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든 다 잘할 수 있다’생각은 허세, 누구든 다 이길수 있다’는 자만심
▶ 배움의 자세로 사는 겸손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 자신감 가질수 있어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임금님이 한 분 계셨다. 돈에 관심이 많은지라 돈도 잘 벌고 많이도 모았다. 그 왕은 탐욕이 하늘을 찌르는 터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내가 만지는 모든 것이 다 황금으로 변하게 해주세요.” 이제 왕의 손이 닿는 것은 전부 황금으로 변한다. 길에 있는 나무도 손만 대면 단번에 황금으로 변한다. 돌도 황금으로 변한다. 그러나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는 순간 컵과 함께 물도 금으로 변하고 만다.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없다. 심지어 집에 돌아와 사랑하는 아내·딸과 포옹하자 역시 금으로 변한다. 결국 신에게 자신의 능력을 도로 없애달라고 애원한다.
“강가에 가서 너의 손을 씻어라.” 그랬더니 강가에 있는 모든 모래가 다 금으로 변하면서 자신의 손은 원상 복귀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왕 이야기다. ‘나는 뭐든 다 잘할 수 있어.’ 이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허세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진정한 자신감이다.
일본에 한 검객이 있었다. 그는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어느 날 마을에 한 무사가 나타났는데 그 역시 져본 적 없는 실력가다. 둘이 대결하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투가 있기 전 상대방을 연구한 결과는 이렇다. 상대편은 결투할 때 우선 상대의 혼을 빼놓고 시작한다. 상대방의 얼굴을 두 쪽 내버릴 것처럼 초근접 공격을 가하면 대개 정신줄을 놓는다. 이 틈을 타 상대를 단칼에 베어 버린다.
자. 이 무시무시한 무패 전적의 상대방을 어떻게 이길 것인가. ‘근접공격으로 혼을 뺀 다음 진짜 공격을 감행한다’는 이 전법이 의미하는 바는 ‘첫 공격은 헛방’이라는 것이다.
이제 해법은 간단하게 나온다. 상대의 첫 공격을 절대로 무서워하지 마라. 그리고 그 직후에 상대를 베라. 결국 상대를 이긴 것은 상대의 단순한 전법에 있는 것이다. ‘내가 이긴 것은 내가 강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잘못해서다. 내가 진 것은 상대가 강해서가 아니라 내가 못해서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얘기다. ‘난 누구든 다 이길 수 있어.’ 이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교만함이다.
한 늙은 화가가 교회 천장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교황은 약속을 어기고 재료 구입비도 주지 않고 화가를 부려 먹는다.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업장에서 도망쳤다가 다시 붙잡혀 오기도 했다. 결국 87세의 나이에 그 천장벽화는 완성된다. 그리고 이 화가는 자신의 스케치북에 이렇게 써 놓는다.
‘안코라 임파로(ancora imparo)!’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 그렇다. 87세의 노년기에도 자신이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자신감의 시작이다. 이것이 바로 옛 어른이 “죽을 때까지 배워도 다 못 배운다”고 한 말의 참뜻이다. ‘나는 뭐든지 다 배울 수 있다.’ 이것은 자만심이 아니라 겸손함이다. 항상 배움의 자세로 살아가는 겸손한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다. 로마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에서도 가장 유명한 그림을 완성한 미켈란젤로의 이야기다.
나는 정말 길치다. 갔던 길을 되돌아오지 못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갔던 길의 역순으로 돌아오면 되는데 그것이 안 된다. 낮에 간 길을 밤에 다시 찾아가라면 못 간다. 왜. 나에게는 완전히 다른 길이기 때문이다.
공간감각은 그야말로 완전 꽝이다. 그래서 내비게이션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하늘을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지금도 방향감각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아는 길을 갈 때도 일단 내비를 무조건 켜 놓는다. 그래야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자신 없는 일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대비책을 갖고 있느냐다.
내비가 작동하는 방식은 목적지를 정한다고 바로 길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GPS가 나의 현 위치를 파악해야 비로소 방향을 제시해준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현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때만이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한 것이다. 너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라.
문제는 내 현 위치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손에서 놓았을 때 그곳이 바로 나의 현 위치가 아닐까. 이때 많은 사람은 좌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자신감을 가진 사람은 이때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또 시작할 수 있다.’ ‘뭐든지 다 할 수 있고, 누구든지 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라. 그것은 자만심이다. ‘뭐든 다 배울 수 있고,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라. 그것이 진정한 자신감이다.
<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