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의 강성 보수 인사 중 하나인 켄 쿠치넬리 씨를 이민서비스국 국장으로 임명하겠다고 지명했다. 아직 연방 상원의 인준 과정을 남겨 두고 있지만 인준될 것으로 전망된다. 쿠치넬리 씨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이민 정책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반이민 정책 옹호자이며 이민도 “우수 인재” 이민을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이민서비스국 국장이 되면 한인 동포 사회에게는 여러 면에서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쿠치넬리 씨는 과거에 버지니아 주 상원의원과 검찰총장을 역임했다. 2013년에는 공화당 주지사 후보로서 테리 맥컬리프 민주당 후보와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그 선거에서 패했지만 득표율 차이는 예상을 뒤엎고 겨우 2.6%로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후에도 버지니아 주 대법관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고 주지사나 연방상원 선거가 있을 때 마다 공화당 후보로 거론 된다. 얼마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싫어 하는 언론 매체인 CNN에서 법률 해설가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런데 쿠치넬리 씨의 정치적 성장 과정에 있어 과거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들과의 관계가 이채롭다. 2001년 버지니아 주 하원 67지구의 선거에서 당시 페어팩스 카운티 설리 지구 교육위원이었던 게어리 리스 씨가 공화당 예비 선거에 출마했다. 그 때 리스 후보 경쟁자의 선거 사무장이 쿠치넬리 씨였다. 그 때 그는 막 30을 갓 넘긴 젊은 나이로 지략가였다. 그러나 그 예비 선거에서 리스 씨는 10년 동안의 교육위원 경력을 바탕으로 승리하여 공화당 후보가 되었다. 쿠치넬리 씨가 패배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리스 후보는 11월 본 선거에서도 이겨 주 하원의원이 되었다.
그런 쿠치넬리 씨에게 복수의 기회가 찾아 왔다. 2002년이다. 당시 버지니아 주 상원 37지구의 워런 베리 상원의원이 버지니아 주에서 주류 관련 일을 총괄 하는 ABC 보드의 멤버 자리를 제안 받아 수락했다. 그래서 주 상원의원 자리는 내 놔야 했다. 공화당원이었던 베리 의원이 민주당 주지사가 제안한 임명직 자리를 수락한 것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공화당 내에서는 베리 의원이 변절자로 몰렸고, 주지사가 임명직 자리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공한다고 비판한 주민들도 꽤 되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공석이 된 주 상원의원 자리를 채우는 보궐 선거를 치루어야 했다. 이 때 공화당 내에서는 쿠치넬리 씨와 리스 하원의원이 경쟁을 벌였는데 쿠치넬리 후보가 승리했다.
이렇게 공화당 후보가 된 쿠치넬리 씨가 같은 해 8월의 본 선거에서 상대한 민주당 후보는 공교롭게도 당시 스프링필드 지구 교육위원이었던 캐티 벨터 씨였다. 벨터 씨는 페어팩스 카운티 학부모회 연합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이력으로 스프링필드 지구에서 민주당 계열로서는 처음으로 교육위원에 당선되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민주당이 그에게 걸었던 기대도 대단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쿠치넬리 씨의 득표율 10% 차이의 압승이었다.
보궐 선거를 통해 주 상원의원 직에 당선된 쿠치넬리 씨의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 기간으로 제한 되었다. 그래서 그는 다음 해인 2003년에 다시 선거를 치루게 되었고 그 때는 6% 차이로 승리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4년 임기를 수행하며 2007년에 다시 재선에 도전했다. 그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는 또 다시 당시 페어팩스 카운티 광역 교육위원이었던 제넷 올리잭 씨였다. 변호사 출신의 달변인 쿠치넬리 씨와 달리 올리잭 후보는 대중 연설에서 뒤진다는 평을 들었다. 그리고 후보자 토론에서 쿠치넬리 후보에게 상당히 밀렸다. 반면 올리잭 후보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 수 있는 친화적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선거 결과는 쿠치넬리의 92표차 간발의 승리였다. 이는 전체 투표수의 0.3%도 안 되는 차이에 불과 했다. 쿠치넬리 씨가 지금까지 표명해 온 정책적인 면모에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2007년 이 선거에서 올리잭 후보가 아깝게 패배한 데에 대해 지금까지도 무척 아쉬워한다. 만일 그 때 올리잭 후보가 이겼다면 오늘의 쿠치넬리는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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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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