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이후 회담실패의 원인과 북미 양측이 현재 집착하는 입장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회담결렬의 원인으로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탓했지만, 볼턴은 “정확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응수했다. 한편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반대 때문이었다는 설도 있고 보면, 이 두 사람이 함께 그랬는지 아니면, 트럼프 자신이 스스로 회담을 끝내기로 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돌이켜 보면, 하노이 회담의 실패는 북미가 다 같이 상대방을 오판하고 무리한 요구를 한 데서 출발했다. 협상방식과 내용에서 완전히 어긋난 것이다.
형식면에서 미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동시화 된 접근책을 수용할 듯하더니, 막상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초기에 일괄타결 할 것을 주장했다. 내용면에서 보면, 북한이 제의한 영변시설 폐기 만을 전제로 제재의 핵심부분을 해제하자는 것은 미국이 받아 들일 수 있는 제안이 아니었다.
하노이 실패이후 미국은 북한이 선호해온 단계적 해결방안을 거부하고 있다. 한편 제재의 수위를 높일 것인가를 놓고는 트럼프와 해당 각료들 사이에 불협화와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제재와 압박을 또 다시 최대화한다 해도, 언제쯤 가서 북한이 압력에 못 이겨 항복을 하게 될 지 알 수가 없다. 북한은 앞으로도 제재를 피해가는 책략을 사용하면서, 자력갱생의 안간힘을 이어 갈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도 어떻게 하노이 결렬 국면을 타개해 나갈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볼턴이나 기타 강경파들이 주장하는 초반 벽두 선비핵화, 후 보상의 접근책은 북한이 절대로 받아 들이지 않을 것이다.
미.북 그리고 한국 등 주변국가들 모두를 위해서도 북미가 무력대결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북미가 각각 주장하는 일관타결안과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융합 할 수 있는 한반도 5개년 비핵화 계획을 제안 해 본다.
이 제안은 비핵화의 모든 요건들에 대한 합의를 포괄적으로 초기에 합의하되, 이 합의의 실천은 앞으로 5개년에 거처 5단계로 상호 상응조치를 통해서 이행해 나가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1차년도인 금년 말까지, 양측은 비핵화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받아들이고 금년에 실천할 합의내용을 협상 한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발사 실험의 영구 중단을 공약하고, 하노이에서 제안했던 영변 핵시설의 검증된 폐기를 실천한다. 이와 함께 동창리 미사일 실험기지의 해체작업을 완수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기실태를 검증케 한다.
미국은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한다. 남북간 경제협력 사업을 제재대상에서 면제한다. 현재 북한에 가해진 경제압력을 돈으로 계산하여, 그 총액의 20% 에 해당하는 제재를 해제한다.
2차년도에 북한이 미신고지를 포함하는 모는 기지에서 진행되는 모든 핵무기와 미사일 생산활동을 중단 선언하고, 이런 생산 시설들을 실제로 해체 및 폐기한다. 미국은 이런 실질적 행동에 상응해서 제재를 20% 해제하고, 평화회담을 진전시킨다.
제 3차 년도에, 북한은 핵무기와 핵물질의 재고를 신고하고 그 전체의 양을 반으로 축소한다. 나머지 반에 대한 핵무기고와 관련 확산방지 조치를 확보한다. 미국은 이에 따른 제재 20% 해제를 추가로 실시하고, 미북간의 민간교류를 장려하고 평화체제와 관계정상화 회담을 지속함으로써 북미간에 신뢰를 구축해 나간다.
4차년도에, 북한은 중장거리 미사일과 생화학 무기의 재고를 신고하고, 이들 무기에 대한 해체 및 처분을 실시한다. 미국은 제재 20%를 추가로 해제하고, 관계정상화를 전제로 하는 연락사무소를 교환 설치한다.
5년차에 북한은 보유하고 있는 나머지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을 철폐 처분한다. 미국은 마지막 20% 제재를 해제하고, 평화체제 수립에 합의하고 평화조약 체결, 관계정상화를 단행한다.
비핵화 과정을 5년으로 삼은 것은 북미간의 신뢰조성 과정이 합의의 이행을 통해서 이뤄질 수다는 점과 트럼프가 자신하는 재선 임기 동안을 감안하면 트럼프도 이 방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 제안은 다듬어 지지 않은 시안에 불과하다. 합의 실천 5단계 마다 검토해야 할 점들이 많이 있다. 다만 각 단계마다 철저한 검증이 따라야 하고, 만약에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서 제재를 부활하겠다는 합의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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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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