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인생이 있을까? 불가능하다. 인생은 다 후회 천지다. 누구든 후회를 예측하며 무슨 일을 벌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미래를 점치는 능력이 있다면 인간은 후회 속의 낙심보다는 후회 없는 만족을 기대하는 쪽으로 일을 계획하고 착수할 것이다. 누구든 후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후회가 예측되더라도 뭔가를 시도한다.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더 나아서일 것이다. 사람은 이상할 정도로 ‘마음의 존재’인 게 여기서 다 드러난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 마음이 이미 거기에 확 빼앗겨버리면 어느 누가 막아서더라도 기필코 그걸 하고야 만다. 옆에서 볼 때는 실패가 불 보듯 보이는데도 결국 저지르고 만다. 그럴 땐 일 시작 전부터 후회의 마음이 포기의 마음을 앞지르는 때이다.
미국 와 산 지도 벌써 30년째다. 이민생활을 출발할 그때 난 어땠던가? 후회 없을 미국생활을 위해 앞으로 뭘,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했던가? 그때 구상했던 것들을 조금이라도 이뤘는가? 또 그 성취의 과정과 결과를 놓고 볼 때 후회는 어느 정도며 만족은 어느 정도인가? 수치와 분석에 밝다면 한 번쯤은 퍼센티지라도 내보고 싶으나 그런 쪽으로는 젬병인데다 솔직히 그러고 싶은 마음 자체가 안 생겨 그냥 관두기로 했다. 사실 더 솔직한 이유는 후회의 분량이 만족의 분량을 훨씬 넘어설 거라는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더 중요한 건 앞으로다.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특히 내 나이가 곧 환갑에 육박하고 있기에 이런 고민이 더 자연스럽다. 이와 관련해 이 지점에서 분명한 건 하나 있다. 그것은 소원의 분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더라는 것이다. 30년 전 그때만 해도 정말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어느 책에서 읽은 건데, 이삼십대는 자기가 영원히 살 거라고 착각하는 나이란다. 그랬으니 나 역시 그럴 법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서도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 뭘 잘 하려면 지적ㆍ육체적 에너지가 충분히 따라줘야 하는데 노화가 그것을 현실적으로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소원의 양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그 사람의 지혜의 유무가 드러난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채 소원의 분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면 그는 매우 지혜롭지 못한 사람이다. 예를 들어 은퇴하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은퇴 후엔 ‘이것’과 ‘저것’을 구분해 털 건 털고 갖고 갈 건 갖고 가야 한다. 이를 미리 잘 예측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고픈 것’을 품고 가야 한다. 그래야 후회가 없고, 또 후회가 없을 것이기에 그는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
나도 그 지혜로운 사람의 반열에 끼고 싶어 지금부터 소원의 목록을 정리하는 중이다. 가장 쉬운 방법을 택했다. “잘하는 걸 더 잘하자. 더 잘하고 있으면 계속 더 잘하자. 만약 거기에 뭔가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한다면 잘해서 만족할 수 있는 영역을 새로이 선택해보자,” 이런 식이다. 결론은? 소원의 양은 줄이고, 소원의 질은 늘리는 것!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회는 ‘현상’의 기관이 아닌 ‘본질’의 기관이다. 교회만큼 본질 문제에 천착해야 하는 곳도 없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의 교회들이 그렇지 못하다. 특히 교회가 어떤 외형적 현상을 늘리는 쪽으로 그 소원이 발전하기 시작하면 정말 큰일이다. 예를 들어 교회건물이 ‘필요’가 아닌 ‘목적’이 되어버리면 안 된다. 교회봉사와 사역도 우리의 그칠 줄 모르는 소원의 숫자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나아가면 안 된다. 현상이 커지면 그만큼의 에너지가 같이 따라와야 하는데 그게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과부하가 걸리기 쉽다. 그럴 시간과 에너지를 교회의 성경적 본질을 추구하는 데 더 사용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장 슬픈 순간은 언제일까? 평생 교회라는 데를 다녔는데, 교회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 맘에 안 드는 신앙생활과 교회생활을 한 걸로 판명되는 순간일 게다. 그런 일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그 일의 피해자가 되지 않아야 한다. 그럼 어찌해야 할까? 내 신앙생활에서도 소원의 양은 줄이고 소원의 질은 늘려야 한다. 지혜로운 그리스도인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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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숭 목사/ 새크라멘토 크로스포인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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