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변호사
2003년 가을 필자는 서울의 어느 대학원에서 한 학기 초빙교수로 가르친 적이 있었다. 미국 언론 역사에 대한 원서 강의를 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읽은 내용을 요약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얼마 후 한 학생의 글이 한 자도 틀리지 않고 그의 지도교수의 글로 둔갑하여 교내 연구지에 발표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 교수들 중 남의 논문표절, 제자들의 글을 도용하는 일, 자신의 과거 발표를 새 결과처럼 써먹는 소위 셀프 표절 등이 큰 문제라는 언론의 보도를 실제로 체험한 셈이다.
최근 한국일보의 ‘논문저자 허위 등재, 부실학회… 제자보기 부끄러운 교수들’이란 제목의 사설과 관련 기사는 한국 대학들의 수치스러운 실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교육부가 2007년 이후 10년 동안의 논문을 조사한 결과 50개 대학 87명의 교수들이 139편의 논문에 10대의 자기 자식들을 공동저자로 명명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연구나 집필에 참여했을 리 없는 교수자녀 ‘공저자’ 8명 중 6명은 외국대학들로 갔고 2명은 국내 대학에 진학했다니 심각한 양심의 마비현상이라고 규탄 받아야 마땅하다. 즉 미성년 자녀들의 대학입학을 돕기 위한 거짓 행각이다.
교육부의 이번 조사는 2017년 11월 모 서울대 교수가 고1 아들을 논문 공저자로 올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게 발단이란다. 그에 따라 서울대의 자체 검증 결과가 교육부에 제출된바 미성년자가 공동저자로 되어 있는 논문이 47건이고 교수의 자녀가 등재된 논문도 14건으로 나타났다니 한국 최고대학으로서 크나큰 수치라는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
또 과학기술 정보통신부와 교육부의 조사결과에는 엉터리 국제학회에 참가한 교수가 지난 5년간 574명이나 된다는 놀라운 숫자가 들어있다. 엉터리 학회란 이름만 거창했지 누구든지 돈만 내면 무조건 주제 발표자로 선정(?)되고 회보에 논문(?)을 게재해주는 단체를 지칭한다. 다시 말해 연구 실적이 있어야 하는 영구직과 승진을 해야 하는 교수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기관으로 보면 된다. 실제로는 학회연례대회를 한다면서 관광으로 시간을 보내게 하는 단체들도 있다는 보도다.
그런 엉터리 학회에 자신의 돈을 들여 참석했대도 문제일 터인데 정부연구비를 받아 그리한 것으로 나타나 몰염치한 양심마비행태라고 비난받는다. 단국대의 모 교수는 아홉 차례나 그런 엉터리 학회 참석과 논문게재비로 도합 2,500여만원을 정부에서 받았단다. 국내 9개 대학 574명의 교수가 지난 5년간 부실학회에 참석한 통계는 다음과 같다. 서울대 교수 40명, 경북대 23명, 전북대 22명, 부산대와 중앙대 각 18명, 연세대와 세종대 각 17명, 성균관대, 동아대와 경상대 각 15명.
한국 대학교수들의 한심스러운 행태는 미국 교수들과 대조된다. 미국 교수들 중에도 미투운동의 원인제공자들이 있는 등 불법과 부도덕의 악례들이 있지만 예외일 뿐 적어도 자신의 논문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미성년 자녀의 이름을 공저자로 집어넣은 경우는 과문인지는 몰라도 들어본 적이 없다.
미국 정치학회, 경제학회 또는 언론학회의 연례총회의 여러 분야별 논문발표에 참여하자면 적어도 몇 달 전 논문을 제출하게 된다. 분야별 심사위원들의 검토 끝에 발표자로 선정된다. 또 학술지에 대한 기고도 해당 전문분야의 권위자들이 검토한 끝에 학술지에 실리게 된다.
만약 미국 교수들 중 엉터리 국제학회에서나마 자기 연구결과를 발표하겠다는 미친 짓에 유혹받는 자들이 있더라도 그들이 여행경비로 정부기금을 받는 일은 결코 없을 테니 제돈 들여 개망신만 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도 부정부패가 많아 정부 각 부서마다 감찰실이 있지만 한국의 부정부패는 더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권의 ‘적폐’ 역사를 보아도 그렇고 현 정부의 적폐청산을 위한 조치들이 과거 정권들과 별로 다르지 않고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기사 트럼프의 비정상적 통치행위들이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의회조사권에 대한 공공연한 거부 가운데 ‘정상화’되어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안개 정국이니 미국의 장래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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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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