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영화 식의 첨단무기들이 즐비한 오늘날에도 남북전쟁 유물인 단발소총(라이플)으로 외침을 거뜬히 막아내는 철옹성이 있다. 장장 148년의 역사와 500여만명의 외골수 회원, 연간 5억달러 가까운 로비예산으로 미국정부의 총기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비영리단체 전국총기협회(NRA: National Rifle Association)다. 그 철옹성이 요즘 사면초가에 몰렸다.
NRA는 꼭 일주일전 인디애나폴리스 연차총회를 전후해 격랑에 휩쓸렸다. 올리버 노스 회장(1980년대 이란-콘트라 사건 주역)이 라이벌인 웨인 라피에르 CEO(부회장 겸임)를 밀어내려다가 오히려 자신이 쫓겨났다. “미국정치에 개입하려고 NRA에 침투했다”는 러시아 첩자가 총회 날 법정에서 혐의를 시인했다. 재정 비리로 소송전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총회 전날 샌디에고의 유대교 회당 안에서 백인청년이 자동소총을 난사해 4명의 사상자를 냈고, 하루 뒤엔 볼티모어에서 한 흑인이 옥외 파티중인 군중을 향해 총을 쏴 사상자 8명을 냈다. 사망자만 11명을 낸 작년 10월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 테러 이후 무차별 총격 사건이 이어지자 총기규제를 앞장서 막는 NRA를 비난하는 여론이 더욱 드세졌다.
그러나 NRA를 휘청거리게 만든 펀치는 따로 있다. NRA의 불법행위 혐의를 조사하겠다는 뉴욕 주정부 발표다(애당초 NRA의 설립 등록지는 뉴욕주임).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NRA는 십중팔구 면세혜택을 박탈당하고, 그렇게 되면 비영리기관인 NRA는 사실상 존립할 수 없다. 이미 한 총기규제단체는 NRA의 면세혜택 박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군으로 나섰다. 그는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와 레티시아 제임스 주검찰총장이 권한을 넘어 NRA를 장악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NRA가 뉴욕주를 떠나고 회원들이 단결해 뉴욕 주정부에 투쟁하라”고 부추기는 글을 트위터에 잇달아 올렸다. 이날 CEO로 재선된 라피에르도 “위기는 기회다. NRA는 다시 단합해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민주당원인 쿠오모 지사가 곧바로 트럼프에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그는 “총기폭력에 당신이 한 일은 트위터에 글을 올린 것뿐이다. 만연하는 총기폭력으로 미국이 병들었고 아이들은 죽어간다. 결단의 행동이 필요한 때다. 결단은 진정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분명히 말하는데 당신과 달리 뉴욕주는 NRA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라고 꼬집는 성명서를 냈다
트럼프에겐 NRA가 보물단지다. 2012년 어린이 20명과 성인 6명이 학살당한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사건 이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총기규제법을 강화하려고 하자 NRA는 “오바마 행정부가 수정헌법의 총기소유권을 송두리째 파기시키려든다”고 선동해 캠페인 기부금을 모은 후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3,000만달러 넘게 퍼주었다.
하지만 당선된 트럼프는 NRA에 슬럼프를 안겨줬다. 총기 옹호자가 백악관을 차지해 더 이상 걱정할 게 없어지자 회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2017년 수입손실이 5,500만달러에 달했다. 직원들에게 주던 무료 커피까지 중단했다. 보험회사로부터 ‘킥백’을 받고 특정 보험상품을 회원들에게 강매했다는 루머도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의 칼도마에 올라있다.
NRA는 남북전쟁 6년 후인 1871년 창설됐다. 당시의 라이플 2정을 독수리가 발로 꿰차고 날아가는 모습이 휘장에 그려져 있다. 약 10년 먼저 설립된 영국 NRA를 본 따서 총기안전과 사격술 함양을 표방한 비영리단체였지만 점차 총기제조회사와 판매상들을 대변하는 이익단체 모양새로 바뀌었다. 1970년대 이후 미국의 가장 강력한 로비단체로 부상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3%가 모든 총기구입자의 엄격한 신원조사를 지지했다. 10년 전 54%의 거의 2배다. NRA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제임스 법무장관은 NRA가 ‘양두구육의 테러집단’이라고 대놓고 규탄한다. 철옹성 NRA가 내우외환으로 흔들린다. 하지만 쉽게 무너지진 않는다. 내년선거에서 부활할 터이다. 백인보수층의 저력이 그렇다.
<
윤여춘 시애틀 고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같이 민주당콘트롤 주들은 총기사기가 어렵지만 공화당 주들 한번 가보세요. 만 15세 아이들이 버젓이 합법적으로 총을 삽니다. 술이나 담배사는것보다 쉬워요. 이걸 오바마가 한번 고쳐보려다 전국의 총잽이들이 들고 일어난겁니다. 미 총기협회의 힘은 막강합니다. 공화당이 있는한 우린항상 어떤 미친총잽이에 의해 죽을수있는 위험에 처해있죠. 근데 그들은 국경폐쇠, 불체들때문에 나라가 망할거라고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따돌리고 선동하고있읍니다.
많은 한인들이 우러러보는 백인보수들은 거의가 다 총기소지를 하고있고 또 그중의 반이상이 거의 광적으로 총기모집에 빠져있읍니다. 이들의 꿈은 언젠가 갇고있는 이 총을 쓸수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랍니다. 그들은 절대 같은 백인은 안쏩니다. 그들이 바라는건 LA 폭동같이 누가 한번 선동하던가 아니면 자기 집에 누가 침입했을때 정당방위법아래 총을 쏘는겁니다. 그들은 유색인종을 ‘savage’라고 규정, 그들을 쏴도 인간을 쏜게 아니라고 생각하죠. 공화당은 결국 이 ****** 총잽이 집단입니다.
시민이 총이 무엇 때문에 필요 할까요? 자기를 보호할려구요? 동물을 사냥할려구요? 그냥 취미로?...하지만 사람들은 어차하면 뚜껑이 열릴때가 있지요 그렇땐 눈에 보이는게 없어 총을 사용할수도 흔히있겠지요, 정신 이상자들이 고깃값을 할려고? 총질을해 선량한 많은사람이 죽지요...미국은 정말 요상한 이해못할 일들이 많이 일어나곤 하는데 정말 이해못하겠구요,트럼프를 죽어라 지지하는 이들도 이해 못하구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