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협상의 길이 꽉 막혀 있다. 김정은은 지난 5월4일과 9일 신형전술 무기 발사체와 단거리 미사일(사정거리 300-420km)을 동해안으로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그는 4월13일 미국을 상대로 금년 말까지 새로운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 협상은 끝이라는 시한을 제시한바 있다. 북한은 공을 미국 측으로 넘겨놓고, 내외용 압박공세를 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협상재개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트럼프는 미사일이 단거리 용이라는 점을 굳이 강조하면서 “김정은과의 신뢰가 아직 살아있으며” 트럼프가 김정은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그가 알고 있기 때문에 결국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미국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등 첨단무기 실험을 계속하고, 북한의 수송 선박을 석탄 수출등 유엔 제재 위반으로 동남아 해상에서 압류, 미국영해로 유인했다. 한미 간의 훈련도 새로 조정된 규모와 계획으로 계속한다. 북한의 불만이 높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이후 문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 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해달라는 트럼프의 부탁을 받았음에도 김정은이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탄도 미사일인지의 여부와 대북정책 실패 주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북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의 비행 궤적이 탄도미사일이라면 유엔제재를 위반하는 것으로 추가적인 제재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문제시하는 미국정부의 입장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 김정은이 트럼프에 약속한 것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고, 트럼프가 이를 자신의 업적으로 치부해온 처지에서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북한은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을 통해서 북미협상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교체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고, 이어서 최근 급속도로 지위가 상승한 최선희 제1 외무부상이 4월30일 만약 미국이 계산법을 바꾸지 않고 현재의 입장을 고집한다면 “미국이 원치 않는 결과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고는 폼페이오가 김정은이 약속한 비핵화의 실현을 기대하지만, 북이 끝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궤도의 수정(Change Paths)도 가능하다고 말했던 4월25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가 있은 뒤에 나왔다. 최 제1 부상은 ‘궤도의 수정’은 북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맞섰다. 하지만 “우리의 비핵화 결심은 변화가 없으며, 때가 오면 실천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국처럼 협상의 문은 열어놓고 있다.
김정은은 군사력 강화와 시위를 계속하면서, 자급자족의 자력갱생을 강조한다. 북한은 싱가포르에서 미국이 약속한 관계개선과 적대관계 청산은 말뿐이었고, 최대의 압력으로 북한체제를 압살 붕괴시키려는 시도는 이전의 미국 행정부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항변한다. 현시점에서 비핵화를 위한 외교협상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재개될지는 불투명하다.
지금 김정은이 당면한 과제는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다. 세계식량기구는 북한의 금년도 식량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해서, 북한인구의 40%가 식량난을 겪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약 120만톤의 식량을 외부 원조에 의존해야 하는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열악한 인권실태로 국제사회가 식량지원을 꺼린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북한은 군사적 위협이나 제재압력 때문에 핵무기나 미사일을 내려놓을 나라가 아니다. 죽을 때까지 목숨을 걸고 버티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버릴 수 없다는 생각도 북한에 힘이 된다. 북한은 앞으로 도발을 관리할 수준을 유지하거나 핵 실험까지 감행할는지도 모른다.
한편, 북한입장에서는 지금이 미국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북한을 상대하고 있고, 한국 대통령이 북미간의 대화를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3년후 한국에는 또 다시 반북 보수정권이 들어설 수 있고, 2년 후엔 트럼프가 대통령이 아닐 수도 있다. 전쟁방지와 평화를 위해서도 미국과 북한이 해야할 일들이 있다. 쌍방이 조금씩 양보할 수 있는 영역은 얼마든지 있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비핵화 약속의 실천을 위한 정치적 의지를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대화의 재개는 여기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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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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