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국기의 날’(The Flag Day)이 있다. 한국에는 없는 국경일이다. 6월14일이다. 이날 국기를 앞세운 시가행진 등 행사가 진행된다. 어느 나라든지 그 나라를 상징하는 몇 가지가 있다. 국기는 물론이고 국가(國歌)나 그 나라를 상징하는 식물을 정하기도 하고 나라의 문장을 만들기도 하고 왕국에서는 임금이 나라의 도장인 국새를 가지고 있다. 한국을 상징하는 식물은 무궁화, 국가는 애국가, 국기는 태극기이다.
태극기는 조선시대인 1883년에 만들어졌다. 태극기의 문양은 흰 바탕에 빨강과 남색의 태극 문양이 있고 그 둘레에 4괘가 에워싸고 있다. 이 4괘가 동양철학에 근거하고 있어 시원스럽게 설명하기는 매우 힘들다. 주역에 나오는 8괘 중 넷만을 택한 것이다. 이 네 개의 괘는 하늘과 땅과 물과 불을 가리킨다. 즉 인간과 자연을 합친 우주의 근본 원리를 가리킨다. 주역은 동양에서 가장 오랜 경전이다.
미국의 국기는 성조기이다. 별과 줄무늬로 도안이 되었기 때문에 성조기란 이름이 붙었다. 1777년 존 애덤스 대통령이 국기를 선정할 때 디자인 보다는 색깔에 의미를 두었다고 한다. 성조기는 세 개의 색깔로 되어 있다. 줄무늬는 빨강과 흰 색, 별들은 푸른 바탕에 흰 별이다. 흰색은 정결, 빨강은 용기, 파랑은 정의를 가리킨다. 별의 숫자는 주의 숫자에 맞춘다.
정의는 자유의 기초이며 용기는 자유 성취의 방법이다. 정결은 청교도 개척민의 생활신조로서 죄와 악으로부터의 자유를 뜻한다. 결국 성조기는 자유의 깃발이라 할 수 있으며 미국이란 나라는 여러 나라의 이민들이 모여 자유라는 공동 목표를 함께 이룩하고 함께 지키는 나라인 것이다.
어떤 나라가 좋은 나라이며 소위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사는 나라인가? 그렇지 않다. 좋은 나라란 생각과 말과 글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집회와 종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나라이다. 백성이 누리는 자유의 농도가 민주주의의 농도이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것이 미국 시민의 외침이었다. 자유의 영역에는 여러 종류의 자유를 말할 수 있다. 시민의 자유, 경제의 자유, 지식의 자유, 정치적 자유 등이다.
미국의 국가인 ‘별빛 찬란한 깃발’(The Star Sprangled Banner)은 국기가 제정되고 37년이 지난 1814년에 탄생하였다. 매우 아름다운 시이다. 필자의 번역을 소개한다. “새벽빛을 뚫고 그대는 보는가/ 그토록 자랑스럽던 여명 속의 깃발/ 사나운 싸움을 헤치고 드러났던 / 넓은 줄무늬와 빛나는 별들/ 요새 위에 힘차게 나부끼었지/ 포화는 하늘을 붉게 물들였는데/ 우리의 깃발은 여전히 그 자리에/ 밤을 새워 우뚝솟아 있었구나/ 별빛 찬란한 깃발은 지금도 나부낀다/ 저 자유의 땅에 저 굳센 고향에”
이 시는 변호사 프랜시스 키의 작품이다. 키는 영국 군함에 억류된 의사 번스를 구출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교섭이 이루어져 그는 적군의 함정으로 가서 번스를 인수 받게 되었다. 그러나 볼티모어의 매킨리 요새에 대한 함포 사격이 곧 시작되므로 새벽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는 밤새도록 적군의 함정에서 내 마을 내 친구들이 포격당하는 것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분노와 눈물로 지샌 긴 밤이었다.
그러나 새벽이 밝았을 때 그의 눈은 희망으로 가득 찼다. 여전히 요새 위에 미국을 상징하는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가슴에 영감이 떠올라 주머니에 있던 봉투에 적은 시가 바로 미국의 애국가가 되었다. 미국 국기에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듯이 온 세계에 희망을 던져주는 아름다운 나라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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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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