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 정원’자이언 캐년, 웅장한 비경에 말을 잃고
▶ 붉고 흰 돌기둥의 바다, 브라이스 캐년에 넋 잃어
Bryce Canyon의 한 부분
Zion Canyon의 한 부분.
Las Vegas 시내 거리의 전구 쇼.
어느 결에 36세가 되었으나, 아직 배우자를 만나지 못하고 있는 아들이, 출근길에 우리 내외를 LA한인타운의 관광회사에 내려준다. 여행가방을 들어 주면서 불쑥 하얀 봉투를 내민다. “결혼 40년을 축하해요! 돈 아끼지 마시고 모든 옵션을 다 즐기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 드세요!” 또박 또박 손으로 쓴 편지와 모든 경비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액수의 돈이다. 무심한 듯 보이던 아들에게서 깜짝 편지와 적지 않은 돈을 받고보니, 왠지 가슴이 먹먹해진 것이 비단 나만은 아니어서, 아내도 한동안 말을 건네지 못 한다.
이 아들아이가 10살, 딸아이가 12살이었던 1993년에 이민을 왔으니, 그 때는 우리 내외가 40대 초반의 나이로 결혼 14년째쯤이었을 것이니, 한창 젊은 시절이었다. 우리 이민 1세대가 대개 그렇듯, 보다 나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 동기에서 불안한 중에 큰 맘먹고 용기를 내었던 시절이다. 다행히 아이들도 우리 내외도 지금까지 별 탈없이 건강하고, 또 아이들이 원만한 인성을 갖추며 잘 자라, 둘 다 전문직업인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니, 모든 것이 다 기쁘고 고마울 따름이다. 이렇다 할 자랑거리는 없으나 그래도 마음은 편안한 것이 40년된 우리 내외의 소박한 자화상이다.
대략 9시에 버스가 출발한다. 중간에 타는 분들이 있어 Diamond Bar에서 한번 정차했던 차는 이제 Freeway 15 North를 따라, 좌측의 San Gabriel산맥과 우측의 San Bernardino산맥 사이의 Cajon Pass를 힘차게 올라간다. 어느 분이 우리 버스가 지금 Sierra 산맥을 지나고 있다는 안내를 하셔서 다소 의아하다. 다름아닌 이 지역의 산에서 바로 어제 19시간 30분에 걸친 험한 등산을 하느라 오늘 새벽 3시경에 집에 들어갔던 일이 상기된다. 혹시 이 버스를 타지 못할까 마음 졸였었는데, 다행히 몇 시간 차이로 지금 이렇게 이 차에 몸을 실을 수 있었던 것이다.
대략 140마일을 달려서 Barstow에 도착한다(11:40). 깊고 해박한 지식과 유머를 겸비한 우리의 가이드 캐빈씨의 설명이다. “이 곳은 1830년 경 Mormon교도들에 의해 일부 백인들의 거주가 시작되었으나, 1870년 경에 Santa Fe철도회사의 철로건설과 그 유지 보수에 필요한 중간기지로 활용되면서 본격적으로 타운이 형성되었으며, 당시 그 회사의 사장 ‘William Barstow String(1837~1914)’에서 도시명이 비롯되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이제는 승객을 태우고 다니는 기차가 아니고 주로 화물수송을 위한 기차로 존재하는 시대이며, 열차 1대가 보통 150량 내외의 화차를 연결하여 운행하므로, 길이가 1마일 내외가 되어, ‘Mile Train’이라고도 부릅니다.”
버스가 Las Vegas 시내에 진입한다. 다시 Las Vegas의 탄생과 성장의 역사를 캐빈씨로 부터 배운다. 2004년 이후로는, ‘도박의 도시’ 보다는 ‘Convention의 도시’로 변화되었다는 것과, ‘Vega’라는 말이 ‘오아시스’나 ‘푸르른 광야’라는 뜻이 있다는 설명이 인상적이다.
