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은 물리학에서 ‘기적의 해’로 불린다. 이 해 스위스 베른의 특허청 말단 직원이 네 편의 논문을 차례로 학술지에 발표한다. 빛의 ‘광전 효과’, 분자의 ‘브라운 운동’, ‘특수 상대성 이론’, ‘질량 에너지 등가 이론’ 등이 그것이다.
이들 논문 한 편만으로도 물리학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업적이었는데 한 사람이 한 해에 이를 모두 썼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다. 이 말단 직원은 훗날 ‘광전 효과’ 논문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 ‘질량 에너지 등가 이론’에서 나온 E = mc2 은 지금까지 가장 유명한 물리학 공식으로 남아 있다. 이 직원의 이름은 물론 알버트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은 어려서 그다지 인정받지 못한 학생이었다. 수학과 물리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고 13살에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을 즐겨 읽을 정도였지만 달달 외울 것을 강요하는 선생들과 늘 부딪쳤다. 그가 대학 강사는 그만 두고 고등학교 선생 자리 하나 얻지 못한 채 특허청에 취직하게 된 것도 선생 중 누구 하나 추천장을 써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허청 취직이 오히려 복이 됐다. 업무량은 많지 않고 저녁에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로운 연구를 할 수 있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기적의 해’에 나온 네 편의 논문이다. 그의 명성이 널리 퍼지면서 그는 1908년 베른대 강사를 거쳐 다음 해 취리히 대 교수로 부임한다.
그러나 그를 뉴턴의 뒤를 잇는 위대한 물리학자로 만들어준 것은 1915년 발표한 ‘일반 상대성 이론’이다. ‘특수 상대성 이론’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의 질량과 크기, 시간에 관한 이론이라면 ‘일반 상대성 이론’은 가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에 관한 연구다. 이 이론은 ‘특수’를 일반화 시킨 것으로 적용 범위도 훨씬 넓다. 아인슈타인 본인도 ‘특수 상대성 이론’은 누구라도 발견할 수 있었겠지만 ‘일반 상대성 이론’은 자신만의 업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의 핵심 주장 하나는 물체가 가지고 있는 중력이 주변의 공간을 휘게 한다는 것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은 태양 주변의 공간이 휘어져 있어 마치 파진 홈을 따라 구슬이 구르듯 휘어진 공간의 궤도를 따라 지구가 이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이론이 맞다면 태양 주변의 공간은 휘어 있어야 하고 그렇다면 태양 뒤에 있는 별빛이 이 공간을 따라 흘러 태양 뒤 별이 보여야 한다. 평소에는 햇빛이 강해 별을 볼 수 없지만 개기일식 때는 가능하다. 1919년 5월 29일 아더 에딩턴이 이끄는 탐사팀은 서아프리카 연안 프린시페 섬에서 황소자리 인근 카파 타우리 등 별의 위치를 관측해 이것이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대로 실제 위치보다 휘어져 찍힌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200년 넘게 세계를 지배하던 뉴턴 물리학은 아인슈타인 물리학에 왕좌를 내주게 된다. 지난 100년 동안 수많은 관측과 실험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원리’가 진리임을 재확인시켜줬다.
이 이론의 중요한 주장 가운데 하나는 별의 중력이 워낙 강할 경우 주변 공간이 극도로 휘어져 빛조차 이를 빠져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소위 ‘블랙 홀’이 바로 이것이다. 블랙 홀은 최근까지 이론적으로는 확인됐지만 실제로 관측된 적은 없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니다. 지난 10일 ‘사건 지평 망원경’ 연구팀은 거대 은하 ‘M87’ 중심에 있는 블랙 홀 관측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팀은 6개 대륙에 흩어져 있는 8개 망원경을 연결해 이를 관측했는데 이렇게 해야 지구 크기의 망원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블랙 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태양보다 65억 배 무겁다고 하는데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다.
어쨌든 이번 관측으로 아인슈타인이 옳다는 것이 다시 입증된 셈이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가장 불가사의한 점은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The most incomprehensible thing about the universe is it’s comprehensible)”이라고 말했다. 은하계 변두리의 작은 혹성에 살고 있는 자그마한 인간이 블랙 홀의 존재를 예언하고 이를 관측해 입증해 냈다는 것보다 더 큰 기적이 있을까. 아인슈타인과 그 후예에게 경의와 찬사를 보낸다.
<
민경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알면알수록 모르는게 더 많아지는게 우주인것같아요.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과연 무엇인지 정말 생각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지지요. 우리는 그우주에서 어쩐 존재인지...
귀한 글 감사하고 공감합니다. 단, 아인슈타인의 예측과 입증 보다 더 큰 기적이 있을까라고 하신 것에 대하여- 분명 위대한 일이지만 더 큰 기적이 있으니 이런 우주만물과 운행원리를 만드신 영광스러우신 분이 나의 아버지라는 것 만물을 창조하시고, 영원하신 분이 세상에 오시고 나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것 그래서 인간이 시간, 물질, 육체, 세상에 갇힌 작은 것에서 벗어나 영원과 영광에 속하게 된 것 불행한 기적은 이 큰 기적들이 앞에 있는데, 모른 채, 외면한 채 사소한 기적에 감동하며, 한눈을 팔며 살아가는 것, 죽어가는 것
하나를 보면 또 다른 걸 알 든지 상상할수 있는 상대성 원리? 요즘 돌아가는 지구촌 특히 미국을 보면 미국의 장래가 오리무중 일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