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호·류현진 도전의 시간…편견·부상과 싸워
▶ 100경기 성적은 류현진이 박찬호에 앞서
박찬호(왼쪽)와 류현진(오른쪽) <연합>
코리안 특급 박찬호(46)는 1998년 6월 21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경기에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100경기 출전 금자탑을 세웠다. 미국 땅을 밟은 지 약 4년 만이었다. 한국인 선수 중엔 최초였다.
그로부터 11년 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박찬호의 뒤를 따라 메이저리그 100경기 출전을 앞두고 있다.
그는 8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빅리그 통산 100경기 등판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와 류현진은 보직, 주변 환경, 팀 내 입지 등 전혀 다른 환경에서 메이저리그 100경기에 등판해 성적을 단순하게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그러나 100경기를 치르는 동안 두 선수가 어떤 도전의 길을 걸었는지 되짚는 건 충분히 의미 있다.
◇ 20대 박찬호와 30대 류현진, 메이저리그 도전사에 큰 획을 긋다
박찬호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도전사는 시작부터 다르다. 박찬호는 만 21세였던 1994년 한양대 재학 중 다저스에 입단해 그해 4월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무명 선수 박찬호는 두 시즌 동안 빅리그에서 단 8이닝을 던졌다. 1996년이 되어서야 메이저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선발 투수로 주로 활약한 건 1997년부터다. 그래서 첫 100경기 중 선발 등판 경기는 그리 많지 않다. 승수도 많이 쌓지 못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첫 100경기 동안 397⅔이닝을 소화해 24승 18패 평균자책점 3.98을 기록했다. 만 25세 때까지의 성적이다.
반면 류현진은 만 27세인 2013년에 메이저리그를 밟았다. 그는 이미 KBO리그에서 최고 투수로 인정받은 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2,573만7737달러33센트(당시 약 28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포스팅 응찰액을 기록했다.
그리고 다저스와 6년 동안 3,600만 달러(당시 약 390억원)의 계약을 맺으며 초특급 선수 대우를 받았다.
류현진은 다저스 입단 첫해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다. 류현진이 통산 출전한 99경기 중 선발 등판하지 않은 경기는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2017년에 등판한 단 한 경기뿐이다.
류현진의 99경기 성적은 박찬호의 첫 100경기 성적보다 좋다. 류현진은 총 570⅔이닝을 던져 42승 28패 평균자책점 3.17을 기록 중이다.
박찬호보다 승수가 많다. 평균자책점은 낮다. 9이닝당 볼넷도 류현진(2.21개)이 박찬호(4.32개)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9이닝당 삼진은 박찬호가 8.46개로 류현진(8.12개)보다 앞선다.
박찬호는 성장 과정에 있던 20대 초반에 이 성적을 거뒀다. 류현진은 전성기에 이 성적표를 받았다. 그 때문에 첫 100경기 성적을 놓고 두 선수의 우열을 가르기엔 무리가 있다.
◇ 편견과 싸운 박찬호, 부상과 싸운 류현진
박찬호와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입성 후 첫 100경기 동안 많은 시련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박찬호는 동양인 선수라는 주변의 편견과 인종차별에 맞서 싸워야 했다.
그는 은퇴 후에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프로야구 진출 초반 김치와 마늘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동료 선수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외로움도 적이었다. 당시 메이저리그는 같은 팀 노모 히데오를 제외하면 동양인 선수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데다 메이저리그에 관한 정보도 전무한 시절이었다. 영어 한마디 할 줄 몰랐던 박찬호에겐 모든 것이 도전이자 시련이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첫 100경기를 출전하는 동안 눈물 젖은 빵을 씹으며 한을 달랬고, 죽기 살기로 영어를 배워 언어장벽을 깼다.
야구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벽과 싸웠던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톱클래스 투수로 성장했다.
그가 뿌린 씨앗은 한국 야구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류현진도 첫 100경기 동안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그는 메이저리그 입성 후 두 시즌 동안 14승씩 올리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15년 5월 왼쪽 어깨 부상으로 쓰러져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2년간의 공백을 마치고 복귀한 2017년, 직구 구속이 줄어들고 잔 부상이 잇따랐지만 강한 마음을 먹고 차근차근 계단을 밟았다. 그리고 올 시즌 예전의 기량을 되찾으며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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