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서울방문에서 전례 없이 심한 충격을 받고 돌아왔다. 늘상 있어 온 경제 불황이라던가 사회조류의 난맥상 따위에는 면역이 돼 있는 터이지만 혼란의 극치를 치닫고 있는 정치판으로 부터의 충격은 지금도 머리가 흔들릴 지경이다.
원래 민주주의 국가는 토론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가운데 일치점을 도출하기 위해 논란이 있기 마련이지만 지금의 한국정치판은 그야말로 ‘진흙 밭의 개싸움(이전투구)’ 그대로다. 어느 때보다 시급한 국민적 갈등 해소와 통합과 경제안정 추구라는 과제는 실종돼 버리고 마치 정신질환자들의 싸움질 소리만 귀를 때렸다.
시정잡배들의 상징인 막말, 모략, 물리적 충돌, 고소, 고발의 썩은 냄새들만이 코를 찔렀다.
북한의 김정은마저 권력을 잃을까봐 핵공갈을 계속하며 식량구걸, 강탈행각을 계속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마당에 남한의 정치판마저 혼란의 극을 치닫고 있으니 이번 서울방문 충격의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난데없는 좌우 이념대립은 또 뭔가. 한 세대가 지나간 보수 진보 이념 논쟁은 분명 시대적 순리에 역행이다. 세계는 지금 자본주의니, 공산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이념을 이미 지워버리고 자국의 이익에 따라 실리를 추구하고 있는데 왜 우리 정치판은 아직도 이념에 집착하여 스스로의 족쇄를 차고 있는 건가.
이념 논쟁이 불러오는 민족분열 그리고 그 폐해가 몰아오는 민족적 불행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우리는 지금도 쓰라리게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좌파독재’니 ‘독재후예’니 싸움질이 가관이다. 다시 말하지만 민주주의 국가는 본질자체가 시끄러움이다. 독재자가 가혹하게 입과 귀를 틀어막는 그런 사회가 아니다.
찬성이 있고, 반대가 있고, 중재가 있고 모든 것이 자유롭게 조화를 이루어야 민주주의 국가다. 이 같은 이상적인 평등, 평화의 사회가 성립되려면 나라를 이끌고 가는 그 주역들이 철저한 민주주의적 의식이 체질화 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들의 모습은 어떤가. 자기당의 주장에 어긋난다고 의사당에 떼를 지어 몰려가 드러눕고, 다른 당 의원을 감금하고, 의사국 창문을 가로막아 법안제출마저 못하게 하고… 이게 패거리 난동이지 무슨 민주정치란 말인가. 대통령더러 한센병(문둥병) 환자라고 하고 야당 당수에게 대통령 부인이 악수 안 해 주었다고 온통 나라 안팎이 며칠씩이나 시끌시끌하고… 달창, 도둑X, 사이코 패스(정신병자) 등등 민망한 단어들로 침을 튀기며 여야가 100여명에 이르는 고발사태를 벌리고…
이것이 정치판의 비극 참상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이런 토양에서 어떻게 이 민족을 희망의 나라로 이끌고 갈 지도자를 배출할 수 있겠는지 긴긴 탄식을 금할 수가 없다.
조선 숙종 때 홍만종은 그의 저서 ‘순오지’를 통해 명나라 현령급 사신이 홍지원(영빈관) 술자리에서 우리 대신들을 향해 악담을 한 일화를 소개한 대목이 있다. “너희 조선은 백리가는 평야가 없고 천리 뻗는 물길이 없어 큰 인물이 나올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 자의 풍수지리 악담이 새삼 심중을 찌른다.
바른 미래당의 손학규 대표도 소인배들의 생트집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다.
손학규 대표는 낡은 보수, 진보 극한대립을 벗어나 제3지대를 만들어 중도로 가야한다는 출구를 제시하고 있다. 손 대표는 누가 임명한 것이 아니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최다 득표로 대표에 선출된 사람이다. 이준석, 하태경, 유승민 등 박근혜 탄핵에 앞장섰던 인물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지 못해 그 명분을 얻으려고 계속 자기당의 대표를 헐뜯고 있는 것이다.
대표가 당연히 부여받은 인사권마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이들의 뇌리에 무슨 민주주의니, 갈등해소니, 화합이니 하는 제목이 머리에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당내 요직을 거의 전부 할애해 주었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없이 후진들을 위해 사표를 내라고 생떼를 쓰고 있다. 이게 무슨 사리에 맞지 않는 부당한 난행인가. 패륜이라고 밖에 평가할 길이 없다. 한국 정치판에서 지금 계속되고 있는 슬픈 참상이다.
고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며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산 너머 저편에 행복이 있다고 말하네. 그것을 찾아가 희망을 찾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돌아왔네…” 목적지를 잃고 역방향으로만 질주하고 있는 열차에서 내린 기분이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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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자유광장 회장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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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를 위한 반대만으로 집권한 김영삼,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까지 오면서 현 한국의 정치판의 아름다운 현실을 보고있지요. 모두 박통을 못잡아 먹어 날뛰던 무리들의 후배들의 정치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