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바람이 활짝 연 나의 집 창문을 타고 들어와 짙은 꽃향기를 집안 가득히 안겨준다.
봄소식을 알리는 진달래는 수줍은 여인의 모습으로 이른 봄에 살짝 왔다가 빨강과 분홍 등의 눈부시게 화려한 자태를 뽐내다가 수줍은 미소를 남기고 떠난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 학교 뒤의 무학산 중턱으로 봄소풍을 갈 때면 산 중턱에서 산등성이를 따라 진홍과 분홍의 진달래 꽃이 산을 뒤덮은 그 화려함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소풍을 끝내고 산길을 내려오며 진달래꽃 한 다발을 꺾어서 손에 쥐고 꽃잎을 따먹으면서 산길을 내려왔다. 진달래 꽃은 혈압을 내려주고 가래를 없애주며, 세균을 억제하고 몸속에 침투한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면역력을 증가시켜 염증과 기침 등의 증상을 완화한다.

아카시아는 장미목 콩과의 한 속으로 호주를 중심으로 열대와 온대 등지에 분포하며 약 500종이나 된다. 아카시아 꽃은 어떤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만성 염증이나 고단위 항생제에서 내성이 생긴 사람의 잘 낫지 않는 만성 염증 시에 면역력을 높여 세균과 싸울 힘을 길러 준다.

라벤더는 ‘꽃향기의 여왕’이라 불린다. 고대 로마에서는 항균성이 강한 라벤더를 목욕과 상처치유에 이용했다. 라벤더의 꽃 속에는 천연 알코올과 세스 쿼터펜 등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진통작용, 항염증, 소독제, 강장, 혈압 강화 등에 약효가 있다. 라벤더꽃은 불면증 환자에게는 숙면에 도움을 주고, 그윽한 꽃향기는 마음의 화를 가라앉히고 긴장을 완화해서 마음의 치유를 도와준다.

봄의 향기가 극치를 달리고 있다. 곧 여름이 다가온다. 수천가지의 장미꽃이 여름을 빛낸다. 장미꽃 속의 각종 치료적 향기는 우울, 비탄함, 질투, 한 맺힘 등의 감정을 완화시킨다. 샤론의 장미이신 예수님의 향기를 풍기는 꽃이다, 장미꽃은 마음을 밝게해 주고 신경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 준다.

국화꽃은 중국, 한국과 일본 등 온대 지방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는 꽃으로 9월 중순에서 11월 초순까지 피는 화려한 꽃이다. 나는 10여 종류의 국화꽃을 우리 집 주위의 꽃밭에 섞어서 심어 놓았다. 근 25년간을 각별히 보살피며 키워 왔는데, 가을이면 수만 송이의 만발한 국화꽃을 바라본다. 화사하고 온 집을 짙은 국화꽃 향기로 가득히 메운 국화꽃들은 마음의 넋을 송두리째 빼앗아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준다.

봄철에 잠깐 화려하게 피었다 가는 벚꽃이 아름답다 하지만, 어찌 국화꽃에 비견할까. 10월 말경 국화꽃이 지려할 때 국화꽃과 꽃씨를 함께 따서 국화차를 만들어 마시면 향기와 함께 건강에도 큰 도움을 준다. 국화차는 위와 장의 소화 증진을 돕고, 면역성을 증진시키며 심장질환에 도움을 준다. 또한 긴장과 묵은 스트레스에 도움을 주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이조시대 궁중에서는 궁녀들이 중전을 모시고 비원에 나가서 화전을 부쳐 먹으며 봄의 풍류를 즐겼다. 가을이 되면 삼짇날과 비슷하게 국화꽃과 꽃잎으로 만든 국화전을 만들며 화전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국화전은 국화로 만든 국화주, 유자와 베로 만든 유자화채 등과 같이 먹으면 금상첨화 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사막에 피는 꽃의 이야기다. 대부분의 사막이 모래언덕과 마른 협곡과 물이 없는 고원지대 및 산으로 되어 있지만 모하비 사막은 매 2-3년마다 풍부한 비가 내려 엄청나게 많은 야생화들이 만개하여 모든 모래와 자갈, 흙 바닥이 이름다운 꽃으로 뒤덮는다고 한다. 사막의 기후는 건조하고 낮의 온도는 화씨 100-120 도를 오르내리며 저녁에는 화씨 50도 이하로 떨어지고 물이 없는 동식물이 살 수 없는 땅이다. 이 척박한 땅에서 꽃씨들이 모래속에 파묻혀서 하늘에서 비가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몇 년을 살아남아 빗물을 받고 찬란한 꽃을 피우는 것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아름다움을 간직한 꽃들이 우리에게 아름다운 향기와 영약을 선물해 주는 식물의 모습은 창조주의 위대한 손길과 자상하심을 맛보게 한다. 꽃을 창조하시고 그 꽃 하나하나에 넣어 주신 조물주의 생명력에 감사드린다.

<대니얼 김 그린벨트,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