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우리는 흔치 않는 광경을 목격했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 중 하나인 독일의 외무장관이 테헤란을 방문해 달러화에 기반을 두지 않는 이란-유럽 전용 결제시스템이 곧 가동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INSTEX라 불리는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공동제작한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3국의 조율을 거쳐 이루어졌다.
INSTEX가 완전히 부적절하거나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실패작으로 판명될 때까지는 아마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지구촌 상거래에서 미국에게 막대한 이득을 주는 달러화 결제제도를 무너뜨리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INSTEX는 ‘탄광 안의 카나리아’와 같은 일종의 경고신호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들은 지금 미국이 행사하는 글로벌 파워를 가능케 만든 결정적 토대를 조금씩 허물고 있다.
이유가 무언가? 간단하다: 트럼프행정부의 권력남용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의 지도국 위치에 앉아 있지만 그 같은 지위를 허물려는 여러 세력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중국의 굴기와 같은 깊숙한 구조적 변화다. 그러나 경제 전문매체인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하듯 그 나머지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미국의 패권남용에 대한 반작용이다.
우선 달러화 결제시스템을 대체할 새로운 금융메커니즘의 필요성을 촉발시킨 원인부터 생각해본다.
영국, 프랑스와 독일은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협정에 서명한 비준 당사국이다. 이란이 협정을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뜨린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화의 힘을 이용해 다른 국가들이 이란과 일체의 상업적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제재조치를 취했다. 합의파기와 동시에 핵협정 이전의 상태로 상황을 되돌린 것이다. (대부분의 국제거래는 편의상 달러화를 결제수단으로 이용한다.)
미국의 이같은 권한남용에 분노한 유럽국가들은 결국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유럽만이 아니다. 중국, 러시아와 인도 역시 달러 패권주의를 피해가기 위한 나름의 메커니즘을 구축하려 시도해왔다.
지금까지 이들의 노력은 별다른 결실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유럽의 중심국가들을 비롯한 세계의 여러 주요 교역국들이 달러화를 뒤엎으려 작심하고 나선다면 궁극적으로 기존의 국제 결제시스템은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한때 영국의 파운드화는 지배적인 국제통화였으나 달러화에 의해 대체된 바 있다. 이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듯 달러화가 영원한 ‘통화의 제왕’ 역할을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남발하는 관세협박을 눈여겨보라. 많은 경우, 행정부는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내세웠다. 관련법은 소련과의 지정학적 충돌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주요산업을 보존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관세부과를 허용한 냉전시대의 산물이다. 캐나다산 알루미늄과 일본제 SUV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 US 무역대표부 법무자문위원인 제니퍼 해밀턴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일 미국이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자동차 관세를 정당화 할 수 있다면, 세계의 그 어떤 국가라도 유사한 주장을 내세우며 거의 모든 상품에 대한 수입제한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무역관행에 대해 합법적인 불만을 갖고 있다. 베이징은 종종 법조문을 충실히 따르는 듯 보이지만, 법의 허점과 예외규정을 통해 법정신을 훼손한다. 그러나 바로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가 스스로 벌이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미국정부의 이런 태도는 트럼프가 중국에게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무역규정과 국제법을 약화시킨다.
만일 내가 중국측 협상대표라면 미국의 카운터파트에게 “우리 역시 도널드 트럼프가 하는 것과 똑같은 정도로 무역규정을 준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국 첨단산업의 공룡인 화웨이를 으스러뜨리려는 트럼프의 노력을 살펴보자. 이제까지 미국의 화웨이 제재조치에 동참한 국가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들마저 미국의 테크놀로지에 의존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또 다시 변덕을 부려 그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적 자립에 대한 욕구가 확산되면서 미국기업들로부터 이탈하는 국가들이 늘어날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무대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더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새로운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20년 전, 중국이 글로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했다; 오늘날 이 수치는 15%를 넘어섰다. 이런 시기에 워싱턴은 국제기구들을 활용하고 공감대를 확산하는 등 자제력을 갖고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
나는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 최신호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보적인 패권주의를 확대하는데 필요한 규정은 간단하다: 보다 진보적인 입장을 취해가며 패권주의적인 태도를 덜어내라.” 하지만 트럼프는 이와 정반대의 접근법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다른 국가들과의 제한된 거래에서 단기적 이득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미국의 힘이 그 저변에 깊숙이 박혀 있는 국제시스템의 구조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이것은 향후 수십 년 동안 미국이 대가를 치러야 할 나쁜 교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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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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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미국힘이 100 배 더 강해져도 우방국들의 도움없이는 중국+소련+이란등과 싸워서 이길 확률은 거의 제로.
좌파들의 변명.... 무슨 힘도 없이 패권국가 꿈꾸는건 혼란만가져온다.. 힘으로 세계질서릉 잡지 못하면..전쟁의 소용돌이속에 인류는 재앙으로 가져온다..
저도 자카리아씨 글에 동감. 여태까지는 미국을 주도해 서방국(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호주)들과 일본이 기꺼이 미국과 생사를 같이할정도로 우방이었는데 트럼프정권이후 이들 나라들이 왜면하고 거기다 신흥 강대국인 인도, 브라질 그리고 이웃나라인 멕시코한테도 원성을 받으니 나중 중국/러시아와 붙으면 누가 미국편에 서서 싸워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