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요즘 어린 학생부터 대학생은 물론, 장년과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노래가 출렁이며 넘쳐나고 있다 아직도 그런 가수가 있었던가 싶으리만치 꽤나 오랫 동안 중앙 무대를 떠났던 트로트 가수, 바로 김연자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원래 아모르(Amor)는 Love에 해당하고 파티(fati)는 운명(Fate)이라는 말의 라틴어이니 아마도 아모르 파티는 일종의 자기 운명애(Love of Fate)정도로 옮겨 볼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엔 니체가 사용했던 어마어마한 철학용어였으나 이제는 일반에게 자기 운명에 대한 순응과 애정을 뜻하는 시대와 문화적 언어가 되어버렸다.
실로 세월 저 쪽, 묻히고 한 물간 가수를 일시에 인기와 환호 속에 불러들인 이 노래는 가사도 가사이지만 자칫 고루하고 지리멸렬한 트로트 선율에 아주 집요하게 중독적이면서도 반복적인 테크노 리듬을 버무려 놓은 것이 매우 절묘했다.
그러니까 이 노래가 트로트이면서도 대학 축제의 섭외 순위 1위가 된 것은, 하루종일 입에서 맴돌게 하는 후크성(hook) EDM(electric dance music) 기법에 힘입은 바 크다. 이 노래를 무심코 듣다보면 누구나 후렴구에 가서는 서로 질쎄라 그야말로 어깨를 들썩이고 머리를 흔들며 우리들을 온통 달뜨게 만드는, 그 빠져드는 마성의 중독성이 참으로 영절스럽다. 쉽게 연상한다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에서 무한반복이 가능한 전주부분과 갈 때까지 가보자~아~,하는 바로 그 클라이맥스 부분의 흥분과 고조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가사 또한 그렇다 아이구! 요놈의 내 팔자야! 그런 단순한 푸념을 넘어 이른바 팔자라 이름할 수 있는 자기 앞의 삶을 적극 해석, 수용하고 스스로의 삶을 나마저 사랑하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보듬겠냐는 책임의식이 거기엔 있다. 뿐만 아니다. 삶을 관통하는 달관과 고답한 관조가 대중적으로 녹아 있어, 표현이 대중적인 만큼 취향에 따라 이류와 삼류를 오락가락하는 B급 감성일 수 있으나 그 곳엔 삶의 진득함이 빼곡하게 묻어있다. 그 것마저도 아무런 장식없이 넋두리하고 있어 이 풍진 세상을 걷고 있는 일반의 심금을 울리기도 남음이 있다.
누구나 붉은 주먹 빈손으로 와 한 편의 소설같은 얘기들을 세상에 흩뿌리며 사는 우리들, 자신의 능력과 기대와의 격차에서 오는 우울을 달래면서 그저 범용한 자신의 삶을 용서하고 화해해야 했던 우리들이었을 지 모른다 이를테면 어느 것 하나 뛰어나지 못한, 고작 1할대의 타율로 거대한 야구장 타석에 들어선 타자의 외로움과 두려움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 경외감에 주눅들어 더욱 더 왜소해진 삶은 이제 본격적으로 철학과 선택의 영역을 우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정녕 1등만 기억되는 이 더러운 세상에서 눈물어린 자학과 세상을 향한 음울한 저주로 남은 삶을 소진하기 보다는 비록 미진하나 스스로가 자긍할 수 있는, 충일된 자존감 속에서 오늘을 살기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노래는 계속된다 인생이란 붓을 들고서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모르는 그런 미망(迷妄)과 미혹(迷惑)의 과정이며 쏜살 같은 일과성(一過性)의 흐름이었으되 나중에는 눈부신 추억으로 기억될 삶, 어느덧 늙음마저도 그냥 숫자에 불과하여 어쩌면 흔들리고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마음일뿐, 그리하여 설렘이 가는대로 길을 잡으면 그것으로 족하리라….
우리는 모두 예외 없이 타인의 고통 속에서 어쩌다 이 세상에 던져져, 자신의 고통 속에서 이 땅을 떠나게 되어있다. 필경 B(Birth)와 D(Death) 사이의 수 많은 C(Choice), 즉 선택으로 점철된 삶을 이어간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리 죽음에 대한 근심으로 삶을 엉망으로 만들거나 행여 삶에 대한 지나친 근심으로 삶의 마지막 부분인, 죽음을 망치는 일도 참으로 애잔한 일이 될 지도 모른다. 이제 그런 삶의 속성을 이해하노니 어떻게 받아내는가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 될 터, 그래서 이 계절에 겹겹히 불러보는 우리들의 <아모르 파티>는 새삼 눈시울이 빨간 동백처럼 그저 뜨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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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혜 부동산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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