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ainted Hills… 오리건 주 페인티드 힐스 공원의 불가사의
# 꿈꾸는 공룡
오리곤 주에 위치한 페인티드 힐스(Painted Hills) 공원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저 멀리 언덕 위에 편안하게 누워있는 커다란 공룡 한 마리를 만나게 된다. 수백 만 년 동안 누워있는 공룡은 마치 꿈을 꾸는 듯 편안해 보인다.
공룡은 옛날부터 신비로운 동물로 전해져온다. 페인티드 언덕을 보면 신비로운 동물이라는 공룡답게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로 다양한 찰흙으로 노란색, 금색, 검정색 및 빨강색 그리고 짙은 보라와 연보라색, 다양한 갈색 등 화려한 색상과 다채로운 토양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과 습도로 인해 순간순간 색상이 바뀌며 기나긴 세월을 보냈을 공룡이 누워있는 모양의 언덕을 바라보며 수많은 세월을 보내고 쌓아온 지난 이야기들을 들으며 오랜 시간들의 흔적을 느끼게 될 것이다.
# 페인티드 힐스의 역사
Painted Hills는 미국 북서부에 있는 ‘존 데이 화석 침대 국립기념물(John Day Fossil Beds National Monument)’의 3개 중 하나로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3천132에이커에 이르는 끝이 안 보이는 공원이지만 자동차나 자전거를 이용하면 하루에 다 볼 수 있다. 오리곤 주의 일곱 가지 불가사의 중 하나이며 보는 순간 수백만 년의 역사를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진에서 보이듯 다채로운 레이어는 다른 지질시대를 나타낸다. 붉은 색은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라테라이트 토양(토양 표층에 남아있는 철분이 산화되어 붉은색을 띄는 흙)이며, 회색은 진흙과 미루나무, 혈암 즉 점토 광물과 석영 입자로 구성되어 일반적으로 회색을 띄며, 검은 색은 식물 생활이었던 갈탄으로 석탄의 종류이다.
이같이 독특한 색들은 3,500만 년 전에 형성되었고 화산 분출과 기후패턴으로 서로 다른 종류의 토양, 광물질 및 식물재료와 혼합되면서 화산폭발이 일어나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다양한 컬러와 패턴을 이룬 것이다.
# 5개의 트레일
이 공원에는 5개의 트레일이 있으며 그 중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캐럴 림(Carroll Rim Trail)이다. 자동차나 자전거를 전망대 바로 앞에 주차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쉽게 ‘꿈꾸는 공룡’의 거대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 아, 해프닝
여행 중에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해프닝이 한 번씩 일어나곤 하는데 이번에도 그냥 지나가면 서운할까 또 일이 생겼다.
사실 트레일 코스를 입구에서 가장 먼 곳부터 보고 사진을 찍으면서 입구 쪽으로 나오자는 생각에 가장 안쪽에 있는 ‘붉은 흉터(Knoll Trail)’를 제일 먼저 찾아 들어가 차를 파킹하고 기본렌즈가 끼어 있는 카메라만 손에 들고 차에서 나와 트렁크로 가려고 발을 떼려는데 열려 있던 트렁크 문이 저절로 내려와 닫히면서 잠겨버렸다. 삼각대와 카메라가방은 트렁크에서 꺼내지도 못했는데….
그런데 문제는 일행의 셔츠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열쇠가 미끄러져 나와 떨어지면서 문이 다치는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린 것이다. 카메라가방은 물론 재킷도 전화기도 모두 차안에 두고 잠겨버렸으니 난감했다. 새로 생긴 트레일이라 그런지 관광객들이 거의 없어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차가 잠긴 시간은 오후 두시반쯤이었는데 한 시간쯤 지나서야 관광객 한 팀이 들어와 전화기를 빌려 락 스미스(Lock Smith)에 전화를 하고 기다리는데 두 시간이 지나도록 락 스미스에서 오지 않아 다시 전화기를 빌려 전화를 했더니 연락이 안 되어 차가 엉뚱한 곳에 가 있다는 것이다. 전화를 하고 또 다시 락 스미스 차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어느새 시간은 흘러 주변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니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여기서 밤을 새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저 멀리서 빨간 트럭 한대가 들어왔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차를 얻어 타고 시내로 나오는데 사십분 소요.
서부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시골마을, 작은 식당에서 전화를 빌려 겨우 연락이 되어 기다리는 동안 식당 주인의 배려로 따뜻한 커피도 마시면서 편안히 기다릴 수 있었다. 한 시간 이상 기다리니 락 스미스에서 트럭이 왔다.
우리를 태우고 차 있는 곳으로 가서 겨우겨우 차문을 열었을 때는 어느새 밤 아홉시, 칠흑처럼 어두운 밤이 되어버렸다. 차 문은 열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열쇠가 없는 것이다. 전화기 플래시를 비추며 겨우 열쇠를 발견한 곳은 트렁크 문이 잠기는 고리 안에 쏙 빠져 있었던 것이다. 어찌나 반가웠던지 눈물이 날 뻔했다.
# 그림의 떡이 이런 건지
사람의 마음은 간사한 것이라고 그 누가 말했을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차 문만 열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었는데 이제 차 문이 열리고 안에 편안히 앉으니 사진을 한 장도 못 찍었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림의 떡이 이런 건지 좋은 피사체를 앞에 두고 사진을 한 장도 찍을 수 없었으니….
원래 스케줄은 이곳은 하루만 찍고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했었는데 할 수 없이 하루 밤을 이곳에서 묵었다.
다음날 아침 다행히 어제 허탕 친 시간을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 화창한 날씨를 주시어 온종일 공룡의 몸체는 물론 알까지 다 빼먹고서야 돌아서 나왔다.
# 빨간 트럭의 미국 청년
거대한 공룡 한마리가 누워있는 듯한 형형색색의 바위들을 찍으며 문득 어제 빨간 트럭의 주인이 떠올랐다. 미국 청년이었는데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면서 오고 갔던 대화 속에 얼마 전에 그 친구는 일하던 프로젝트가 끝나서 일본을 여행하고 미국으로 돌아와 이곳에 왔노라고 했다. 한국을 못보고 온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이 참으로 여유로워 보였다. 몸도 마음도….
나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매 순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인내하며 살아가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을 희생하고….
하지만 저 젊은 미국 청년은 순간순간 여유시간을 만들어 인생을 즐기며 재충전을 하고 있었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매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때 더 창조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멋들어지고 편안하게 꿈을 꾸듯 누워있는 공룡의 신비로운 자태 앞에 나는 자그마하게 작별인사를 하였다. 좋은 꿈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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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젬마 <글·사진/ 버지니아비치· 워싱턴사진작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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