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일본 신문들은 고민에 빠진다. 신문 헤드라인에 무슨 기사를 쓸 것인가 하는 고민에 빠진 것이다. 기사 하나는 수상 다카카가 맹장수술을 했는데 이틀이 지나도록 방귀를 안 뀌어서 수술이 잘못 되었나 고민했는데 그날 저녁 방귀를 뀐 것이다.
또 하나는 당시 세계적인 러시아 바리톤 가수 샤리아핑이 동경에서 공연차 들렀었다. 아침에 공연에 입을 옷을 호텔 방으로 배달을 온 호텔보이가 평생에 소원이 샤리아핑 노래를 한번 들어보는 것이란 말을 듣고 방에서 보이를 앞에 세워 놓고 노래를 불러주었다는 기사이었다.
다음날 아침 기사의 대부분이 이 샤리아핑 기사가 실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와세다 대학 유학을 했던 나의 장인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기 전에 이런 세대가 있었나?
이런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은 1919년 동경에서 2.8독립선언, 1919년 3.1 만세사건 발생의 세대를 세계의 흐름 속에서 보자는 의미에서다.
1914년 세계 1차대전이 끝났다. 국제연맹이 결성되고 이제 세계는 영원히 평화의 세대가 오리라 믿었다. 이제 민족자결주의도 출현된 세대이었다. 그리고 일본은 전승국이었다. 일본인들의 열망도 군국주의에서 벗어남이었다. 그래서 세계 1차대전 이후 소위 만주사변(1937년)의 구름이 끼기 전까지인 1930년 초까지는 민주적인 선거도 있었고 내각도 있었고 선거에서 뽑힌 총리도 있었다. 잠시 일본의 문화 르네상스 시대이었다.
1919년의 동경은 이러한 세계 흐름 속에서 동경으로 건너간 유학생들이 당시 일본의 만개된 사상, 철학, 문학, 예술의 모든 것을 드릴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라 할 수 있겠다. 비록 몇 세기 동안 진행된 이 흐름을 유학생들에게는 단시간 내에 받아들여 다소 혼란스러움은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한반도에서는 3.1 만세사건 이후 조선을 식민지화한 명치유신의 군국주의자 총독이 물러나고 군국주의 색이 얕은 총독들이 부임했다. 식민은 식민이라도 군부 독재보다는 좀 나은 시절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동아일보, 조선일보도 창간되었고 문학예술의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조선의 엘리트들이라 할 수 있는 유학생 지식인들은 압축된 기간 내에 배우고 소화하고 자기화 했으므로 그 부작용으로 일시에 그리고 한 묶음으로 미술은 사실주의에서 후기인상파를 넘어 무슨 상자들을 그린 것 같다는 큐비즘(cubicism 입체파라 미화되었지만)이 등장했고. 그리고 소설도 낭만주의, 사실주의 자연주의를 넘어 다다이즘같이 백가쟁명이라고 할까 돌발적인 문학 장르도 동시에 등장했다.
이때에 필연적으로 문학과 사상의 결합체로서 나타난 것이 무정부주의(아나키즘)와 공산주의이다. 그리고 공산주의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한명이 팔봉 김기진었다. 그는 소위 카프라는 문학조직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 후 또 하나의 리더이었던 임호와 결별하고 카프에서 탈퇴를 한다. 내가 2년 전에 팔봉의 작품 ‘해조음’을 시나리오로 쓴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그는 칼 마르크스의 소위 공산당선언(Communist Manifesto)에 매료된 이상주의자이었지 임화와 같이 코민테른을 쫓는 소련식의 공산주의자는 아니었다.
팔봉은 지속적으로 가장 바쁜 문학 활동을 했고, 일제 말기에는 자의적이었든지 타의이었든지 일제 옹호 발언도 했고, 6.25 때에는 소위 인민재판으로 죽음을 당했다가 기사회생하기도 하고 나중에 종군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리고 1950년대에는 초한지, 수호지 같은 작품을 동아일보에 연재하여 나를 날마다 신문 배달을 기다리게 한 분이기도 하다. 그의 사후 유족들이 그 분의 업적을 기리고자 유산으로 팔봉비평문학상을 제정하고 1955년부터 한국일보사가 주관하여 이제 29회를 이어온 가장 권위있는 문학비평가상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팔봉의 따님이신 김복희 여사가 성금 500달러를 내놓았고 최연홍 시인이 워싱턴 문인회에서 팔봉문학상 제정을 제안했고 당시 문인회장이었던 권귀순 시인 등이 호응하여 팔봉문학상이 제정됐다. 그 이후 독립적으로 팔봉문학상 위원회가 설립되어 제 5회 팔봉문학상 수상식이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우리 문인들을 넘어 재미동포 모두가 기릴 일이라 생각한다. 고국이 아닌 이 미국 땅에서 누군가라도 우리 문학의 전통을 지키고 이어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도 오늘의 팔봉문학상 시상을 우리는 자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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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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