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일년중 특별히 정하여 축하하는 날은 각자생일, 결혼기념일(12월1일) 그리고 발렌타인 데이(2월14일) 이다. 그 중에서도 발렌타인데이는 특별히 신경을 써 카드 고르는 것, 꽃 선택 또 식사를 위한 분위기 있는 식당 찾기 또는 깜짝 놀라게 하는 이벤트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무미건조하게 계속되는 삶속에서 식어져 가는 부부애를 새로이 뜨겁게 해보려 나는 무척 애를 쓴다.
올해 아내를 위한 발렌타인 카드는 그 동안 골랐던 어떤 것보다 마음에 쏙 드는 것이 있어 기뻤다. 겉장은 세련되게 검정색 바탕에 각종 꽃도안이 대칭되게 색색으로 그려져 있고 한 가운데 새 두마리가 부리를 맞대고 있다. 그 위에 밴드식 하얀 띠에는 “Your Love is a Blessing” 이라는 문구가 붉은 글씨로 각인되어 있었다. 겉장을 열면 왼쪽에는 붉은 바탕에 하얀 글씨로,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You and I have had many unforgettable experiences. You know me at my best and at my worst, and through it all. I’ve felt your love. We are a perfect match, a couple gvided every day by God’s loving hand…” 오른 쪽에는 살색 바탕에 붉은 글씨로 “I am so happy that you are the one that I share my life with. On valentine’s Day, I want you to know that I love you more then ever. “ 라고 예쁘게 프린트 되어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이 그대로 있어 나는 끝에 “당신의 반쪽 남수가” 란 말만 첨부 했다.
또 올해는 눈이 많이 와서 기차타고 리노를 다녀온 여행이 그렇게 멋있었다는 소문에 귀가 솔깃해, 앰트랙에 알아보았더니 1박 2일 여행은 다녀 올만한 가격이었다. 큰 맘을 먹고, 로즈빌에서 리노까지 슈퍼라이너(Super liner), 침대차(식사포함) 칸을 예약했다. 다음날은 오던 비도 멈추고, 파란 하늘에 구름 뭉치들이 두둥실 떠 있고, 바람은 차가웠으나, 봄기운이 돌며 여행하기가 딱 좋은 날씨였다.
우리 부부는 옛날 학교 시절 짧은 수학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간단히 간식만 챙기고, 눈에 대비해서 옷을 두둑이 입고 목도리 두른채 집을 나서 로즈빌 역전으로 갔다. 11시 35분 출발이라, 조금 일찍 11시 15분쯤 도착했는데도 벌써 30여명의 여행객들이 여기저기 모여 담소하며, 여행에 들뜬 기분으로 희색이 만연해 있었다. 기차는 무슨 이유인지 좀 늦게 12시쯤 도착했으나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침대차 한 칸은 의자가 양쪽으로 한 사람씩 앉아 있게 되었고, 밤에는 두개를 붙이면 한 침대가 되고, 위에 침대가 매달려 있어, 펴면 또 한사람이 잘수 있게 되어 있었다.
휙휙 지나가는 창 밖으로는 멋대로 자란 각종 나무들이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파란 잎을 내고, 꽃이 있는 나무는 벌써 피기 시작하고 있었다. 콜팩스를 지나며부터 숲사이로, 녹지 않은 흰 눈이 희끗희끗 보이더니, 갈수록 눈이 더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온 산천이 흰눈으로 뒤덮인 설국(雪國)이 되어 버렸다. 몇 년 만에 보는 눈 경치인가. 날씨는 변해서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고, 트러키 역에 도착했을 때는 역전의 역사(驛舍)와 주위 집들이 눈으로 두껍게 뒤덮혀 있었다. 처마끝의 굵고 긴 고드름은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를 말해 주는 것 같았다. 계속 지연되어 밤 7시 리노에 도착했을 때는 어두움속에 펑펑 내리는 함박눈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가지 각색 휘황찬란한 네온싸인과 흰 눈으로 뒤덮힌 거리와 호텔과 상가위에 또 눈이 쌓여 더 아름다운 설국을 만들고 있었다. 문득 4세기경 로마에서 살았다는 발렌타인이 생각났다. 그의 마음도 저렇게 희고 순수하지 않았을까? 그가 성경을 읽고 감동되어, 고통받는 사람들이 그의 편지를 받고 마음의 평화를 찾고 용기를 얻었다고 전해진다.
그가 즐겨 읽고 편지쓰기로 결심한 성경 구절은 전도서 9:9-10절이었 다고 한다.
“네 헛된 평생의 모든 날 곧 하나님이 해 아래에서 네게 주신 모든 헛된 날에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찌어다. 이는 네가 일평생에 해아래에서 수고하고 얻은 분복이니라. 무릇 네 손이 일을 당한데로 힘을 다하여 할찌어다.”
<
우남수 목사/ 행복연구원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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