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미국에서는 대학 입시 부정에 관련된 뉴스가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 각 대학별로 정시 합격자를 발표하고 있는데 합격자 중 또 누가 그런 부정 입학자가 아닐까 하는 시선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대학 입시 부정을 다룬 TV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큰 화제였는데, 이번 미국의 입시부정 사건에서 그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 이상의 충격적인 불법행위들이 드러났다.
이번 파문에서 특히 화제가 된 것은, 대학 입학 형태에 앞문, 뒷문 그리고 옆문이 있다는 관계자의 말이다. 정정당당히 들어가는 게 ‘앞문’이고, 기부금이나 영향력 행사로 입학하는 게 ‘뒷문’이며, 그리고 이번에 드러난 케이스처럼 불법 행위로 합격 통지서를 받는 게 ‘옆문’이란다.
옆문은 뒷문의 불확실성을 깨끗이 해소시켜 주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 드러난 옆문 입학 방법에는 뇌물 공여, 자격 가짜 서류 조작, 그리고 SAT 시험지의 사전 유출, 대리 시험, 매수된 시험 감독관의 답안지 수정 등이 있는데 모두 논쟁의 여지없이 허용되어서는 안 될 불법 행위이다. 그런데 사실 앞문의 경우에도 잘 살펴보면 옆문이나 뒷문에 가깝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앞문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부모들의 능력이 자녀들의 성적을 좌우할 때가 종종 있다. 자녀들의 학업 성취도에 부모들의 교육이나 소득 수준이 영향을 준다는 것은 여러 연구 발표를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모의 소득이나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정의 학생들이 누리지 못하는 혜택을 고소득 고학력 부모를 둔 학생들은 받을 수 있다. 집에서 부모가 직접 공부에 도움을 주거나 사교육 또는 추가 교육의 기회를 제공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악기 레슨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 멤버로부터 받고, 운동도 개인 코치를 따로 두며, 방학 때는 일반 학생들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인턴십이나 다른 경험의 기회를 부모들의 경제력이나 영향력을 동원해 제공받는 경우를 주위에서 볼 수 있다. 또한 과학 경시대회에 출품할 프로젝트 준비도 오랜 기간 동안 높은 비용을 지불하며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아 하기도 하고, 입시 컨설턴트를 동원해 책을 출판하기도 한다. 부모들의 능력 덕분에 이런 기회를 갖는 학생들의 입학이 과연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게 앞문으로만 보일 수 있을까.
대학 입학 지원 과정에 필수로 요구되는 에세이 작성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하는 부모들의 노력도 경우에 따라 뒷문이나 옆문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부모가 간단하게 코멘트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에세이의 내용을 제공하거나 가필을 해주기도 하고, 심지어 제삼자로 하여금 대필의 수준에 이르는 정도의 자문을 받도록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의 공부나, 대학 입학 준비 과정에 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긍정적인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은 어느 부모에게나 공통적인 바람일 것이다. 그리고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합격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부모가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최선’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스카이 캐슬’ 드라마나 이번 미국판 ‘옆문’ 사건에 보게 된 행태 정도는 아니더라도, 뒷문을 ‘부모의 영향력’으로 정의할 경우, 앞문으로 입학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뒷문으로 들어간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내가 전에도 이미 언급했던대로 한인 가정들이 대학 입시 준비에 들이는 치열한 노력에는 부정적인 요소도 제법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자녀들의 대학 입시에 ‘올인’ 하는 가정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여기에서 ‘올인’이 혹시 우리를 옆문으로 다가가게 하는 경우는 없지 않나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옆문이 형사법 상의 불법 행위로만 국한되는게 아니라 도덕적으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 경우까지 포함한다면, 때에 따라 자칫 나도 모르게 옆문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디에서 선을 긋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내가 한 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나도 떳떳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곳에 선을 긋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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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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