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일요일에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중고등부 예배를 드리고 내가 맡은 9학년 학생들의 성경공부를 마치면 오후 1시 45분 정도가 된다. 그런데 지난 주 일요일은 봄방학으로 인해 성경공부가 취소되고 대신 모든 학생들이 같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에 나는 슬그머니 일어나 차를 빨리 집으로 몰았다. 마스터스 골프 시합 최종 라운드 중계의 마지막 부분이나마 보기 위해서였다.
최종 라운드의 마지막 그룹에는 타이거 우즈가 포함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마지막 그룹의 티오프는 오후에나 되어야 하는데 이 날은 오전에 시작됐다. 오후 늦게부터 예상된 비가 내리기 전에 시합을 끝내기 위해 한 그룹에 두 명이 아니라 세 명씩 내보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교회에서 나왔을 때 이미 마지막 그룹도 6홀 밖에 안 남은 상태였다. 부지런히 집에 가면 마지막 4홀 정도는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벨트웨이가 정체였다. 다행히 도중에 벨트웨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타이슨스 쇼핑몰로 달렸다. 쇼핑몰 안에 들어가 TV를 찾았는데 식당가에서나 볼 수 있었다. 몇 개의 식당 중 밖에 서서도 안 쪽의 TV를 볼 수 있는 곳을 골랐다. 그 식당은 벽이 바닥에서 허리 약간 위 까지만 있고 그 위는 열려 있었다. 처음에는 좀 떨어져서 보다가 조금씩 앞으로 다가가 낮은 벽 위에 손까지 올려놓고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가까이 서서 식당 안을 기웃거리는게 좀 어색해 벽 바로 안 쪽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던 사람과 대화를 시도했다. 다행히 그 사람도 골프를 시청 중이었기에 자연스럽게 골프 얘기를 하면서 같이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그 사람의 허락을 받아 아예 식당으로 들어가 그 사람의 테이블에 합석 했다.
웨이트레스가 다가오길래 그냥 음료수만 한 잔 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괜찮단다. 내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던 사람은 텍사스에서 방문 왔단다. 부인과 딸은 그 시간에 쇼핑 중이라고 했다. 자신은 골프가 더 좋아 혼자 식사를 하면서 보고 있는 것이란다. 물론 서로 타이거 우즈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 챌 수 있었다. 사실 식당 안에 있던 손님들 거의 모두가 우즈의 팬 인 듯했다. 우즈는 이 날 마지막 라운드를 2타 뒤진 상태로 시작했다. 그가 마지막 홀에서 1타 차이로 이기는 퍼팅을 할 때 숨 죽이고 보던 식당 손님들은 우즈의 승리가 결정되자 모두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이번 우즈의 마스터스 대회 우승은 그의 11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 쾌거이다. 마스터스 대회 우승은 5회 째로 마지막 우승 이후 자그마치 14년 만이다. 또한 메이저 대회 우승은 총 15회 째로 잭 니콜라스의 18회 기록 갱신에 한 걸음 다가갔다. 프로 대회 우승도 샘 스니드의 최고 기록인 82회에 이제 한 회 차이로 그 기록을 따라 잡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타이거 우즈를 응원하고 그의 컴백 승리에 환호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미 우승도 할 만큼 했고 돈도 충분히 벌었으며, 과거에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던 행실을 생각하면 그렇게 계속 지지를 받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출전할 때 마다 큰 관심을 끌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승리를 바란다. 어려운 샷의 귀재이고 정신력이 강하다는 게 이유의 전부는 아닌 듯하다. 그의 프로 골퍼 커리어 초기에 보여주었던 돌풍 실력이나 백인 위주의 남자 프로 골프계에서 흑인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점 만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그를 응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들 외에도 어쩌면 그가 모두에게 손가락질 받는 바닥까지 추락했었음에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그를 응원하는 우리도 살다보면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기에 그런 좌절을 딛고 일어나는 우즈를 보면서 우리 나름대로도 용기를 얻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즈에게 보내는 응원은 어쩌면 우리 자신에게 보내는 것 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즈의 우승으로 프로 골프계는 큰 활력을 얻었다. 잭 니콜라스 말대로 “환상적”이다. 내 기분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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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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