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호랑이 엄마의 승전가’라는 책을 낸 에이미 추아 예일법대 교수는 곧잘 논쟁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펼친다. ‘호랑이 엄마 ~’에서 그는 칭찬 일색인 미국부모와 정반대로 혹독하게 공부시키는 중국(혹은 한국) 부모의 양육방식을 내세움으로써 주목도 받고 ‘자녀 학대’ 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후 역시 예일대 교수인 남편과 공동으로 펴낸 ‘트리플 패키지’에서는 성공하는 집단이 따로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이 다인종 다민족 사회이지만 모든 소수계가 똑같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예가 유대계. 유대계는 미국 성인인구의 2%에 불과하지만 역대 노벨 수상자들 중 1/3이 이들이다. 근년 뜨는 집단으로는 몰몬교도가 꼽힌다. 지난 30년 사이 미국 대기업 리더들 중 몰몬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그 다음 빼놓을 수 없는 집단은 아시안이다. 인도계의 경우 가구당 중간소득이 미국평균의 2배에 달한다. 한국, 중국, 베트남 이민가정 자녀들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학력과 무관하게 성공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안 학생들의 SAT 점수가 월등하게 높은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2012년 기준, 전체 평균보다 143점, 백인보다 63점 높다.)
그렇다면 이들 성공하는 집단은 유전적으로 우월한 것인가. 그건 아니라고 추아 교수는 말한다. 기필코 성공하겠다며 이를 악물고 매진하는 힘, 그런 문화적 분위기가 비결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한인 이민1세들이 낯선 땅에서 자리 잡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고, 2세 자녀들은 그런 부모의 헌신을 보면서 그리고 부모의 닦달에 밀려서 ‘공부, 성공’에 목을 매는 분위기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2세들이 자라 부모가 되고 그 자녀 즉 3세들의 시대가 되면 어떻게 될까. 일단 SAT 점수를 보면 아시안 3세들은 더 이상 백인들보다 낫지 않다. 3세대쯤 되면 미국생활이 안정되어 이민자 불안감이 없어진 탓이다. 공부나 성공은 집단의 분위기가 아니라 개별적 선택의 몫으로 남는다. 1세대가 개척하고, 2세대는 발전시키며, 3세대는 안정을 누리는 구도이다.
같은 구도가 자수성가 부자들에게도 적용된다. 한국의 기업역사가 길어지면서 재벌가의 3세들이 성인이 되었다. 태어나는 순간 돈방석에 올라앉은 이들 초특급 금수저가 온갖 말썽으로 사회적 눈총을 받고 있다. 폭행에 갑질에 마약에….
그 조부들의 전설적인 개척사를 익히 들어온, 그래서 그 집안을 아는 듯한 느낌인 우리는 손주 세대의 일탈이 안타깝다. “부자 3대 못 간다”는 말이 들먹여진다. 후대의 재목이 저러하다면 어찌 선대의 유업을 지켜나갈 것인가 하는 회의이다.
“부자 잘해야 3대”라는 인식은 시대와 지역을 넘어 보편적이다. 중세 영국에서는 “나막신에서 나막신으로 가는데 3대”라고 했고, 스페인에는 “1세대 상인, 2세대 자산가, 3세대 거지”라는 속담이 있다. 미국에서는 작업복에서 작업복으로 가는 데 3대 걸린다고 말한다. 일명 ‘3세대 사이클’이다.
이론은 간단하다. 성공에 대한 집념으로 1세대가 온갖 역경을 무릅쓰고 열심히 일해 부의 기반을 쌓아놓으면, 이를 지켜본 2세대는 같은 가치관을 이어받으며 이미 구축된 기반을 토대로 더 큰 부를 이뤄낸다. 문제는 3세대이다. 고생이나 결핍을 경험한 적도 목격한 적도 없는 이들은 뭔가를 목표로 노력해야 할 필요도 이유도 못 느낀다. 넘치도록 많은 부를 흥청망청 쓰는 게 몸에 배었을 뿐. 세상에서 좋다는 것들을 다 가져 봐도 시들하니 다음 수순은 일탈이다. 그렇게 3세대가 재산을 들어먹는 일이 동서고금으로 반복되어왔다.
재산증식 컨설팅 기업인 윌리엄스 그룹에 의하면 부호 가문들 중 2세대 때 재산을 날리는 케이스는 70%, 3세대가 되면 90%가 재산을 잃는다. 3대에 이르면 누구나(혹은 대부분) 다시 바닥에서부터 시작한다니 그런 면에서 세상은 공평하다.
한자로 나무 ‘목(木)’은 나무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서있는 모양이라고 한다. ‘一’이 땅, 그 위로 솟은 선이 줄기, 아래로 뻗은 3개의 선이 뿌리이다. 땅 속으로 탄탄하게 뻗은 뿌리가 있어서 나무는 높이 자랄 수 있다.
그래서 나무의 높이가 성공을 상징한다면, 뿌리의 길이는 숨은 노력과 인내를 상징한다. 모든 나무는 키만큼 긴 뿌리를 땅속에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재벌가 3세의 문제는 노력 없이 너무 많은 걸 가졌다는 것이다. 나무가 키는 엄청 큰데 뿌리가 없으니 쓰러지기 십상이다.
과도한 풍요와 안락은 축복이 아니다. 새의 조건이 너무 안락해서 날 필요가 없으면 날개는 퇴화한다. 부자 부모가 후손에게 재산만 물려주면 일종의 직무유기이다. 그들이 노력하고 도전할 기회를 원천봉쇄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근면, 성실, 절약 등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일이다. 뿌리가 깊어야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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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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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겪어 아는사실들, 이민 2세대는 일세대보다 사회적으론 성공했고 부자동네에 살고 안정되게 살면서도 은근히 걱정되는 구석이 있지만 마음한구석엔 동양의피가 흐른다는걸 알아 게속 열심히 부모세대 처럼 만 노력해서 3세대에 본보기를 보여준다면 다음세대에도 잘 될걸 믿습니다. 부모가 본보기를 보여 줄 때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