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폰 끼고 사는 습관에, 소음성 난청환자 급증
▶ 학업성취도까지 떨어뜨려, 학교 장비 정확한 진단 어려워
큰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걸리는 소음성 난청 환자가 청소년 가운데 20%나 되지만 학교 청력검사로는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TVㆍ영화를 시청하는 청소년들을 어딜 가나 쉽게 눈에 띈다. 한 조사결과, 10~20대 청소년은 활동시간 중 ‘3분의 1 정도’를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착용한다.
이런 탓에 소음성 난청에 시달리는 청소년이 전체의 20% 가까이 된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감상할 때는 최대 음량의 60% 이하, 하루 60분 정도만 듣는 것이 좋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같은 ‘60ㆍ60 법칙’을 권장한다. 1주일에 80데시벨(dB) 이내로 40시간까지만 청취하라고 권고했다. 80데시벨은 지하철 내 소음 정도다.
청소년 20%, 소음성 난청 시달려
큰 소음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귀의 달팽이관 청각세포가 망가져 소리를 잘 들을 수 없게 된다(‘소음성 난청’).
국내 소음성 난청 환자는 2012년 6,600여 명에서 2016년 1만1,000여 명으로 5년 새 71.4%나 늘어났다.
특히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가 전국 57개 중학교와 53개 고등학교 등 모두 110개 중ㆍ고교생 3,013명에게 시행한 청소년 청력 실태조사 결과, 경도 소음성 난청이 있는 학생 비율이 전체 학생의 16~18%였다. 청소년기에 소음성 난청을 앓으면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어른이 되면 심각한 난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태조사는 이동용 방음설비와 검증된 청력검사장비로 63명의 이비인후과 의사가 직접 진찰 후 숙련된 청각사가 어음(단어 인지도) 청력검사와 고주파수(500~8,000Hz) 등 7개 주파수를 측정했다.
반면 학교 건강검진에서 시행하는 청력검사는 단일 주파수(1,000Hz)의 40데시벨 소리만 이용, 듣는지 못 듣는지로 난청 여부를 확인해 학교 건강검진의 청력검사를 통한 난청 비율은 0.47%에 불과해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때문에 만 12~19세에 시행하는 학교 건강검진의 청력검사로는 12만5,000명의 난청 환자를 진단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와 연간 332억~726억원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자원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총무이사(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청소년 난청은 학습력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비용도 늘린다”며 “청소년 난청을 확실히 진단할 수 있도록 부실한 학교 청력검사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승하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학교 건강검진에 쓰는 순음(단음 인지도) 청력검사는 1,000Hz에 대한 청력 역치만 대상으로 해 고음역 난청을 확인하지 못하고 중등도 난청 기준인 40데시벨 이상만 정밀검사 대상으로 해 경도(輕度) 난청을 놓치게 된다”고 했다.
90데시빌 이상 소음에 지속 노출되지 말아야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소음은 평균 75데시벨 이하로 이 정도의 소음은 오래 노출돼도 청력이 손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100데시빌이 넘는 소음에 15분 이상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으로 이어진다. 90데시빌(지하철ㆍ버스의 평균 소음) 이상에 지속적으로 노출돼도 청력이 점점 떨어진다.
소음성 난청은 별 증상이 없다가 귀가 점점 멍멍해지고 TV나 스마트폰 볼륨을 계속 키우게 된다. 나중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소음성 난청을 방치하면 높은 목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귀울림 증상인 ‘고주파수 난청’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 등 음향기기를 하루 2시간 이상 볼륨이 크게 높여 음악 등을 들으면 소음성 난청이 될 위험이 높아지므로, 2시간 이상 듣지 않아야 한다. 또 소리 크기는 최대 볼륨의 60%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 송재진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지하철 등 시끄러운 곳에서는 볼륨을 저절로 높이게 되므로 시끄러운 곳에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귀속으로 들어가는 ‘커널형 이어폰’은 고막에 소리를 직접 전달하므로 소리를 간접 전달하는 헤드폰을 사용하는 게 좋다. 책을 오랫동안 보면 눈이 피로하듯 청력도 휴식이 필요하다. 30분 이상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봤다면 5분에서 10분간 쉰다.
난청은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시ㆍ교통 소음 등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소음을 피하려 노력하고, 피할 수 없다면 적절한 청각 휴식을 가져야 한다. 일시적인 청각피로는 조용한 곳에서 2~3일 정도 쉬면 낫는다. 최재영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소음성 난청에 걸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소음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난청 체크 리스트
①전화 통화하기가 어렵다.
②둘 이상 사람들과 동시에 대화하기 어렵다.
③TV 소리를 너무 크게 해 주변 사람이 불평한 적이 있다.
④대화를 이해하기가 상당한 어렵다.
⑤시끄러운 장소에서 소리를 듣기가 어렵다.
⑥다른 사람에게 다시 한번 반복해 말해주기를 청하기도 한다.
⑦대화하는 많은 사람이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⑧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잘못 이해해 부적절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⑨어린이나 여자의 말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⑩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잘못 이해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 3개 이상 해당하면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청력에 대해 자문해야 한다.
<자료: 미국국립보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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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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