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별리그 마지막 3경기서 모두 막판‘극장골’로 16강 기사회생
▶ 맨시티와 8강전-아약스와 4강전 모두‘기적의 드라마틱 피니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라이벌 리버풀과 토트넘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려놓은 지난 7일과 8일 대회 4강 2차전 경기들은 각각 ‘안필드의 기적’. ‘암스테르담의 기적’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그 누구도 현실에서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없었던 믿기지 않는 대역전 드라마가 이틀 연속 터져 나왔고 ‘기적’이라는 말을 빼고는 이 엄청난 이변들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토트넘이 이번 대회 결승까지 올라간 여정을 살펴보면 ‘기적’이 이번 4강 2차전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실 토트넘은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에 오른 것부터가 기적이었다. 16강 진출이 완전히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3경기 연속 경기 막판에 터진 결승골과 동점골로 기적처럼 16강에 올라갔기 때문이다.
인터 밀란(이탈리아) 원정으로 펼쳐진 초별리그 1차전에서 1-2, 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홈경기에서 2-4로 연패를 당하며 올해 대회를 시작한 토트넘은 PSV 아인트호번(네덜란드)과의 원정 3차전에서도 2-2 무승부에 그치며 첫 3경기에서 승점 1을 얻는데 그쳤다. 사실상 배수진을 쳤던 아인트호번 원정에서 무승부에 그친 뒤 토트넘의 모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도 “희망이 거의 사라졌다”면서 “16강 진출 희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런 벼랑 끝에서 토트넘이 기사회생한 과정을 살펴보면 어쩌면 토트넘이 이번 시즌 ‘운명의 팀’(Team of Destiny)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조별리그 4차전인 아인트호번과의 홈경기에서 토트넘은 후반 44분에 터진 해리 케인의 결승골로 2-1 승리를 따냈고 이어 인터 밀란과의 홈 5차전에선 후반 35분에 나온 크리스천 에릭센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하지만 연속 막판 2연승에도 불구, 토트넘은 16강행 가능성이 여전히 희박했다. 토트넘의 남은 조별리그 최종전은 조 1위이자 우승후보인 바르셀로나와의 원정경기였던 반면 경쟁팀 인터밀란은 최하위 아인트호번과 홈경기를 남겨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밀란은 안방에서 아인트호번과 1-1 무승부에 그쳤고 동시에 벌어진 경기에서 토트넘은 후반 40분 터진 루카스 모우라의 동점골로 극적인 1-1 무승부를 일궈냈다. 이로써 토트넘과 인터밀란은 승점 8로 동률이 됐고 타이브레이커인 양팀간의 맞대결 성적에서도 2-2 동률이 됐으나 원정골에서 토트넘이 1-0으로 앞서 극적으로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16강에 기사회생한 토트넘은 독일 분데스리가 선두를 달리던 도르트문트와의 16강전에서도 상대로 열세가 예상됐으나 홈 1차전에서 손흥민의 멋진 선제골을 시작으로 예상 밖의 3-0 완승을 거둔 뒤 여세를 몰아 2차전 원정도 1-0으로 따내며 두 경기 합계 4-0으로 도르트문트를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이어 사상 초유의 쿼드러플(4관왕)을 노리던 EPL 최강 맨체스터 시티와 만난 8강전은 더 드라마틱했다. 홈 1차전에서 손흥민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따낸 토트넘은 2차전에서 역사에 기록될 대접전 끝에 손흥민의 2골과 페르난도 요렌테의 한 골 등 3골을 뽑고도 3-4로 패했으나 두 경기 합계 4-4 동점이 돼 이번에도 원정골로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특히 후반 추가시간 종료직전 맨시티의 라힘 스털링에 극장골을 내주고 망연자실했다가 비디오 부심(VAR)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노골이 선언돼 기사회생한 것은 역시 ‘기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기적은 아약스(네덜란드)와의 4강전에서 또 다시 재현됐다. 출장정지로 손흥민이 뛰지 못한 가운데 홈 1차전을 0-1로 진 토트넘은 원정 2차전에서도 전반에 2골을 더 내줘 합계 0-3으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어졌으나 후반 루카스 모우라가 기적같은 해트트릭을 성공시켜 합계 3-3을 만들어, 이번에도 원정골로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결국 토트넘은 이번 대회에서 16강과 4강, 결승티켓을 모두 원정골로 얻어낸 것이었다.
특히 토트넘을 결승에 올려놓은 모우라의 마지막 골은 후반 추가시간 5분이 막 지나가는 순간에 터져 나왔다. 그 할리우드 영화로도 만들어 낼 수 없는, 믿기 어려운 기적의 퍼레이드였다. 과연 6월1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타 메트로폴리타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홈구장)에서 개최되는 리버풀과의 결승전에서 또 어떤 기적의 드라마가 토트넘을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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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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