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한국 내수시장 SUV 비중 45.1%, 주력 모델 쇠퇴 세단 49.7% 조만간 역전
▶ 현대차 팰리세이드 매달 판매 신기록
그룹 블랙핑크가 지난달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에서 기아자동차의 SUV 모하비 마스터피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
한국산 승용차의 한국 시장 내수 판매에서 세단의 비중이 지난달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적 추세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수요 증가로 일반 승용 목적의 SUV의 판매량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 SUV 수요 증가세가 이어지고 전기차와 차량공유 등 ‘미래 모빌리티’로 전환이 빨라지면 세단 수요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한국 완성차 업체 5개 사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세단과 SUV, 밴형 차량(CDV, Car Derived Vans) 등 승용차의 3월 한국 도매판매 실적은 모두 11만4,383대로 지난해 같은 달의 11만6,319대보다 1.7% 감소했다. 종류별로 보면 세단은 3월 판매량이 5만6,924대로 지난해 같은 달의 6만1,336대보다 7.2% 감소했다.
반면, SUV는 지난달 5만1,608대가 팔려 작년 동월의 4만8,989대보다 5.3% 늘었다. CDV 판매는 5,851대로 지난해 같은 달의 5,994대에서 2.4% 줄었다.
이에 따라 세단의 판매 비중은 지난달 49.7%로 사상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섰다. 지난해 3월 52.7%를 차지했던 세단의 비중은 올해 1월 51.4%, 2월 50.8%로 낮아졌고 3월에는 결국 40%대까지 떨어졌다.
세단 판매의 감소는 주력 모델의 노후화가 심한 르노삼성차와 기아차의 판매가 부진한 영향이 컸다. 르노삼성의 세단 판매는 지난달 3,138대로 작년 동월 대비 38.0% 급감했다. 주력 모델인 SM6 판매는 35% 감소한 1,799대에 그쳤고 SM5와 SM7 역시 각각 76%, 33% 감소했다.
기아차도 지난달 세단 판매가 1만9,251대로 작년 동월 대비 12.6% 감소했다. 기아차 역시 주력 모델인 K5가 31.3% 급감한 3,466대에 그쳤고 K3는 25.9% 감소한 3,770대를 기록했다. 기아차 세단 가운데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모닝은 4,720대로 지난해 3월보다 11.8% 감소했다.
현대차는 국내 최다 판매 모델인 그랜저가 작년 동월 대비 0.6% 감소했지만, 제네시스 브랜드의 판매 증가에 따라 2만9,956대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2만9,899대)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지엠(GM)의 지난달 세단 판매 실적은 4,579대로 집계돼 작년 동월 대비 5.2% 늘었다. 다만, 지난해 3월에는 군산공장 폐쇄로 판매가 급감했던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부진한 수준이다.
세단과 반대로 SUV의 판매 비중은 지난해 연간 40.1%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1월 42.6%, 2월 44.1% 3월 45.1% 등으로 꾸준히 상승세가 이어졌다. SUV 판매도 신차가 출시된 현대차와 쌍용차가 성장세를 주도했으며 신차 효과가 약한 기아차와 한국GM은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12월 출시한 팰리세이드가 3월에 6,377대가 팔려 전월보다 10.5% 증가하며 매달 판매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소형 SUV 시장의 성장에 따라 코나는 4,529대가 팔여 작년 동월 대비 10.5% 증가했다. 다만, 팰리세이드와 이른바 ‘판매 간섭’ 현상을 보인 싼타페는 8,231대로 작년 동월 대비 37.1% 줄었다.
쌍용차의 경우 올해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 칸과 신형 코란도가 판매 호조를 보여 3월 SUV 판매는 1만851대로 작년 동월 대비 21.1% 급성장했다.
승용차 시장에서 SUV와 CDV(카니발, 코란도 투리스모 등)가 세단을 앞지르면서 ‘승용=세단’이란 전통적인 개념도 바뀌고 있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수년 전만 해도 SUV는 별도 목적이 있는 차량으로 구분했지만, 승용 목적의 구매가 크게 늘었다”며 “SUV도 오프로드에서 도심형으로 대세가 바뀌고 소형화도 빨라지면서 세단과 차이점도 많이 좁혀졌다”고 말했다. 이런 세단 시장 축소는 세계적 현상이다. 현대차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세단 수요는 2014년 4,800만대를 정점으로 지난해에는 4,260만대로 540만대 줄었고, 미국 시장에서 세단 수요 비중은 30%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GM은 임팔라와 아베오 등 6개 세단 라인업 단종에 나섰고, 포드는 지난해 4월 머스탱과 포커스를 제외한 세단 라인업 단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증권 임은영 애널리스트는 “전기차와 차량공유 확산도 세단 수요에 부정적”이라며 “전체 승용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세단 라인업을 축소하지 않으면 개발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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