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6월12일은 제1차 북미정상회담개최 1주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싱가포르 합의서는 북미간의 새로운 관계 설립, 한반도의 평화체제 확립, 완전한 비핵화 등을 이룩한다는 원칙을 확인했었다. 하지만 이들 합의 사항들의 내용이 정의되지 않았고, 합의내용의 실천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그러나 70년 묵은 북미간의 난제들을 당사국 정상차원에서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싱가포르 회담의 첫째 성과는 아직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전쟁가능성을 잠재운 것이다. 2017년 11월까지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었고, 이에 맞서 트럼프 정부가 “불의 노여움” “북한의 전면파괴”등의 전쟁위협으로 북한을 압박했었다.
두 번째 성과는 북한이 한국전 당시 전사한 미군 장병들의 유해를 미국측에 인도했고, 트럼프는 한미합동 훈련을 중단시킨 것이다. 한미연합 훈련 중단은 북이 이미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단했고 앞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실천하겠다는 전제 하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북한은 지난 6월 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 미국은 지난 1년 동안 싱가포르 합의를 어기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외면하면서 북한의 일방적인 항복을 통한 선 비핵화만을 주장하고 있으며, 북한이 핵무기 무장해제를 하면 북한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이 금년 말까지 지금의 계산법을 버리고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자세로 나오라는 것이다. 즉 북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 과정에 상응하는 보상조치를 단계마다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지금도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완화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지난 2월말 하노이 북미정상 회담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북미가 상대방으로부터 바라는 대가의 차이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었다.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의 공식 접촉을 피하면서 미국의 태도변화 여부를 관망하고 있다.
북한은 항상 중대 사안에 대해서 두 가지 길을 예고한다. 지금이라도 미국이 새로운 입장을 보이면 제3차 북미정상 회담이 가능하지만, 미국이 기회를 놓치면, 6.12 싱가포르 합의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북한 매체들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비난하지만, 김정은은 트럼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아직도 김정은과 다시 만나 합의를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6월4일 아일랜드 방문 중 “그들도 딜(Deal)을 하고 싶어 하고 나도 그렇다. 적절한 시기에 그를(김정은)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북한이 5월 초에 발사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관련해서 트럼프는 자신의 안보보좌관인 볼턴의 말을 깎아내리면서 김정은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볼턴은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과 정권교체를 주장해온 초강경파다. 북한은 볼턴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하노이회담을 파탄시킨 인물로 규탄해 왔다. 5월27일자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가 볼턴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존 (볼턴)이 하자는 대로 했다면, 지금 쯤 네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을 것”이라고 농담 삼아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미국제도에서는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안보정책을 결정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무, 국방 장관이나 안보보좌관은 자신의 건의와 상반되게 결정이 내려질 때도 이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야 한다. 만약 자신의 견해와 다른 대통령의 결정을 양심상 이행할 수 없다면, 사표를 내는 것이 마땅하다.
북한은 알다가도 모를 일들이 많은 나라다. 하노이 회담 실패의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았다고 했던 인물들이 53일 만에 다시 나타나고, 처형됐다던 인물들이 다시 협상장에 나타날지도 모른다. 한국은 이미 지난 10여 년 간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북핵의 위협만은 막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미국이나 북한의 현재 입장에 변화가 없이는 비핵화 진전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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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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