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의 본질이 무엇이냐를 놓고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보상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날아다니는 새 두 마리보다 내 손 안에 있는 새 한 마리가 더 소중하다’는 속담이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고 있다. 당장 내 손 안에 있는 돈으로 빵을 사 먹지 않고 남에게 빌려 줬는데 미래에 돌아오는 수익이 제로라면 대부분의 사람은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확실한 현재를 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미래의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더 큰 보상을 원한다. 그만큼 불확실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것은 그 때문이다.
단 늘 그렇듯 예외는 있다. 투자가들이 앞으로의 상황에 불안감을 느낄 때 안전자산 쪽으로 돈이 몰리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자산의 하나가 미국 연방정부의 장기 국채다. 필요하면 얼마든지 돈을 찍어낼 권한이 있는 연방정부가 부도를 내지는 않으리라는 게 대다수 투자가들의 생각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하는 단기금리와는 달리 장기금리는 채권시장에서의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정해진다. 장기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면 국채 가격은 오르고 이에 반비례해 국채의 수익률은 내려간다. 이런 상황이 오래 계속되면 장기국채 수익률이 단기금리보다 밑으로 내려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장기금리의 기준으로 널리 쓰이는 것이 1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이다. 작년 11월 3.25%까지 올라갔던 10년 국채 수익률이 지난 주 2.4%까지 떨어지며 3개월 단기 국채 금리를 밑돌면서 12년 만에 처음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이와 함께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은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2일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460 포인트, S&P 지수 54 포인트, 나스닥 196 포인트 떨어졌으며 유럽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증시도 3%~2%대의 폭락세를 면하지 못했다.
이들이 이처럼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여러 지표에서 경기둔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 존의 3월 공장생산량은 6년래 최대폭으로 줄었으며 미국 내 제조업 경기 지수도 2년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16년 이후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금리에 민감한 KBW 은행 지수는 2016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유럽 중앙은행은 최근 유로존 올 경제성장 전망을 1.7%에서 1.1%로 대폭 낮췄다.
이처럼 세계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FRB는 더 이상 올해 금리인상은 없을 것을 시사했다. 금리인상이 더 없다는 것은 보통 주식 투자가에게는 좋은 뉴스다.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계 증시가 하락한 것은 12년 전 있었던 금리 역전의 기억 때문이다. 2007년 당시로서는 사상 최고치였던 14,000을 기록했던 다우지수는 그 해 금리 역전을 경험하며 지속적인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그 다음해 리먼 증권사가 파산하며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가장 확실한 불황 선행지표로 꼽힌다. 지난 50년간 7번의 역전이 있었고 그 때마다 불황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과거에 들어맞았다고 이번에도 맞으라는 법은 없지만 이 정도면 투자가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정확도다.
일부에서는 경기가 빠르게 식을 경우 FRB가 올해 말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지난달까지 만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11% 정도로 봤지만 지난주에는 이 수치가 57%로 치솟았다.
금리가 내려갈 경우 최근 침체상태를 보여온 부동산 시장은 단기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 3개월 간 감소세를 이어온 미 기존주택 거래가 지난 달 예상 밖으로 12% 증가한 것은 장기금리가 석달째 하락세를 보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불경기가 정말 찾아오고 이것이 장기화할 경우 부동산도 그 영향을 피해가지는 못할 것이다.
경기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최근 쏟아져 나오는 각종 지표를 살펴 볼 때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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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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