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들은 각자의 가치관, 폭넓게 세대, 그리고 사회와 문화의 차이를 통해서 자연스레 달리 형성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표출하는 방법 또한 다르게 나타난다. 이러한 감정의 다양성에서 우리 한국인만이 가지는 독특한 감정은 무엇이 있을까? 한국인들은 감정의 종류와는 무관하게 감정 그 자체를 순수하고 진실하게 받아들이는 내적감성을 지닌다. 여기서 내적감성이란 개념적 사고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 그 자체의 감정을 말하며 그것은 감정의 주관적 상태 고로 자기 자신의 상태 이외의 어떤 것도 알 수 없음을 말한다.
한국인의 내적감성에 대한 예를 들어보면 서양인보다 버럭 화를 잘 내고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풀리기도 잘하는 화끈한 성격을 들 수 있다. 한국 사람이 화를 내는 목적은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질책하기보다는 자신의 심정을 전달하는 순수함 그 자체에 있다. 한국인의 화 심정을 전달하는 과정에는 계획이나 목적이 없는 솔직한 감정을 심정논리를 통해 전하려는 것이고 상대로부터 공감과 이해를 얻고 싶어 하는 심리가 강함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의 화내기란 보이는 그대로의 화보다 자신이 지닌 화에 대한 토로나 넋두리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즉, 화를 내는 것이란 그 안에 화해의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외국인들에게 있어 이런 방식의 화의 표현은 상대에 대한 적대감을 의미하고 영어의 anger와 같은 매우 불쾌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불합리한 행동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동양인의 이러한 표현에 그들은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혼란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 동양사람 중에서도 특히 한국 사람은 관계를 더욱이 중요시하는 민족이라 할 수 있다. 그 관계에는 정으로 끈끈하게 맺어진 관계를 중요시하며 그것이 중심이 되어 한국인이 표출하는 화의 양상은 서로 자연스레 주고받는 관계성의 지속성과 연결된다. 한국인은 혈연중심과 상호의존적 특성을 강하게 갖고 살아가고 있다.
독립된 하나의 개체가 아닌 가정이라는 소집단을 중심으로 살아온 한국인은 폭넓게 사회에까지 이어져 서열, 위치, 나아가 지연과 학연 중심의 집단으로써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이는 곧 치열한 경쟁과 승부욕을 불러일으키고 불행히도 차별과 비교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인은 집단적 자아를 갖고 있다. ‘나’를 행위의 중심으로 삼지 않고 ‘우리’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려 한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얼마나 잘 어울리고 속하고 있는지를 항상 고민하고 또 노력한다.
여기서 ‘우리’라는 집단을 중시하는 민족을 가까운 일본의 경우와 비교해본다면 한국인의 ‘우리’에 친밀한 정과 편안함, 그리고 든든한 보호막과 같은 역할로 뿌리박혀 1차원적인 가족에서부터 폭넓은 국민적 차원에서의 인간관계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우리(われわれ)’ 개념은 집단의 조직성과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수직적 관계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사용하는 ‘우리’의 상징은 독특한 국민적 심리기제가 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집단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밥상문화를 볼 수 있다. 한국인의 밥상은 가족이란 공동체를 중심으로 차려져 왔다. 개개인의 기호는 공동체의식에 가려진 채 개인을 위한 밥상이 아닌 가족집단을 위한 밥상문화 속에 살아왔다. 가족 밥상에 자기 기호에 맞는 음식이 있어 그것만 혼자 먹게 되면 부덕의 소치로 여겨 꾸지람을 듣게 된다. 이와 반대로 또한 한국인은 같이 사는 집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가려진 수많은 전용공간을 회피해 가며 살아가야 했다. 한 집 안의 공동공간에도 보이지 않는 벽으로 차단된 전용의식이 있다. 이를테면 바깥주인이 밤이 아닌 대낮에 안방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없고 또 남자가 부엌에 드나드는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든지 하는 식으로 공간이용의 제한이 있다.
이 같은 공동체 내의 제한된 전용의식은 한국인이 유목민인 유럽이나 중앙아시아 사람과는 달리 일찍 정착한 농경민이었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유목민의 생명원인 목초지는 네 것 내 것이 없는 공용이 중심인 데 비해 농경민의 생명원인 토지는 네 것 내 것의 한계가 뚜렷한 전용이다. 유목민은 부족집단으로 이동하고, 집단으로 취사하며, 집단으로 잠을 자는 데 비해 농경민은 가족집단으로 정착하고 가족끼리 취사하며 가족끼리 잠을 자는 특징이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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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윤선 <미술치료 전문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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