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줄 왼쪽부터)▲Unknown artist earthenware, 6th century ▲Unknown Artist wood with traces of pigment,11c. (아랫줄 왼쪽부터)Nawa Kohei mixed media, 2015, Ogata Gekk woodblock print,1890-1910.
일본 예술품의 깊이와 화려함은 종교와 세속적인 면에 동물삽화를 많이 등장시키는데 기인한다.
워싱턴 국립 미술관은 5세기에서 현재까지 일본 미술의 다양한 미디어로 표현되어 동물의 삶을 엿보는 대규모 첫 번째 전시를 진행한다.
일본 미술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특히 동물학자들과 동물 애호가들에게 반가운 일이다. 전시장이 마치 예술적인 동물원으로 변모된 듯 하다.
이 전시에는 일본과 미국의 공공기관 및 민간 소장품 300여 점이 등장했다. 전시 작가는 1600년 전 토기의 작자미상으로부터 에도시대의 호쿠사이, 쿠니요시에서 오늘날 일본 미술의 대표 격인 쿠사마 야요이, 나라 요시토모, 무라카미 타카시,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 등 이다.
회화, 프린트, 세라믹 접시, 기모노, 사무라이 헬멧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에는 인간과 함께하는 동물부터 신화의 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형이 담겨져 있다.
8개의 섹터로 분류한 전시 주제는 다음과 같다. 고대 일본, 일본 12궁도, 일본 조디악. 종교, 신화와 민속, 사무라이의 세계, 이국적인 생물과 자연의 연구, 자연계 그리고 레저의 세계.
일본에서는 고대부터 묘지 주변에 동물모양의 점토 조각 하니와(haniwa)를 배치한다. 이는 내세에서 죽은 자를 보호한다는 상징적 의미다. 전시된 약 4피트 높이의 6세기 하니호르 (hannwahorse)는 그 시대의 동물 중 가장 유명한 조각품이다. 동물의 우화적인 힘은 영적인 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조디악 동물을 개별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개인의 정체성의 상징이다. 심지어 조디악 12동물을 모두 묘사한 작품도 있다. 동물은 신화와 민속학에서 사회적 비판을 위장하는 수단으로 의인화되어 사용되기도 했다.
①Unknown Artist Kamakura wood with pigments,14c ②Utagawa Hiroshige woodblock print,19c ③Unknown Artis t Arita ware,19c ④Miyagawa Kozan I stoneware with brown glaze,1881 ⑤Maruyama Okyo pair of six-panel screens; ink, color and gold leaf on paper,1772 ⑥ Utagawa Yoshitsuya triptych woodblock print,1847-1852
18-19세기 일본 예술가들은 자연계의 연구에 관심을 갖고 동물의 삶에서 이미지를 얻었다. 그들은 이 시기에 유행한 일본의 목판화 시리즈에 수많은 동물을 묘사하여 길조의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현대 미술에서는 전통적 표현의 영향을 잘 보여준다. 쿠사마 야요이의 물방울 모양의 입체 강아지, 나와 코헤이의 사슴, 무라카미의 82피트 길이의 역동적인 회화 「죽은 자의 땅,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기발한 의상 등이다.
전시 유치에 일조를 한 일본 국제 교류 기금은 문화, 언어 및 대화를 통해 일본과 세계와의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데 가교 역할을 한다. 이들은 세계 속에 일본 문화가 뿌리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며 진정으로 평화롭고 풍요로운 세상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힘쓴다.
히로야수 안도 일본 국제 교류 재단 이사장은 말한다. “우리는 이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문화 행사를 개최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전시는 가장 야심차고 창조적인 프로젝트다. 1,600년에 걸친 동물과 일본인의 긴밀한 상호 작용속에서 만들어진 작품은 인간에게서 동물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며, 나는 이 선물을 미국인 친구들과 나누고 싶다.”
전시작품 상당수는 해외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일본의 문화재다. 도쿄 국립 박물관을 비롯하여 나라, 오사카, 교토, 오카야마, 나가사키 박물관 소장품이다. 이 전시는 8월 18일에 마감하며 9월부터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이 바톤을 잇는다. 큐레이터는 LACMA의 로버트 티 싱거, 일본 지바 시립 미술관 마사토모 카와이다.
일본은 그 옛날 유럽에 진출할 때도 그들의 문화를 먼저 소개했다. 100여 년 전 포토맥 강변에 심겨진 일본의 선물 벚꽃나무를 보라.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친밀한 요즈음 그들의 전략이 대단하다. 전시장을 돌아보며 우리는 왜 이렇게 못하는가? 속상했다.
작품도 볼거리지만 그들 특유의 섬세함이 전시 큐레이션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선진국의 힘은 외교 안보 경제 그 이상의 차원인 문화의 힘에서 나온다. 올 여름 내셔날 갤러리에 다녀갈 엄청난 관람객을 생각하니 부러울 뿐이다. 이것이 외교의 힘이고 진정한 애국이 낳은 결실이다.
●도정숙
뉴욕, 서울, 워싱턴, 파리에서 30여회의 개인전을 가짐. 세계 각지에서 국제 아트 페어와 200여 회의 그룹전 참가. 매거진 ART MINE에 미술 칼럼 기고 중. 저서로 <그리고, 글>이 있다.
<
도정숙 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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