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지난 달에 이어 이번 주 월요일의 실무회의에서도 학교경계(school boundary) 조정 정책을 검토했다. 아직 검토가 모두 끝나지 않았는데 적어도 서너 번 더 회의를 거쳐야 되지 않을까 싶다.
실무회의는 보통 12명의 교육위원들이 돌아가면서 맡아 진행한다. 그런데 지난 달 이 사안을 맡아 진행해야 할 교육위원이 출타한 관계로 내가 했다가 이번 주에도 계속 하게 되었다. 아마 이 정책의 검토가 모두 마쳐질 때까지 내가 계속 책임지고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이 정책을 연구해 보았던 경험자가 현직 교육위원들 중에선 나를 포함해 단 2명 밖에 없는 관계로 내가 계속 맡는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학교경계 조정 보다 학부모들이 더 신경 쓰는 사안도 없다. 왜냐하면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가 바뀔 수 있다는 점처럼 민감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페어팩스 카운티 학군이 전체적으로 우수하기에 어느 학교에 배정되더라도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따라 학부모들의 선호도에 차이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학교의 학력평가 시험 성적이나 해당 학교 학생들의 인종적 분포도 그리고 가난하거나 ESOL 수업을 받는 학생들 비율이 척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특정 학교를 찾아 이사하거나 반대로 기피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기존 학교 경계를 변경하는 정책의 검토는 주민들의 민감한 반응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내가 20년째 교육위원으로 일 하면서 다루어 보았던 큰 규모의 학교경계 조정은 지금까지 서너 번 정도 있었다. 한 자리에 2천명 가량의 부모들과 주민들이 참석하여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나 설명회를 보기도 했다. 모임 장소인 강당이나 체육관이 차고 넘쳐 학교 식당 등에 추가 스크린 등을 설치해 놓고 진행하기도 했다. 학교경계 조정안에 대해 절대로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번에 꼭 바뀌어야 한다고 읍소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서로 잘 알고 지내던 학부모들이나 이웃 사이에서 입장 차이가 드러나기도 한다. 조정안이 거론 될 때 상처를 입는 학교 커뮤니티도 있고 은연 중 자랑스러워하는 곳도 생긴다.
학교경계를 재조정 해야 하는 데 있어 역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학교의 과밀도 문제일 것이다. 기존 학교 시설로 늘어나는 학생들을 모두 수용하기가 어려울 때 무조건 증축을 하는 게 아니라 인근에 추가 학생 수용이 가능한 학교가 있다면 그 학교로 일부 학생들을 옮기는 것을 고려하게 된다. 시설건축 예산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서이다. 그런데 그럴 경우 과연 어느 지역 학생들을 옮겨야 하느냐에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을 수 있다.
교육위원회가 학교경계 정책을 마지막으로 전반적으로 검토했던 것이 10년도 넘는다. 그 당시 교육위원들은 약 16가지의 고려 사항들을 놓고 열띤 토론을 가졌다. 그런 사항들에는 통학 거리, 인근 지역에 대한 영향, 지형적 조건, 학생 가정의 사회경제 상태, 학교 경계의 연속성, 스쿨버스 운용 비용, 학교 교육 프로그램 재배치 필요 여부, 상하급 학교들과의 연계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그 때 교육위원들이 이러한 사항들을 놓고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했다. 어떤 사항이 다른 사항들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에 당시 교육위원들이 의견을 모으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조항들을 함께 묶어 우선순위 없이 고려 대상이라고만 명시하고 말았다.
결국 그 후에 있었던 학교경계 조정에 있어서 교육위원들이나 담당자들은 그 사항들 가운데 필요한 것들만 취해 경계조정 결정을 정당화 하는 도구로 삼기에 이르렀다. 반대로 교육위원회의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들로부터 왜 다른사항들은 고려하지 않았느냐는 항의에는 적절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에 이번에 진행되는 정책 검토에서는 각 사항들의 적절성뿐 아니라 우선순위 결정에 대해서도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 정책 검토의 과정은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매듭지어 내년부터는 학교경계 조정에 새로운 정책을 적용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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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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