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사정이 안팎으로 막혀 있다. 한국은 경제둔화 현상과 여야간의 정치적 갈등의 심화를 겪고 있다. 남북한 대화의 중단에, 미중 무역전쟁과 제패권의 경쟁속에 어느 한편에 서기도 어려운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남북관계와 비핵화문제를 놓고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계속된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 정체의 장기화에 따라 유엔과 미국의 경제제재에서 벗어 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식량난까지 겹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국가경제가 제공하지 못하는 생활수단을 장마당 경제에 의존한다. 제재에 의한 경제난을 북한이 얼마나 더 견내 낼 수 있을 지도 알 수 없다. 북한의 체제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불안정 상태가 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과 제재해제를 목적으로, 북한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미국과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은 최근 미국이 제재위반을 근거로 압류한 북한 무역선의 반환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북한 유엔대표부 책임자 등이 미국의 북한 무역선 압류가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비난한다. 하 지만, 미 국무부는 미국의 조치는 국제법에 부합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로 인해 북미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의 실패의 원인을 놓고도, 북미는 그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9일 Fox News 와의 인터뷰에서 하노이회담의 실패원인을 언급하면서, “북한에는 핵시설 지역 다섯 곳이 있는데 북한이 두 곳만 폐기하겠다고 해서, 김정은은 딜(Deal)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고 말해주고 회담을 끝냈다고 말했다.
북한이 타격대상이 될 수 있는 핵시설과 핵무기를 여러 곳에 분산 은닉하고 있는 것은 놀라울 일이 아니다. 리용호는 영변 폐기 제안이 북미신뢰관계의 현 수준에서 북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제안이라고도 했다.
북한은 워싱턴에서 북한을 지탄하는 발언이 있을 때마다 가만 있지 않는다.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은 5월 24일 조선중앙 통신을 통해 “미국이 2월 하노이 북미정상 회담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 원인은 “통용되지 않을 미국의 일방적이고 부정직한 입장”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하노이 이후의 정세진전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미국이 실시한 새로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실험, 북에 대한 잠수함 핵 타격 계획 고려, 북한의 인권문제 제기, 그리고 “동맹”의 이름으로 재연되는 한미간의 합동훈련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북한은 이러한 “미국의 적대행위들이 싱가포르 합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5월 초에 있었던 단거리 미사일 발사들이 일상적인 군사훈련의 일환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애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인정함으로써 미국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문제 삼지않고 있음을 보였다. 그러나 김정은은 강력한 군사력만이 평화를 담보할 수 있다는 보편적 논리를 강조하면서, 일방적 긴장감소 조치는 없을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면서 제재와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한다. 엄밀히 말해서 북한은 2017년 11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단했다는 선언을 아직까지는 지키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대화를 재개하려면 미국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즉 미국이 주장하는 조기 일괄철폐의 선 비핵화, 후 제재해제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상응한 조치를 수반하는 단계적 비핵화 과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도 북한을 반대하는 어떠한 미국의 행동도 북한의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음모라고 비난한다. 다만 아직까지 트럼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피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미국의 존 볼턴이 주장하는 조기, 전면적 비핵화 제안이나 북한이 주장하는 모호한 단계적 비핵화 방법으로는 문제가 풀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협상은 주고받기의 과정이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은 협상재개와 비핵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꾸준히 찾아야 한다. 협상결렬의 장기화에서 오는 긴장고조를 방지하고 어려운 현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서도 외교와 대화의 기능이 강조된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6월 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일본에 들리는 길에 한국에 와 달라고 했다는 말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이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서 트럼프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한국은 남북정상회담을 재차 요구하고 있지만, 북은 계속 이를 외면하고 있다.
한국내에 보수 진보의 갈등이 심하고,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반대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지만, 서울정부는 대북문제 만큼은 폭 넓은 공론화를 통해서 의견통일은 어렵더라도, 초당적인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도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협력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호응해야 한다. 그 길은 트럼프가 서울에 오기전에 제4차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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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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