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질문 있습니까.”
수업을 진행하다가 적절한 시점에 학생들도 말할 기회를 주고 싶을 때 교수들이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그러면 대개 학생들은 바로 질문을 하지는 않는다.
“왜 질문하지 않은 것 같은가”라고 교수에게 물어보면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학생들이 “게을러서” “수업에 관심이 없어서” “수줍어서” 질문하지 않는다는 교수의 진단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야단맞을까 봐” “얼떨결이라” “내용이 없어서”라는 말은 더욱 일리가 있다. 결국 학생들이 질문하느냐 마느냐는 교수가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리더십 수업 시간에 질문이 있느냐고 질문해보면 가장 흔하게 나오는 질문 하나가 있다.
“리더는 만들어지는 겁니까. 타고 태어나는 겁니까.”
리더는 당연히 만들어지는 것이다. 스타일은 기질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물론 스타일까지도 오랫동안 연습하면 바뀔 수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리더일 수밖에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든지 리더가 될 수 있다. 마치 누구든지 군자가 될 수 있듯이. 조건이 하나 있다. 리더가 되는 연습을 꾸준히 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리더가 되는 연습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간단하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면 된다. 썰렁한 아재 개그 같은가. 간단하게 들리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기우제를 지내기로 추장이 결정하면 비가 올 때까지 쉬지 않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쉬고 딴 일 하면서 기우제를 지내면 정성이 없어서 되겠는가.
부족의 모든 사람이 다 쉬지 않고 춤추고 노래하면서 기우제를 지내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추장이 아무 때나 “기우제”하고 선언했다가는 부족 사람들 모두가 다 죽고 만다. 하기야 비가 오지 않으면 이래저래 농사도 망치고 먹을 물도 없어서 다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다들 동참하는 것이다. 리더가 할 일은 “언제 기우제를 시작할 것인가” 그 타이밍이 핵심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 바람에 묻어 있는 습기 등등을 감안해 추장은 공동체의 명운을 걸고 기우제를 선언한다. 그리고는 비가 올 때까지 계속 기우제를 지낸다.
이 인디언 기우제 이야기는 허구라는 말이 있다. 설령 허구라 하더라도 우리가 여기서 배울 교훈은 분명히 있다. 리더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면 누구든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리더처럼 살아가는 것일까. 성공한 리더들을 벤치마킹하면 된다. 첫째, 꿈을 크게 가져라. 당장 실현이 불가능한 정도로 무모한 목표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잡을 수 없는 별을 따겠다는 이뤄질 수 없는 꿈을 꾸면서,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워라. 이렇게 돈키호테는 풍차를 향해 돌진한 것이다. 꿈이란 원래 무모해야 꿈이다. 궁극의 장기 목표는 원래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보여야 그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누구든지 단번에 이룰 수 있는 것은 우리를 자극하지 못한다. 꿈은 원래 자극적이어야 한다.
둘째, 꿈을 실행하는 계획을 치밀하게 짜라. 디테일이 나오지 않으면 실행할 수 없다. 마감일이 없는 프로젝트는 없다. 아무리 이룰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목표도 잘게 쪼개면 그날그날 실천할 수 있는 단위로 작아진다. 측정 가능한 목표만이 실천할 수 있다. 심플한 규칙만이 지킬 수 있듯이 말이다. 매일 실천할 일일 목표에는 공자님이 말씀하신 ‘나는 선생님한테 배운 것을 실천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문자답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목표가 달성되는 그 날까지 참고 또 참고 꾹 참는 인내심을 가져라. 눈앞에 나를 유혹하는 마시멜로가 보이면 먹지 마라. 15분동안 참고 안 먹으면 두 개 준다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다.
한 달 전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방법은 ‘단것’과 ‘혼술’ 두 가지를 끊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효과가 제법 있다. 5㎏ 정도 빠졌으니까. 그러나 요요가 찾아오지 못하도록 하려면 다이어트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인내심은 단기 목표가 달성됐다고 버려도 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 가져 가야 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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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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