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의하면 북한이 지난 5월3일 미국시간 오후 9시께부터 약 1시간 동안 김정은이 참관하는 가운데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10여 발을 쏘았다고 한다. 비행거리는 최대 200㎞였고. 북한은 하루가 지난 어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를 동원한 화력 타격 훈련이라고 밝혔지만 이 무기는 단거리미사일로 남한을 공격하기 위한 미사일이라고 보여진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새로운 변곡점을 찾지 못한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어느 쪽이든 심각한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북한이 강원도 원산에서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의 정체에 대한 국방부의 발표를 놓고 신중함을 넘어 정권 핵심부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한민국 국방부는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직후 처음에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했다가 40여 분 뒤 ‘단거리 발사체’로 정정했고 5일에는 다시 ‘신형 전술유도무기’라는 김정은의 눈치를 보느라고 애매한 표현을 동원 했다.
이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거의 확실하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는 러시아가 2006년 실전 배치한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외형이 흡사해 붙여진 이름으로, 작년 2월 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처음 등장했으며, 비행거리는 200여㎞ 이상으로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쏠 경우 중부권 이남 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이번 발사체가 미사일이냐 아니냐의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 북한의 의도가 대북압박 기조를 유지하는 미국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과시이든,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는 메시지든 중요한 건 북한이 언제든지 대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다시 입증했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이미 미국이 올해 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새 길을 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은 아직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금지) 약속 위반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몇 달 전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것도 2016년 이후 유엔대북제재 5건을 해제해 달라는 북측 요구를 미국이 거절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북측 표현에 따르면 5건은 인민 생활에 직결된 것이다. 북한 사정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말이다. 러시아나 중국에 손을 내밀었지만 별 소득이 없었던 게 분명하다. 북한 정권이 진정 인민을 위한다면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이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비핵화를 통해 세계 무대에 걸어나오면 그것이 인민을 살리는 길이다.
얼마 전 판문점선언 1주년이 조용히 지나갔다. 취임 2주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가 대북정책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북한의 이런 도발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 한국 좌파 정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고 국제사회에서의 북한 입지만 좁힌다. 자신들의 카드가 먹혀 들지 않으면 공해상에 발사체를 쏘아대는 모습을 데자뷔처럼 보면서 국제사회는 북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심만 더할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대해 “김정은은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 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아직은 관심 끌기 수준이어서 정면 대응할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미국은 김정은이 사거리를 단거리에서 중·장거리로 차츰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화를 냈다가 참모들의 만류로 참았다는 언론보도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은 북한과 협상이 결렬되면 경로를 군사옵션으로 바꿀 것”이라고 분명히 경고했다. 북한이 아무리 수위를 조절한다고해도 도발을 계속할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인내심을 잃을지 모른다. 북한 김정은은 위험한 불장난의 끝은 멸망을 자초한다는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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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주 한미자유연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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