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유에스 뉴스앤월드 리포트지가 2019년도 최우수 고등학교 리스트를 발표했다.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토마스 제퍼슨 (TJ) 과학고가 그 중 4위로 랭크되었다. 이는 작년의 10위에서 6단계가 상승한 셈이다. 상위 300위 권에 10개의 워싱턴 지역 학교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순위 선정을 사실 좋아하지 않는다. 순위 선정에 6가지 평가 기준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대입준비도, 고교 졸업을 위한 수학과 읽기 능력에 대한 주 정부 평가 시험 성적, 전체 학생들의 수학과 읽기 평가 성적과 학교 내 흑인과 히스패닉 그리고 저소득층 학생들 분포를 감안한 기대 성적과의 비교, 학교 내의 흑인, 히스패닉 그리고 저소득층 학생들의 평가 시험 성적, AP와 IB 과목 수강과 시험 합격률, 그리고 졸업률이 바로 그 평가 기준이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1위로 선정된 사우스 캐롤라니아 주에 있는 아카데믹 마그넷 고등학교와 TJ를 비교한다면 다르게 평가를 받아야 할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두 학교 모두 졸업률과 읽기 평가가 100%이고 수학에서 TJ는 100%를 보인 반면 1위 학교의 성적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저소득층 학생 비율은 1위 학교가 3%, TJ가 2%로 두 학교 모두 상당히 낮은 편이다. 단지 차이라면 1위 학교가 위치한 학군 전체 학생들의 성적이 페어팩스 카운티 보다도 낮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1위 학교가 TJ 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으로 짐작 될 뿐이다. AP와 IB 과목 수도 4개로 제한했으니 사실 TJ는 좀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부분도 없다.
실상은 이렇지만, 과거에 1위로 선정되기도 했던 TJ가 계속 1위를 유지하지 못한다고 조바심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 학교가 무엇을 잘 못했기에 다른 학교와의 순위 경쟁에서 밀리느냐고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순위에 대한 집착은 대학교 선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사람들은 최우수 대학들 가운데에서도 차별을 두려고 순위 매김을 한다. 그 기준으로 합격생 평균 SAT 성적이나 합격률을 따져 보기도 한다. 그래서 자녀들이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을 정할 때 그러한 순위로 하려고 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 지난 5월 1일까지 대다수의 대학들이 합격 통지서를 받은 12학년 학생들에게 입학 결정 여부를 통지하라고 했을 텐데 과연 그 결정 과정에서 대학 순위가 어떻게 작용했을지 내심 궁금하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의 대학 선배 한 명으로부터 여러 해 전에 들었던 얘기가 생각났다. 나보다 몇 년 선배인 그녀는 남편과 함께 둘 다 모두 하버드 대학 출신이다. 그리고 당시 세 자녀들 가운데 두 명이 하버드 대학에 입학 했다. 그리고 막내도 역시 하버드 대학에 합격했다. 그런데 그 막내는 브라운 대학에 입학했다고 한다. 같은 아이비 대학이라도 하버드 대학과 브라운 대학 사이에 각종 기관들이 임의로 매긴 순위를 가지고 소위 말하는 ‘학교 서열’을 따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막내 아이에게는 그런 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모와 두 위 형제들 모두 하버드 대학 출신인데 굳이 다른 대학교를 가기로 한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 모두 그의 결정을 존중했다고 한다. 두 학교를 모두 방문해 보고 학업, 생활 환경 등 여러가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우수 고등학교 순위 결정이나 선정이 모두가 잘못되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순위가 해당 학교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1위와 4위 사이, 아니 심지어 1위와 10위 사이에서도 사실 큰 차이점은 없다. 그래서 굳이 학교를 평가해 순위를 정해야 한다면 그냥 몇 백위씩 한 묶음으로 해서 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학교, 학생, 학부모들 모두 별 의미 없는 단 몇 위의 변경에 희비가 갈리는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할 필요도 없으면서 동시에 다른 학교들과 상대 비교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어느 정도 그대로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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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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