가장 먼저, Bellagio Hotel에서 차를 내린다. 화려하다. 호텔은 물론 주변의 시가지 전체가 모두 멋진 고층빌딩들이고 다 화려하다. 여기 저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다닌다. 세계 3대 분수 쇼의 하나가 이곳 Bellagio에서 시연된단다. 계획적으로 때를 잘 맞추었는지, 기다리는 시간없이 바로 분수 쇼가 시작된다. 야외의 너른 호수에서 음악의 선율에 따라 수천개의 물줄기로 치솟아 오르는 분수들의 기발한 율동을, 많은 인파와 함께 감탄사를 발하며 보게 된다. 때로는 웅대 강건하고, 때로는 섬세 우아한 숱한 물줄기들의 일대 군무이다. 사람의 상상력이 참 대단하다.
이어서, 수많은 꽃들이 피어있고, 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화들로 장식한 ‘꽃 정원’을 둘러본다. 아마도 일본인이 꾸몄을 것으로 짐작될 만큼, 완연한 일본풍의 ‘꽃 세상’이다. 아름답지만 사치의 극이라 할 인공적인 꾸밈이라 아쉽다. 만약 한국풍으로 꾸미란다면 어떤 내용이 되어야 할까를 상상해 보나, 내 둔한 머리로는 그럴싸한 아이디어가 떠 오르지 않는다.
다음엔 Venetian Hotel이다(16:00). 중세 유럽풍의 복식을 한 남녀 가수들이 어느 오페라의 일부를 공연하고 있다. 베니스의 성 마르코 광장을 축소형으로 재현했다는 꽤 널찍한 ‘광장’에는 관중들로 가득하다. 실내에 조성되어 있지만, 푸른 하늘 아래의 진짜 광장을 조성한다는 의미에서, 건물내부에 7층 높이의 돔 형식의 둥근 천정을 만들어 그 곳에 사람이 직접 붓으로 그렸다는 하늘이, 실제의 하늘보다 더 실감나는 창공으로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다. 호텔 내부에 물길을 만들어, 손님을 태운 Gondola가 다닌다. 25년전 쯤 베니스에서 보던 바로 그 정경이다. 신기하다.
Luxor Hotel에 체크인(18:00)을 하고, 쇼를 보러 나온다. Wynn Hotel의 전용극장에서 공연되는 ‘Le Reve(꿈)’라는 쇼이다. 호텔 내부가 역시 너무 너무 화려하다. 물을 가득 담은 원형의 큰 Pool이 가운데에 아래로 낮게 시설되어 있고, 그 Pool을 중심으로 로마의 원형 경기장처럼 관람석이 배치되어 있다. 바로 눈 앞에서 수십명의 배우들이 수중과 공중을 넘나들며 펼치는 역동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전개가 경탄을 넘어 신비감을 자아낸다. 피카소의 ‘꿈’이라는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는데, 대화가 전혀 없는 묵언극이다. 만만치 않은 관람료($190)지만 그래도 아깝지 않다는 흡족감을 가지면서 극장을 나온다(20:25).
또 어딘가로 이동하여 번화한 시가지 거리에서 펼쳐지는 전구 쇼를 본다(21:00). 한국회사인 LG가 설치했다는 시설인데, 따라가지 못할 만큼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는 낯선 느낌이 든다. Luxor로 돌아온다(21:30). 잠 자리가 참 편안하다.
둘째 날이다. 아침 7시에 로비에 모인다. 어제 저녁을 먹었던 ‘소향’을 찾아가 조반을 먹고(07:30), Zion Canyon으로 이동한다. ‘The Shoppers at Zion’이라는 싸인이 있는 몰에서 잠시 쉬고, 다시 출발하여 ‘China Buffet’에 도착한다(11:50). 중국식당 답게 한문으로 쓴 큰 족자 2개를 걸었다. 우리네 일상에서 양(讓)과 인(忍)의 실천을 권면하는 내용인데, 정서적으로 윤리적으로 닮은 가치를 공유하는 친근감이 느껴진다.
