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의 정가와 외교가에 외교 기밀 유출 사건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미한국대사관의 한 외교관이 야당 국회의원에게 한국과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 내용을 전했고 그것을 해당 국회의원이 기자회견 형태로 일반에게 발표해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국가 외교 기밀 유출의 불법성과 국민의 알권리 사이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외교관은 본국으로 소환되어 공무원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파면 결정이 났고 형사 고발까지 된 상태이다. 연관된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로 형사 고발이 되었고 국회 윤리위에 제소 되었다고 한다.
당사자들 사이에 어떤 경위로 어떤 정도의 정보가 유출되었는지는 이제 수사로 밝혀질 것이다. 기왕 벌어진 사건인 만큼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 앞으로 어떤 이유에서이든지 법이나 규정 상 지켜야 할 선은 넘지 않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그리고 만약에 당사자들의 학교 선후배 관계가 부적절한 사리 판단의 단초가 되었다면 이 또한 학연을 중요시 여기는 고국의 풍토에 경종이 되었으면 한다. 특히 해당 국회의원의 행위에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눈이 멀어 후배가 받을 수 있는 타격에 대한 사려가 결여되었다는 점은 너무 아쉽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될 외교관에게도 잘못에 대한 처벌은 있어야 하겠지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으면 한다. 철저한 조사가 마쳐지기 전에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해당 외교관의 대통령 통화 내용 전달 동기가 본인의 출세나 다른 이익을 위해 행해진게 아니라면 그가 지니고 있는 능력과 그동안 나라를 위해 공헌한 점들을 고려해 최악은 면할 수 있도록 조치가 취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를 포함해 그를 가까이 보아 왔던 이 곳 한인 동포 사회 내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처지를 안타까워 하고 있다. 온유한 품성과 높은 능력을 겸비한 외교관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한 번의 실수로 인재를 영원히 잃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앞으로 남은 조사에 솔직, 성실히 임하고 그 점 또한 정상 참작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외교 기밀까지는 아니지만 교육위원회에서도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내부 정보가 가끔 외부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다. 법률상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개인정보나 인사문제에 관해서는 유출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교육위원들이 회의를 할 때에도 이러한 점을 유의해 특정 학생이나 직원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다. 또한 이름의 직접 거론 없이도 해당 학생이나 직원이 누구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표현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누구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소수 그룹의 한 명일 경우에도 표현에 조심한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구 교육위원이 본인 지역구 내의 한 고등학교 교장을 거론한다면 그 지역구에 고등학교가 몇 개 안 되기에 소수 그룹의 한 명을 거론하는 셈이어서 법률 위반으로 지적 될 수 있다. 그런데 공개 회의 석상에서 논쟁이 치열해지다 보면 이런 부분에서 의도치 않은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그럴 때 해당자에게 사과할 수도 없고 무척 난처하다.
이 보다 좀 더 심각한 것은 고의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보 유출이다. 교육위원회에서는 공개 회의를 통해 다루지 않는 사안들이 있다. 학생 징계, 교직원들의 개인적 인사 문제, 법률 자문, 소송 대책, 그리고 교육청 발주 계약 사안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논의한다. 이러한 사안들은 경우에 따라 내용 유출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거나 유출 시 교육청이 재정적으로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들이 유출되어 교육위원들을 당황하게 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유출에 대한 조사가 쉽게 이루어지지 못한다. 모두가 유출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강제로 조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특정 교육위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쉽지 않다. 유출 내용의 심각성 때문에라도 앞으로는 이에 대한 효율적인 대책 마련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출로부터 지켜야 될 부분은 반드시 보호를 받아야 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적절한 책임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출의 이유가 정치적 이익 추구일 경우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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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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