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비보를 접하고서 본란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었다. 대통령까지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분이 천신만고 끝에 대통령이 되었고, 국민과 함께 국민의 눈높이에서 치열하게 노력했던 게 정권 말기가 되니 세상의 질곡을 모두 그가 저지른 것으로 민심은 싸늘하게 식어 버리고, 결국 퇴임 1년을 넘기지를 못하게 야박하고 모질었다. 올렸던 글은 그래서 통한과 분노였고, ‘링컨의 죽음’을 떠올리며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일은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을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자리하게 하였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같은 해 8월,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1997년말 제 15대 대통령선거에서 지지율 25%~30%에서 요지부동인 후보가 당선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 대통령때 보다도 당선 가능성이 더 희박한 일이었다. 그만큼 엄청난 변수가 작용했다.
그렇게 해서 최초의 정권교체가 되자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민족’이었다. IMF시절이어서 ‘경제’가 더 중요하게 보였지만 경제문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일상화된 일이다. 보수진영 일부가 합류했기 때문에 이념적인 내부반대가 있었지만 분단 50년 만에 남북정상이 처음으로 만났다. 그 당시의 6.15공동선언은 지금도 유효하다. 한사람의 리더로 인하여 50년 분단시대의 종식을 향한 민족적 거보가 이어졌다.
경제와 안보를 앞세운 이명박, 박근혜정부에 대한 이야기는 아는 바처럼 아직도 그 뒷정리가 진행중이다. 다만 민족문제는 20년 전으로 완전히 되돌아간 상황에서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다. 새삼 정부출범 직전의 급박했던 한반도 상황은 불과 2년도 채 안되었지만 까마득하게 잊어버리지 않았는가 할 정도다. 한반도의 평화상황은 민족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지만 국내정치는 여전히 후진적이며, 무책임하고 비상식적이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필자는 본 지면을 통해 간단없는 비판의 글을 내보낸 적이 있다. ‘역사와 민족’에 대한 배신과 좌절이 그 주를 이루었다. 물론 다소 불편해 하는 분들도 있었고, 잘하는 것은 칭찬도 병행했으면 하는 조언을 심심찮게 들었다. 이미 지났으니 추억으로라도 칭찬할 ‘꺼리’가 보이지 않으니 내 불찰이었으면 좋겠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의 발언처럼 ‘대통령은 노셔도 된다.’ 발언의 이면은 그만큼 책임있는 인사를 잘하라는 뜻이겠지만 아무리 선의적으로 해석해도 엄혹한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 동안의 내치에서 이루어낸 일들은 대통령 혼자만의 능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을 정도로 예전에 비해서 확실하고 뚜렷한 임팩트가 있다.
사고일상의 경제문제, 국민안전의 문제들이 취임 2년을 앞두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외교안보분야에서는 취임 2년이 채 되기 전에 남북정상이 3번을 만나고, 미국대통령과 7차례를 만나고 있다. 상당시간이 흐른 다음에 본다면 이 상황은 한민족의 미래에 커다란 궤적이 될 것이 분명하다.
대저 대통령은 어떤 자리이며 역사적, 민족적 문제에 어떤 마음과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가, 그 이전에 어떤 식견과 통찰력과 리더십이 구비되어야 하는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는 생경한 리더십과 어느 정도 정형적인 김정은 위원장과의 사이에서 연이어질 한미, 북미, 남북 교차회담에서는 천양각색의 기대와 바램, 요구와 비난의 칼날위에 설 수밖에 없다. 한민족과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를 위한 막중한 현안들은 전문가와 참모들의 측면 지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혜안’이 절실하다. 수천년 예수님과 수많은 선각자들의 발걸음들은 당시의 비웃음과 조롱들을 걷어내는데 수십, 수백년이 흘러야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임대통령에 연이은 한반도 평화와 미래를 위한 또 하나의 디딤돌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놓여지기를 고대한다. ‘그냥 노셔도 될 것인데...’ 하는 생각을 진짜로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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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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