버스가 Zion Canyon으로 들어선다(13:15). ‘신의 정원’이라고도 불린다는데, 과연 특이하고도 웅장한 비경이다. 지질상으로 ‘Navajo Sandstone Colorado Plateau’의 한 부분이며, 오랜 세월에 걸쳐 Virgin River의 North Fork(북쪽 물줄기)에 의해 이런 모습으로 깎여진 것이란다. ‘Colorado’란 말은 ‘붉은 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데, 미상불 웅장한 사암 절벽들이 하나같이 붉은 색조이다. 잠깐이나마, 제대로 경치도 즐기고 기념사진도 찍으라는 배려에서, 운전기사 ‘장부장’께서 본인의 재량으로, 주정차가 허용되는 곳이 아니라는데, 차를 세우신다(13:35). 우리 모두 차에서 내려 주위의 경관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10분’의 활기를 만끽한다. 하마터면, 글자 그대로의 완전한 ‘주마간산’이 될 수 있었겠다.
Zion이란 이름은 1850년 경에 이곳에 들어왔던 몰몬(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교도들에 의해 붙여졌다고 한다. 우리말 성서에는 ‘시온’으로 번역되어 있는 산을 염두에 두고 붙인 이름이겠다. 캐빈씨가 유타주의 성립배경과 과정, 몰몬경을 믿는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의 탄생과 발전, 또 그 영향력을 설명한다. 유명 관광지를 다니면서 이와 관련된 미국의 역사도 더불어 배우는 아주 유익하고 고마운 관광이다.
버스가 Red Canyon이라는 곳을 지나간다(15:40). 역시 붉은 사암층의 지질이다. 수많은 석주들이, 마치 사람이 조각하여 가지런히 탑으로 세워 놓은 무슨 종교적인 큰 사원같은 느낌을 준다.
Bryce Canyon National Park의 매표소를 통과하여, ‘Sunset Point’(8000’)에 차가 멎는다. 35분 정도의 자유 산책시간이다. 툭 터진 눈 앞에 진기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의 별세계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안내 지도판에 ‘Wall Street’이라 표시한 부분이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돌기둥들이 서 있는 어느 부분의 모습은 과연 Manhattan의 마천루를 연상시킨다. 하나 하나의 석주들이 아래는 붉고 중간이나 윗 부분은 하얗다. 아득한 세월에 걸쳐 비와 눈에 의해서 창조된 대자연의 장엄한 작품들이다. Canyon 전체를 상서로운 기운이 감싸고 있는 듯 하다. 신성한 곳이라는 느낌이 절로 든다. 원래 이 지역은 Paiute 부족이 살았던 곳으로, 이들은 이 숱한 석주들이, 악행을 저지른 벌로써 돌이 되어진 ‘Legend People’이라 믿었단다. 1876년에 인근에 일시 정착하여, 목재운반을 위해 길을 냈던 열성 몰몬교도 ‘Ebenezer Bryce’에서 캐년의 이름이 비롯되었다고.
버스가 Utah주의 Kanab에 있는 식당에 도착한다(18:35). 서부 개척기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Jake’s Chaparral’이란 식당에서 Steak로 저녁을 먹는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젊은 아가씨가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Country Song으로 흥을 돋구는데, 우리 가요 한곡도 멋지게 부른다. 우리 한국 관광객들이 지역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을 실감한다. 역시 Kanab에 있는 ‘Quality Inn’에 첵크인 한다(20:13). (6월7일자에 계속)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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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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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눈앞에 펼쳐지는 Bryce Canyon 의 장관을 처음 보았을 때의 전율. 잊지 못할 기억입니다.
라스베가스의 전구쑈는 Fremont Street 이라는 곳입니다.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볼만한 구경거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