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변호사
볼티모어와 워싱턴 DC 흑인 밀집지역 주민들은 언제 어디서 누가 총격 피살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매일매일 생활한다.
지난달 28일 교차로에서 백주에 점심을 먹던 사람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한 사람 때문에 1명이 죽고 7명이 부상당했다. 얼마 전에는 복면 괴한이 DC의 주택에 침입하여 10대 소년을 그의 의붓아버지 앞에서 살해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여름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러 길에 나갔던 소녀가 괴한의 총에 맞아죽는 흉변이 생겼는데 그와 비슷한 사건들이 금년 여름에도 일어날 것은 분명하다. 소위 문명문화 국가들 중 유일하게 총기구매가 담배 사기보다도 쉬운 역사와 전통 때문이다.
수정헌법 제2조에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무기를 소유할 수 있는 시민들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라고 나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연방대법원도 오랫동안 무기소유권이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독립전쟁 때 필요했던) 민병대에 관련된 경우라고 해석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이 2008년에 헬러 대 컬럼비아 특별시(DC)사건 상고심에서 총기소유권이 개인에게 있는 것이라는 5대4의 판결을 내린 이래 개인의 총기소유권 제한운동에 근본적인 족쇄가 채워진 것이다. 전국총기협회(NRA)가 심지어는 군대의 전투용 급 자동연발소총과 탄창 등의 개인소유를 규제하는 것을 옹호하는 정치인들을 낙선시키는 사례들이 빈번하기 때문에 대법원 판도가 확 바뀌기 전에는 미국의 비극은 계속 될 것이다.
미국인들의 총기 소유는 엄청난 피 흘림을 초래한다. 20년 전 콜로라도 주 컬럼바인 고등학교의 두 학생이 급우들과 교사 등 13명을 사살하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다음 버지니아 텍의 대량학살, 커네티컷 샌디 훅스 초등학교에서 수십명 초등학생들의 학살, 그리고 작년도 플로리다 한 고등학교에서의 사건 등에도 불구하고 NRA와 그에 공조하는 정치인들은 2008년의 헬러 판례를 금과옥조처럼 되뇐다. 미국이 제대로 된 나라라면 수정헌법 제2조를 개정해서라도 근본적인 해결을 보겠지만 그야말로 연목구어처럼 불가능하다.
워싱턴포스트지의 1일자 오피니언 면에 실린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여의사의 기고문이 총기에 의한 미국의 비극을 잘 조명한다. 니키 스탬은 심장과 폐 전문외과의사로 16년간 일해 왔는데 그동안 총 맞아 부상당한 사람을 딱 2명 치료했단다. 한 사람은 총기 오발로 다쳤고 다른 사람은 자살 미수에 그친 경우다. 그는 자신의 그 경험을 미국인 외과의사들과 대조시킨다.
미국인 응급실 의사들은 총상부상자들을 한 시간에 한 명꼴로 수술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는 매일 100여명이 총기에 의해 희생된다. 자살이나 사고사도 많고 범죄행위의 피해자들도 많을 뿐 아니라 경찰업무 수행중의 피살자들도 포함된다.
스탬 의사에 따르면 호주의 총기 희생자 수가 희소한 이유가 1996년 포트 아서에서 발생한 대량학살 사건의 결과란다. 어떤 사람이 반자동소총을 사용해 35명을 죽이고 23명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이었다. 그 사건 직후 호주의 정치인들은 당적에 관계없이 협력하여 총 소유 제도에 근본적인 개혁을 이룬다. 개혁입법 가운데는 민간인들의 반자동소총 소유에 대한 금지, 총을 소유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포함하는 허가제도 그리고 무기와 탄약의 보관에 대한 규제 등이 포함됐다. 그리고 시민들도 개혁입법을 지지하여 소유가 금지된 무기들을 관계당국에 매도했단다.
그 결과 호주에서는 총기에 의한 살인사건들이 격감했을 뿐 아니라 총기에 의한 자살도 58%나 감소됐음을 스탬은 지적한다. 그동안 5명 이상이 포함된 유일한 대량살인 사건은 2018년에 어떤 남자가 합법적으로 소유했던 총으로 자기 가족들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란다.
회원수가 500만이라고 자랑하는 NRA가 합리적인 무기규제를 무조건 반대하고 정치인들이 NRA를 두려워하는 현실이 계속되는 한 타인종, 타종교 혐오자들, 정신분열증 환자들, 잡범들에 의한 피 흘림은 계속될 것이다.
또 부모들의 무기 관리 부주의로 어린아이가 제 동생을 죽이는 불행, 자살자들의 자해행위, 욕지거리 정도로 끝날 도로 상의 분규 때문에 총질하는 현상, 총을 차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흔한 상황에서 경관들이 차를 세우면 총질하기 때문에 희생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과잉대응 등으로 금년에도 도합 3만 명 이상 희생될 것을 생각하면 오스트레일리아를 부러워하는 미국인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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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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