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핵화의 전망이 지금처럼 흐린 적도 별로 없었다. 4월 13일 김정은 위원장은 제14기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재압력에는 굴하지 않을 것이며, 자력갱생으로 이겨낼 것이라고 북한의 기본입장을 재확인하면서 2019년 말 까지를 대미협상의 마감일로 제시했다.
그는 미국이 최대압력을 가하면 “우리가 무릎을 꿇을 것이라”는 오판을 하지말라고 경고하고, “단지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제 3차 북미정상회담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지만, 미국이 비현실적인 계산방법을 바꾸고 새로운 자세로 나온다면, 한번 더 정상회담을 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의 이런 반응은 문재인 대통령이 4월 11일 워싱턴에서 트럼프와 만나, 비핵화 회담이 결렬된 뒤 새로운 돌출구를 찾는데 실패한 후에 나왔다. 트럼프는 현재 수준의 제재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 했고, 한국정부가 추구했던 조기수확의 스몰딜 (Small deal) 보다 현재로서는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빅딜 (Big deal)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단계적 접근 방법은 앞으로 고려할 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겼다.
김정은은 당분간 문재인 대통령과 또 한 차례의 정상회담을 갖는데 흥미를 느끼는 것 같지 않다. 이유는 문대통령으로 부터 트럼프의 대북방침에 관하여 새롭게 들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전달해 달라는 메시지 속엔 3차 정상회담에 관심이 있다는 것과 북이 핵을 포기하면 제재를 풀어주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제안이 아니다.
트럼프는 3차 정상회담도 서두르지 않고, 단계적으로 준비를 한 후에 하겠다는 것. 지난 번 하노이 때와는 다르게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대통령이 트럼프가 지난 번 보다 어떻게 다르게 나올 지에 대해서 김정은에게 해 줄 수 있는 내용이 별로 없어보인다.
한편 김정은은 지난 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한미간의 이간을 노리듯, 한국의 역할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즉 “남조선 당국은 ‘중재자’ 와 ‘촉진자’의 역할” 을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위해서 제정신을 차리고 민족의 일 원으로 할 말을 해야 한다”고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바 있다.
또한 4월 18일 북한의 외무성 미국사업 국장인 권종군은 조선중앙통신의 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낮은 단계의 성명형식을 통해서 미국이 앞으로 정상회담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보다 말이 통하고 성숙한 인물로 교체해 줄 것을 요구했다.
평양의 불만은 폼페이오가 김정은이 금년 말까지 미국의 태도변화를 기다려 보겠다고 한 것을 그 때까지 실무협상을 끝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는 것과, 최근 한 상원청문회에서 김정은을 폭군으로 지칭했으며, 특히 하노이에서 일이 잘 되어 가다 가도 폼페이오가 끼어들기만 하면 파탄이 났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도 트럼프와 김정은은 서로의 관계가 여전히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북한이 트럼프와 그의 참모 사이를 벌어지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불쑥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 폼페이오와 볼턴 등의 의견을 참작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월 17일 볼턴은 또 다시 북한의 비위를 건드렸다. 제3차 북미정상 회담이 열리려면 김정은이 비핵화를 하겠다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며, 트럼프가 말하는 “큰 거래”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희 외무성 제1 부상은 20일 볼턴의 말이 “사리분별이 없고” 그런 식으로 말하면 “ 좋을 것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4월 17일 북한은 내용을 자세히 밝히지 않은 새로운 유도탄을 실험발사 했다. 이 신형무기는 비행체 유도장치와 “강력한 탄두”를 적재할 수 있는 무기체계라고 했지만, 유엔 제재 대상인 탄도 미사일의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평양은 핵과 탄도미사일의 실험 금지라는 지금까지의 약속을 지키면서 핵과 미사일 활동을 계속하는 등 협상용 압박 수단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제재에 대한 저항을 강화하고, 미국이 요구하는 포괄적인 조기 비핵화의 빅딜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제재가 북한에 견디기 힘든 난관을 조성하고 있지만, 죽어도 항복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북한 지도부의 입장이다. 제재 때문에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는 증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중국도 미국과 무역협상을 하면서, 북한을 돕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방법이 있다면, 북한이 보다 과감하게 비핵화의 길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현 단계에선, 미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과 일방적인 미국의 협상방식 때문에도 이번에 빠진 외교협상 결렬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