재개될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6월11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이 보낸 친서를 받 고 백악관 기자들에게 “김정은으로부터 아름답고 따뜻한 친서를 받았다”며 “그것은 매우 개인적이고 매우 따뜻하고 매우 멋진 편지였다”며 고맙게 생각한다 했다. 한반도 비핵화, 정확하게 말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북 당사국의 협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한·미·북 비핵화 협상은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금년 초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까지의 세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두차례 미·북정상회담의 양상과는 크게 다를 것이고 달라야 한다고 본다. 앞선 회담들은 남·북정상간의 대화재개와 미·북 정상간의 역사적 만남 자체만으로도 한반도 평화 체제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미·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북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미군유해 발굴, 송환 등 4가지 주요 공동성명을 발표했었다. 이중 미군유해 송환만 지난해 8월 한차례 이뤄졌을 뿐 그 외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직 2020년 대선을 겨냥해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을 의식해 미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 발사를 중단토록 김정은 달래기에만 매달렸을 뿐 한반도의 안보를 위한 진 정 성있는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는 것으로 미 국방부는 분석을 하고 있다. 반면에 싱가포르 회담 후 한국과 미국은 양국의 군사 동맹을 떠받쳐온 을지프리덤 가디언(UFG), 키리졸브(KR)·독수리훈련(FE) 등 3대 한·미 연합훈련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해 버렸다. 결국은 북핵은 그대로 인 채 한미동맹 관계만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세기의 회담’이라며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미·북 정상 회담이 지난 2월 하노이회담 결렬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열기가 식어버려 미·북 양국 모두 1주년 기념 행사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한·미·북 정상간의 대화는 정상회담 자체의 이벤트성 보다는 실질적인 대화 주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한국이나 미국내 여론은 김정은과의 만남보다는 실질적인 회담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즉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어느 수준으로 실현해 낼 것인가에 따라 정상회담의 성패를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즉 실무적 차원에서 북한 비핵화 수준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지 않고는 정상회담, 특히 미·북 정상회담이 쉽게 이루어질 상황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친서를 호평하면서도 회담 자체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미·중의 무역 갈등이 복병으로 떠올라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판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그동안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얼마간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온 중국이 앞으로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격화될 경우 종래 입장에서 돌아설 가능성도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중국은 북한에 경제 제재의 뒷문을 열어주며 북한 편에 서게 되고 미국도 한국 정부에 “확실한 동맹국 관계를 보여라”고 압박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이 미국과 북한으로부터 패싱을 당하고 있는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겠다며 오매불망 김정은의 회답만 기다리고 있다.
결국 미·북회담을 중간에서 견인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 정리가 중요하다. 대통령을 향한 거친 비판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을 애써 참으며 대화국면 관리에 애써 왔다면, 이제 그 대화를 통해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를 분명히 할 때가 됐다. 미국의 북핵 일괄폐기 요구와 북한의 단계적 폐기 주장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외교가 과연 가능한지 잘 판단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미국은 원칙적인 ‘토탈 솔루션(일괄해결)’을 계속해서 추구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보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 질수록,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대한민국의 외교 목표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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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주 한미자유연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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