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변호사
한국 영화 역사 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지하방에서 살고 있는 가난한 가족과 대저택에서 살고 있는 부잣집과의 이상한 관계를 절묘하게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사위원들과 영화전문 기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봉 감독의 특출한 재능만이 아니라 빈부 격차라는 세계적인 문제를 재미있고도 엉뚱하게 조명했기 때문이란다.
정말 빈부문제는 세계 최고 경제라는 미국에서도 심각하다. 연방정부의 최저임금은 10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시간당 7달러25센트인데 주나 시정부에서 해당 주민들에게 더 높은 최저임금을 법제화한 곳이 여럿 된다. 가장 높은 곳은 워싱턴 주의 시택(SeaTac)으로 시간당 임금이 16.09달러라는 보도다. 그 동네를 기준으로 하면 최저임금 일꾼의 주급이 643달러60센트이고 1년으로 계산하면 3만3,467달러가 된다.
LA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7월1일부터 14.25달러이고 뉴욕주는 13.73달러이지만 이 수입으로는 척박한 살림살이를 면키 힘들다. 게다가 아파서 직장을 빠진다든지 하면 집세를 못내 강제 퇴출당하기 일쑤다. 그러면 점점 도심에서 먼 곳으로 이사하거나 이동형 간이 주택촌으로 가야 한다. 따라서 교통비는 더욱 무거운 짐이 되고 아이들의 학교 수준도 부유층 지역의 학교와 비교도 안 되기 때문에 빈곤의 대물림 현상이 계속된다. 그리고 소위 중산층도 까딱하면 위험 수위로 떨어지게 된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의하면 2017년 9월 통계로 미국 가정의 중간수입은 1년에 5만9,039달러이다. 미국 가구의 절반은 그 이상이고 나머지 반은 그 이하다. 그러나 1년에 6만달러 가까이 버는 중산층이 대학학비 융자금 상환에 허덕이고 높아만 가는 주거비, 육아비와 교육비, 긴급 비용을 내다가 건강이 나빠져 실직이라도 하면 최하층으로 급전직하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부자들은 점점 더 부자가 된다. 미국 부유층(1,000분의 1)은 하위 90%보다 188배 더 많은 수입을 올린다는 통계도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세계 최고의 부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의 창업자들이나 동업자들 모두 엄청난 부를 일구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로비스트들, 변호사들, 홍보 전문가들이 수십 명씩 붙어 전문적 조언을 하기 때문에 세법을 포함한 각종 연방법 제정이나 개정과정에서 점진적으로 그들의 기업과 부를 유지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극빈자들이나 까딱하면 중산층에서 하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로비스트들은 없는 현실에서 법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제정되고 개정될지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래서인지 25명에 육박하는 2020년 대선의 민주당 후보들 가운데 엘리자베스 워런(매서추세츠) 상원의원의 연설이 점점 청중들의 환호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백화점 세일즈 직원이던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쓰러져 가족이 파산지경에 이르렀지만 역시 시어스 직원이던 어머니의 최저임금 수입으로 간신히 집을 안 뺏기고 견뎠던 것은 당시 연방정부가 노동자들을 돌보아주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라는 가족 소개가 진솔하다. 자신이 학비 융자금 없이 대학과 법과 대학을 마친 것도 당시 연방정부의 친서민 정책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절 이후 중산층의 경제상황이 악화된 것은 대규모 농업, 오일, 기술, 재정회사들의 친자본, 친기업 정치 분위기 조성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부유층의 재산에 대해 2~3 % 부자세를 징수하면 미국은 무료 육아시설, 학령 전 아동교육, 등록금이 없는 대학교육과 대학 학비 융자금의 대부분을 탕감할 수 있게 된다는 대담한 주장이다.
미국의 현실을 직시하는 논객들은 이런 사회주의적인 발상이 연방의회를 통과하는 기적적인 변혁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 만에 하나 통과되더라도 보수적인 연방대법원의 위헌 판결이 뒤따를 테니까 워런의 아이디어는 탁상공론으로 끝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빈부의 격차는 정말로 심각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정치와 경제제도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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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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