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홍삼)은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정말 좋은 한약재 중의 하나이다. 전해져 오는 처방 중에 인삼이 들어가는 명 처방들이 많고 한의원에서 환자분들께 처방을 할 때도 인삼을 쓰는 경우가 꽤 많은 편이다. 그런데 각종 광고 등을 통해서 ‘홍삼이 인삼보다 뛰어난 효능이 있다’, ‘인삼은 부작용이 있는데, 홍삼은 부작용이 없다’고 잘못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고,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복용을 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다. 이제는 상식을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약의 전문가로서 몇가지 근거를 들어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1. (탕전했을 경우엔) 홍삼보다 인삼이 더 낫다: 대부분 홍삼이 인삼에는 없는 유효성분을 함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항암활성 및 암전이 억제활성 효과를 갖고 있다는 20(S) 및 20(R)-ginsenoside Rg3가 그 주인공인데, 홍삼과 인삼 가루를 비교하면 이 말이 맞지만, 홍삼과 인삼 농축액(탕전한것)을 비교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홍삼과 인삼을 통째로 드시기 보다는 대부분 달여서(탕전) 드신다.)
2003년 한국식품과학회지(제35권 제3호)에 수록된 “백삼 및 홍삼 농축액의 사포닌 분석” 논문 결과를 보면 Shibata method(시바타 법)와 Korean food code method(식품공전 법)라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서 백삼(보통 인삼)과 홍삼 농축액의 조사포닌량을 측정한 결과 백삼 농축액이 월등한 함유량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각각의 유효성분(ginsenoside)을 비교한 결과 백삼 농축액이 월등한 함유량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나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홍삼의 제조과정에서 산출되는 특유 사포닌으로까지 알려진 20(S) 및 20(R)-ginsenoside Rg3(항암활성 및 암전이 억제활성 효과)가 백삼과 홍삼 농축액에서 비슷하게 분포한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이 결과로 백삼(보통 인삼)이라 하더라도 그 가공품은 추출과 농축 과정을 거쳐 제조되기 때문에 열에 의한 많은 2차 산물이 생성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ginsenoside Rg3가 함유될 개연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해서 그냥 씹어먹을 거면 홍삼이 나을 수도 있지만, 달여서 먹을 거면 홍삼보다 인삼이 훨씬 더 낫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한의학 서적 어디에도 홍삼이라는 약재명은 기재되어 있지 않다. 한의서에 인삼과 홍삼의 구별이 없었다는 것은, 한의서에 기록해둘 만한 효능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지황이라는 약재의 경우에는 생 것과 말린 것, 찐 것의 약효 차이가 크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생지황(생 것)과 건지황(말린 것), 숙지황(찐 것)을 따로 구분해서 기록이 전해져 오고 있고 한의사들도 구분하여 쓰고 있다.
그렇다면 홍삼은 인삼과 따로 구별하여 쓸만한 효능의 차이가 없는데, 왜 홍삼을 만들게 되었을까? 바로 보존기간 때문으로 추측된다. 당시에 아무리 잘 말린 인삼도 1년을 넘기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홍삼은 3년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예전 상황에서 먼 이국땅까지 인삼을 들고 가서 거래를 하는 상단에게 1년이면 부패하기 시작하는 건삼(인삼을 말린 것)으로는 제 값을 흥정하기 어렵지만 3년씩이나 보존되는 홍삼은 달랐을 것이다. 홍삼은 마치 오늘날의 냉동창고나 진공포장기 또는 캔에 비견 될만한 혁신적인 포장 신기술이었던 셈이다. 오늘날처럼 보관 기술이 발달되지 않은 예전의 상황에서 홍삼은 인삼의 보관기간을 늘이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홍삼은 효능을 얻기 위해 의사(지금의 한의사)의 손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무역을 하는 상단에서 만들어졌다. 결국 어떤 약효를 더 얻고자 한 것도, 색다른 약효가 생겨서 만들어 진 것도 아니였다. 단지 상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포장기술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은 인삼과 비교가 안되는 어마어마한 고가에 팔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홍삼으로 유명한 ㅈ사 홈페이지에 가면 300g에 952,000원짜리 홍삼뿌리 제품이 보이는데, 이는 의약품으로 유통되는 6년근 인삼의 10배가 훨씬 넘는 가격이다.) 그 비용이면 한의원에서 한의사에게 제대로 진찰받아 내 몸에 맞는 한약을 드시는 게 몸에도 더 좋고,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될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2. 홍삼을 먹어도 소용없는 사람이 있다., 3. 홍삼 부작용, 당연히 있다. 에 대하여 기고하겠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703)907-9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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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식 <경희바울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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