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우라 후반 ‘해트트릭’…아약스에 극적인 3-2 역전승
▶ 합계 3-3, 원정골에서 앞서 사상 첫 챔스리그 결승행
후반 추가시간 종료직전 기적같은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토트넘의 루카스 모우라가 환호하고 있다. <연합>
‘꿈의 무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기적’이 이틀 연속 일어났다. 리버풀이 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4강전에서 3골차 열세를 뒤집는 대역전승을 거둔 ‘안필드의 기적’이 일어난 뒤 하루 뒤 또 다른 잉글랜드팀 토트넘도 ‘자이언트 킬러’ 아약스(네덜란드)를 상대로 적지에서 후반 3골차 열세를 뒤집는 ‘암스테르담의 기적’을 연출하며 팀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다. 이로써 토트넘의 손흥민은 박지성에 이어 한국선수로 두 번째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나서게 됐다. 다음달 1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스테디엄에서 벌어지는 결승전에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라이벌인 리버풀과 토트넘이 패권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벌어진 대회 4강 2차전에서 토트넘은 홈팀 아약스에 전반에 2골을 내주고 패색이 짙었으나 루카스 모우라가 후반 추가시간 6분에 보고도 믿기지 않는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는 등 후반에만 혼자서 3골을 몰아치는 해트트릭을 성공시켜 극적인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토트넘은 아약스와 두 경기 합계 3-3 동점을 이뤘으나 원정골에서 앞서 아약스 손아귀에 들어갔던 결승티켓을 마지막 순간에 훔쳐내는 기적 드라마를 일궈냈다.
어쩌면 전날 ‘안필드의 기적’보다 더 가능성이 희박했던 반전 드라마였다. 이미 원정 1차전에서 1-0으로 이긴 아약스가 전반에 2골을 뽑아 스코어 합계 3-0을 만들자 토트넘의 컴백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더욱이 전날 리버풀은 홈에서 경기한 반면 토트넘은 적지에서 후반 45분 만에 3골차 열세를 뒤집어야 하는 ‘미션 임파서블’ 상황이었다.
전반 내내 아약스의 물 흐르는 듯 유연한 패싱게임과 스피드에 고전했던 토트넘이었기에 기적을 바라는 것조차 ‘언감생심’처럼 느껴졌다. 아약스는 경기 시작 4분 만에 캡틴 마테아스 디리트가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 선제골을 터뜨린 데 이어 35분에는 하킴 지약의 통렬한 왼발슈팅으로 추가골을 뽑아 이 경기 2-0, 합계 3-0 리드를 잡고 결승을 향해 순항하고 있었다.
토트넘은 선제골을 내준 직후 손흥민이 왼쪽 측면을 돌파해 골라인 부근까지 치고 들어가 꺾어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가 아약스 왼쪽 골대에 맞고 튀어나왔고 23분엔 역습 상황에서 델리 알리의 스루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수비수 사이를 뚫고 오른발 슈팅을 때린 것이 약하게 빗맞아 골키퍼에 안겼다. 곧이어 크리스천 에릭센의 결정적 슈팅도 골키퍼 정면으로 가는 등 전반 몇 차례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이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토트넘의 모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미드필더 빅터 완야마를 빼고 장신 스트라이커 페르난도 요렌테를 투입, 벼랑 끝에서 ‘올인’을 선언했다. 그리고 요렌테는 전방에서 포스트플레이를 통해 조금씩 토트넘 공격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총공세로 나선 토트넘은 후반 8분 에릭센의 절묘한 크로스를 골문 오른쪽에서 델리 알리가 달려들며 오른발을 갖다 댄 슈팅이 아약스 골키퍼의 감각적인 세이브에 막혀 아쉬운 탄성을 질렀으나 곧바로 2분 뒤 모우라의 추격골이 터지며 희망을 되찾았다. 역습 상황에서 중앙 쪽으로 돌파해 들어가던 델리 알리가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꺾은 볼을 옆에서 함께 달리던 모우라가 가로채 전진하며 왼발 슛으로 아약스의 골문을 열었다.
그리고 첫 골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두 번째 골이 터졌다. 4분 뒤인 후반 14분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볼을 잡은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으로 오버래핑해 들어가는 키어런 트리피어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트리피어의 땅볼 크로스를 골문 바로 앞에서 요렌테가 슛한 것이 골키퍼의 수퍼세이브에 막혔다.
하지만 흐른 볼을 다시 잡은 모우라가 문전 혼잡한 상황에서 절묘한 드리블로 수비수 2명을 따돌리고 왼발슈팅으로 두 번째 골을 터뜨려 2-2 동점을 만들면서 승부는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 들어갔다. 아직 합계 스코어에선 아약스가 앞서있었으나 토트넘이 한 골만 추가하면 원정골로 승패가 뒤집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 상황에서 아약스는 수비에 치중하는 잠그기 대신 적극적인 역습으로 추가골을 노렸고 후반 34분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으나 지약의 회심의 왼발슈팅이 토트넘 오른쪽 골대를 때리고 튀어나오며 불길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토트넘도 후반 41분 코너킥 상황에서 얀 베르통언이 연속 두 차례 결정적 슈팅을 시도했으나 크로스바와 수비수에 막히며 마지막 찬스가 사라진 듯 했다.
결국 가장 극적인 드라마는 종료 직전에 펼쳐졌다. 후반 추가시간 5분이 다 지나는 순간 무사 시소코가 전방으로 길게 차 준 볼을 요렌테가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왼발 컨트롤로 델리 알리에 연결하자 알리가 다시 원터치로 전방으로 볼을 찔러 넣었고 이를 모우라가 논스탑 왼발슈팅으로 연결, 아약스 골네트를 흔들었다. 기적이 현실로 나타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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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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