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선거에 민주당 공식 지지 후보로 출마할 후보들을 선출하기 위한 민주당 경선이 이번 주 화요일로 매듭졌다. 나는 공식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경선 출마 조건으로 당의 공식 지지를 못 받을 경우 본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서약한 만큼, 나의 20년 간의 교육위원 여정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끝난다.
과거와 달리 이번 민주당 경선은 처음부터 쉽지 않음을 느꼈다. 세 명이 당의 공식 지지를 얻는데 출마 후보자는 네 명 밖에 되지 않았으니 그래도 20년 경험이 있는 내가 그 세 자리 중 하나를 차지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네 명의 후보자들이 한인, 인도인, 흑인, 아랍인, 이렇게 네 개의 소수민족 그룹 출신들로 구성되어 각 인종 그룹 간의 세 싸움 형태를 보였다. 특히 이슬람교 신자인 아랍계 후보자는 이번에 상당히 많은 무슬림들을 민주당에 가입시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선에 참여한 전체 투표자 천삼백 여명 중 거의 사오백명 가량이 아랍계 투표자였다. 아랍계 커뮤니티가 이번에 얼마나 단결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단결은 올해 초에 있었던 헌던, 섄틸리 지역의 주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젊은 아랍계 후보자가 당선됨으로써 이미 그 기세를 보여준 바가 있기도 했다. 반면 이번에 투표한 한인들은 채 백 명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원래 한인계 민주당원 숫자가 10명도 미치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이번에 많은 한인들이 민주당에 가입해 투표까지 참여해 준 셈이다.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앞으로 우리 한인들도 지역 주류사회 정당 조직의 일원이 되어 풀뿌리 정치에 참여하는 일이 낯설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이번 민주당 내 경선이 힘들었던 또 다른 이유는 당 내에 흐르고 있는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이다. 이 흐름은 미국 전체적으로 민주당 내에서 볼 수 있기도 한데, 이미 20년 동안 교육위원으로 활동한 내가 이제는 신세대의 배격을 받는 구세대로 치부된 것이다. 나이도 60대에 들었으니 은퇴 해도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민주당원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아니나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당원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특히 젊은 민주당원들로부터의 득표가 나에게는 상대적으로 힘들었다. 결국 아랍계 후보자에게 주어진 몰표와 젊은 당원들의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 심리를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이 이번 경선에서 실패하게 된 큰 요인이다.
이번에 조기투표를 포함한 전 투표 과정에서 도움을 준 여러분들께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몸이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한 표를 주기 위해 당원 가입은 물론 투표장에 직접 와주신 어르신들께 특별히 감사를 드린다. 또한 투표장까지 버스를 제공해 준 여행사와 복지센터 그리고 투표 후 어르신들을 댁까지 차로 모시기 위해 일 해야 하는 시간임에도 자원봉사를 해준 여러분들도 고맙다. 물론 선거를 치를 때마다 피할 수 없는 선거자금 모금에 적극 참여해 준 후원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그 가운데에는 도움을 청하지 않았는데도 후원금을 보내 준 분들도 있다.
이번 나의 경선 실패 소식을 듣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비단 한인들 뿐만이 아니다. 그 동안 내가 교육위원 직을 수행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동료 교육위원들과 교육청 직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번 가을 선거가 끝나고 새로 구성될 교육위원회에는 신참 교육위원들이 상당히 많게 될 상황임을 고려할 때 나의 빈자리가 여러모로 아쉬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계속 교육위원회에 관심을 갖고 조언해 주기를 부탁받고 있다.
1995년 7월부터 지금까지 페어팩스 카운티 기획위원으로 일했던 4년을 빼놓고 줄곧 몸 담아 왔던 교육위원회 일을 놓는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이제는 마음 비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나보다 젊은 세대에서 일할 사람이 여럿 새로 나와 주기를 기대해 본다. 로컬 정부 공직만큼 우리 실생활에 직접 와 닿는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도 드물다. 머뭇거리지 말고 당당히 도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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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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