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리 수술만 네 번 받고 ‘걷기도 힘들어 골프 그만둬야겠다’
▶ “첫 마스터스 우승 때는 아버지와, 지금은 내가 두 아이의 아빠”
(AP=연합뉴스)
"마지막 퍼트를 넣었을 때 제가 무엇을 했는지 몰랐지만 아무튼 저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던 타이거 우즈(44·미국)가 '골프 황제'의 자리에 돌아왔다.
우즈는 14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3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2005년 이후 14년 만에 마스터스 정상에 복귀한 우즈는 2008년 US오픈 이후 11년 만에 메이저 우승의 감격을 다시 누렸다.
우즈가 2008년 US오픈 우승을 차지할 때만 하더라도 다음 메이저 우승이 2019년에 나오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이날 우즈가 우승을 확정한 뒤 딸 샘 알렉시스, 아들 찰리 악셀과 포옹하는 모습을 지켜본 많은 팬은 '벌써 우즈의 아이들이 저렇게 컸나'하는 생각을 했을 터다.
그도 그럴 것이 샘은 2007년에 태어났고, 찰리는 2009년생이라 우즈가 우승하는 순간에 자주 등장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우즈는 이날 우승을 확정한 뒤 "처음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1997년에는 아버지와 함께였는데 지금은 내가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종일 코스를 도는 것에만 전념하려고 애썼다"며 "마지막 퍼트를 하고 나서는 내가 무엇을 한 것인지는 몰랐고 소리를 지르고 있더라"고 짜릿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16번 홀(파3) 버디로 2타 차 선두가 되고 난 이후 TV 중계 카메라에 잡힌 우즈의 표정은 미소를 띠는 것도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울컥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우즈는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리니 감정이 몰려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작년에는 마스터스에 다시 출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행운이었다"며 "그 전 시즌의 챔피언스 디너 때는 걷기도 힘들었다"고 힘들었던 시기를 돌아봤다.
US오픈에서 우승한 2008년 이후인 2009년부터가 '우즈의 악몽'이 시작된 시기다.
그해 11월 우즈의 '섹스 스캔들'이 터지면서 그는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스웨덴 출신 모델 엘린 노르데그렌과 2004년 결혼, 딸과 아들을 하나씩 둔 '행복한 가장'의 이미지였던 그는 불륜 관계를 맺었던 여성들이 줄지어 언론에 등장하는 바람에 '슈퍼스타'에서 한순간에 '변태 성욕자'로 추락했다.
결국 2010년 노르데그렌과 이혼한 우즈는 그해 마스터스를 통해 필드에 복귀, 공동 4위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세기의 섹스 스캔들'이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부상이 우즈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2008년 US오픈 우승 이후 무릎 수술을 받았던 우즈는 2014년 초 허리 수술로 인해 그해 마스터스에 불참했다.
허리 수술은 이때 한 번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2015년과 2016년, 2017년 등 총 네 번이나 받아야 했다.
2015년 마스터스 공동 17위 이후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PGA 챔피언십에 모두 컷 탈락한 뒤 부상으로 인해 사실상 선수로서 활동을 중단했던 2016년과 2017년은 우즈에게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간이다.
2017년 5월에는 자신의 차 운전석에서 잠들어 있다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당시 우즈는 음주운전 혐의는 벗었지만 약물 양성 반응이 나와 '약에 취한 우즈'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까지 달아야 했다.
우즈는 "허리 부상, 불면증 등의 치료를 위한 처방 약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결국 벌금 250달러, 1년간 보호 관찰, 사회봉사 50시간의 처벌을 받았다.
섹스와 약물 스캔들, 부상 등 갖은 어려움을 다 이겨내고 다시 마스터스 정상에 우뚝 선 우즈는 "최근 몇 년간 마스터스에도 나오지 못할 정도였는데 1997년 첫 우승 이후 22년이 지난 올해 다시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십을 제패, 2013년 8월 이후 5년 만에 우승 타이틀을 차지하고, 브리티시오픈 등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하며 재기 가능성을 밝혔던 우즈는 이번 대회 개막 이전에 미국골프기자협회(GWAA)가 주는 '벤 호건 어워드'를 받았다.
이는 남녀 골프 선수 가운데 가장 인상적으로 재기한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올해 1월 수상자로 선정된 우즈는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열린 시상식장에서 "부상 때문에 정말 골프를 그만둬야겠다고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번 대회가 끝나고 그 상을 받았더라면 더 멋있는 시상식이 될 뻔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