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선거의 민주당 광역 후보자 경선이 5월11일부터 시작되는 네번의 조기투표를 포함해 5월21일 결정될 예정이다. 그러니까 이제 경선과정이 3주 정도 남은 셈이다. 나는 요즈음 캠페인 비용 조달을 위해 후원자들에게 선거자금 기부를 부탁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느 기부자와 정책 관련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선거자금 기부 요청을 할 때 항상 예의를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결국은 기부자에게 아쉬운 부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상대로부터 달갑지 않은 말을 듣는 상황이 되어도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금기이다. 가능한 대로 상대의 말에 수긍한다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이 기부자는 나와 같은 사회단체의 소속 멤버인데 그에게 선거자금 기부 요청 이메일을 보냈다. 이 기부자가 나와 정치 성향이 다른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단체에서 오래 동안 활동을 해오면서 친분을 쌓아왔기에 도와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4년 전 선거 때도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약 1년반 전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가 결정한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장군의 이름을 딴 한 고등학교의 개명 조치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논리는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지우려는 시도를 하지 말아야하며 개명한다고 해서 지워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위원회가 논란을 무릅쓰고도 당시 개명을 한 이유는 그 이름에 대해 상당히 많은 학생들과 주민들이 인종적 모멸감을 느낀다는 데에 있었다.
이 기부자는 내 이메일을 받고 나를 개인적으로 지지한다고 하면서, 워싱턴-리 고등학교의 개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또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면서 말이다. 질문의 의도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 학교는 페어팩스 카운티 학교가 아니기에 내가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그 학교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코멘트를 보내왔다. 더 이상의 토론이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대답을 하지 않고 다음 날 그 사람과 내가 멤버로 있는 단체의 모임에 갔다.
모임에 도착하자 나는 그 사람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런데 그 테이블에 처음 보는 사람이 같이 있었다. 그날 우리 모임을 방문한 사람이라고 소개를 받았다. 나도 인사를 하자 나에게 선거자금을 기부한 사람이 나를 방문자에게 교육위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랬더니 이 방문자가 바로 학교 이름 바꾼 것에 대한 나의 입장을 묻는게 아닌가. 그의 질문 어조에서는 개명에 찬성한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이 서로 상반된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내 입장을 다시 개진해봤자 소득 없는 논쟁으로 끝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이슈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조용히 따로 만나서 하자고 얼버무리며 건네준 후원금만 받고 다른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이러한 어색함은 단체로부터 공식 지지를 받기 위해 요청할 때도 종종 경험한다. 일반적으로 해당 단체가 표방하는 입장이나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한 대답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로부터 지지를 얻어내기 어려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철이면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식 지지 제공을 미끼로 후보자들로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약속을 유도하는 단체들도 제법 된다. 그 가운데에는 선거철에 급조된 단체들도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리기가 쉬워져버린 요즈음 이러한 단체들의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 발표에 후보자들이 민감하게 반응을 안 할 수 없게 된다.
선거 캠페인을 하다보면 특정 이슈에 대해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런데 캠페인이란 결국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가능한대로 설득해 표를 얻는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하는 것이 중요한데 힘들 때도 제법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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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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