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지인이 한인 식당에서 계산을 하면서 주인과 언쟁을 벌였다. 일행이 많아 음식 값만 수백 달러가 나왔는데 계산서에 세금까지 포함된 토털 금액을 기준으로 팁을 낼 것을 ‘권장’ 받자 주인에게 항의하면서 서로 얼굴을 붉히고 말다툼까지 벌였다.
이 지인은 평소에도 음식과 음료 등 식당이 제공한 서비스가 포함되는 세전 액수에 대해서만 팁을 내야 한다고 믿고 그렇게 팁을 지불해 왔는데 최근 식당들이 음식 값은 계속 올리면서도 여전히 정부에 내는 세금(세후)까지 포함시켜 팁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고 전했다. 식당 주인이 항상 세금까지 포함시킨 토털 액수로 팁을 받아왔는데 왜 갑자기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다고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며 언쟁이 벌어졌다.
요즘같은 시기에 고객 한명이 아쉬운 식당은 고객을 놓쳤고 이 지인도 애용하던 식당에 더 이상 가기가 머쓱해지는 등 서로 상처만을 남기게 됐다.
지난해부터 최저임금 상승 여파 등으로 한인은 물론 주류 식당까지 음식 값을 일제히 올리고 일부 주류식당들은 써차지까지 부과하는 등 외식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고객들이 팁 부분을 예전보다 더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실제로 주위의 많은 직장인들은 점심 값을 아끼기 위해 팁을 안줘도 되는 패스트푸드나 푸드코트로 몰리고 있고 도시락을 싸오는 직장인도 늘었다.
기자도 외식을 하면 팁 부분을 유심히 보게 되는데 주류 식당의 경우 대다수가 음식과 드링크를 포함한 서브 토털 세전 금액을 기준으로 팁 권장액수를 표기하는 반면 아직도 대부분 한국 식당(한식, 일식, 중식 포함)은 세금까지 포함한 토털 금액을 기준으로 18%, 20%, 22% 권장 팁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다수 전문가들은 원칙적으로 팁은 음식과 음료수 등 식당이 제공한 세전 금액을 기준으로 주면 된다고 권고한다. 세금은 정부가 가져가는 것으로 식당이 제공한 서비스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 에티켓 전문가는 “세금 부분까지 팁을 받았다면 이 부분은 정부에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단지 팁을 조금 더 받기 위해 세금까지 팁 기준에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의외로 이 부분에 대해 불만을 가진 고객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실 식당 웨이터와 웨이트레스는 소매, 서비스 업종을 통틀어 거의 유일하게 15% 이상의 팁을 꼭꼭 받고 있고 고객도 외식비용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기꺼이 지불한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미국에서 식당 팁은 1860년대 남북전쟁 이후 자유의 몸이 된 흑인들이 식당에서 대거 일하기 시작하면서 자리 잡았다. 식당 입장에선 한 때 노예였던 흑인에게 정식 월급을 주는 것은 차마 자존심이 허용하지 않았고 대신 고객이 내는 팁이 흑인 웨이터들의 ‘급여’였던 것이다. 팁이 시작된 배경에는 이같이 수치스런 미국의 역사적 배경이 있다.
아직도 미국 내 대다수 주에서는 팁을 받는 직원에게는 법이 규정한 연방 또는 주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 이들 주의 경우 팁이 사실상 월급의 일부분인 것이다.
반면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는 네바다, 오리건, 알래스카, 워싱턴, 미네소타, 워싱턴과 함께 직원이 팁을 받아도 주, 또는 시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을 지불해야하는 불과 7개주 중 하나다. 그만큼 이들 7개 주에서 식당 업주의 임금 부담은 높고 식당 직원들이 받는 급여 수준은 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기본적으로 팁은 고객이 서비스가 맘에 들어 줄 때 줘야 주는 사람도 기쁘고 받는 사람도 고마운 법이다. 한 독자는 식당 종업원이 팁이 적다며 대놓고 면박을 준적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독자는 팁은 좋은 서비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고 생각한다며 사무적인 서비스에 단지 주문을 받고 음식을 서브했다는 이유로 15~20% 이상의 팁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식당 종업원들은 한인들이 팁에 인색한 경우가 많고 팁을 받으면서도 모욕감을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한다.
식당 종업원은 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하고 고객은 좋은 서비스는 적정한 팁으로 보답하는 등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상생한다면 팁을 둘러싼 오해나 논쟁 또한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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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부국장·경제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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